"나는 구식이다. 지금은 미래 위해 물러날 때다" 도요타 CEO의 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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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3.01.27 01:07 PDT
"나는 구식이다. 지금은 미래 위해 물러날 때다" 도요타 CEO의 용단
도요타 아키오(오른쪽) 최고경영자(CEO)와 사토 고지(왼쪽) 렉서스 CEO (출처 : 도요타 유튜브 캡쳐/디자인:장혜지)

대응 늦은 도요타, EV 전환 드라이브 '시동'
창업자 4세 도요타 아키오, 사장서 회장으로
렉서스 사업부문 책임자 사토 고지 새 CEO에
"전기차 전환 가속화 위한 세대교체 평가"

자동차 시장 세계 1위 도요타가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이 전기차(EV)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EV 전환에 늦었던 도요타가 세대교체를 통해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는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회장으로 승격하고, 사토 고지 렉서스 사장이 새 CEO로 임명했다.

오는 4월 1일부로 회장에 오르는 도요타 사장은 창업자 4세로, 지난 2009년 도요타 사장 자리에 올랐다. 사장 취임 이듬해에는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 문제로 미국 의회 공청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5년 만에 도요타를 세계 자동차 판매 부문에서 1위 자리에 올려놓았고, 작년까지 지위를 확고하게 다졌다.

도요타 아키오는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사장직을 물러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자동차 산업에서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며 "젊은 세대가 모빌리티의 미래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도록 올바른 자리에 배치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나는) 디지털화, 전기자동차, 커넥티드카에 관해서는 구식이다. 자동차 전문가 이상이 될 수 없고, 이것이 한계"라며 "새로운 팀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모빌리티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도록 이제 한 걸음 물러설 때"라고 말했다.

후임 사장 내정자인 사토 고지(53)는 도요타에서만 30년을 보낸 베테랑으로 꼽힌다. 1992년 도요타에 입사해 코롤라, 수소엔진 자동차 개발 등에 참여했다. 2016년 렉서스 인터내셔널의 수석 엔지니어를 역임했으며 2020년부터 렉서스 인터내셔널과 가주(Gazoo) 레이싱 컴퍼니 사장직을 맡아왔다.

1월 13일 도쿄 근교 지바시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개조 자동차 축제인 도쿄 오토 살롱에서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오른쪽) 최고경영자(CEO)와 사토 고지(왼쪽) 렉서스 CEO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 Gettyimages)

"세대교체 통한 EV 시장 선점위한 변화"

이번 세대교체는 그간 EV 전환에 부정적이었던 도요타가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요타 사장은 지난해 말 태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기차 전환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면서 "자신도 침묵하는 다수 중 한 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완성차 업계의 전면적인 EV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서 "자동차 업계 종사자들 상당수가 전기차라는 단일 선택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인식 탓에 도요타는 전기차 부문에서 크게 뒤처져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유럽 10개 지역에서 EV 판매가 0.8%(7554대)에 그쳤다. 또 지난해 11월까지 도요타와 렉서스에서의 EV 소매 판매 비중은 1% 미만이다.

지난해 38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EV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연간 350만 대의 EV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뒤늦게 대응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야심 차게 출시한 주력 전기차 bZ4x 판매가 주춤하면서 1위 자동차의 명성에 금이갔다.

일단 업계에서는 이번 세대교체를 통해 도요타자동차가 EV 전략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요타 아키오 CEO, 차세대에 제어권을 넘겨주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또 '53세 엔지니어 사토 코지는 EV의 느린 출발 이후 도요타의 미래에 대한 답을 내놓을 차례'라고 덧붙였다. 도요타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겠지만, EV 전환으로의 변화에 브레이크를 걸진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WSJ은 "이미 EV용으로 특별히 설계된 새로운 제조 플랫폼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전략 수정에 따른 변화를 암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첫 양산 EV 모델인 'bZ4x' 실패 이후 투자자들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투자업계는 이번 세대교체가 도요타에게는 희소식이라고 평가했다.

투자그룹 CLSA의 크리스토퍼 리쳐 일본 리서치 부문 부책임자는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브랜드 개발 필요성에 민감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브랜드를 변화시킬 많은 요소가 있는 EV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현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자동차 회사는 엔진에 따라 죽고 살았다. 그러나 이제 다른 유형의 차량으로 바뀌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아키텍처, 새로운 유형의 드라이브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도요타의 인사개편이 회사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토츠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산시로 후카오 선임 연구원은 "경영진 개편은 EV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촉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임 사장 내정자가 EV 제조업체가 아닌 에너지 솔루션 제공업체로 변모하고 있는 테슬라나 BYD와 같은 새로운 경쟁자들과 충분히 싸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인사 단행과 함께 도요타는 일단 전기차 라인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사토내정자는 26일(현지시간) 새 전략에 EV 전환 가속화가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수송용 전기차 이상의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360도로 전방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모빌리티의 미래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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