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도 심상찮다.. 태풍일까? 미풍일까?

권순우 2022.06.27 19:24 PDT
미국, 부동산도 심상찮다.. 태풍일까? 미풍일까?
(출처 : Shutterstock)

[뷰스레터플러스]
주식도 코인도 추락… 다음은 美 집값?
물류창고 33조원 초대형 합병
공급망 혼란이 불러온 '랜드 러시'

안녕하세요. 뷰스레터 독자 여러분.

저는 지난 2007년 12월 새 직장에 취업해 미국에 왔습니다. 제 기억으로 당시 미국의 경제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회사는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2008년 여름 회사의 전 사원은 올랜도에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워크숍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모든 게 풍족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제 주변에는 집을 여러 채 소유한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한두 채도 아니고 4~5채씩 집을 샀다가 매각하면서 수익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투자가 가능했습니다. 특히 ‘신용(Credit)’에 상관없이 쉽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2008년 하반기부터 ‘악몽’의 시간이 왔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섰기 때문인데요. 제가 다니던 회사의 직원은 경기침체 기간 중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선배들은 자리를 잃었고, 동료들도 하루아침에 자리를 비우거나 다른 지사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광고 시장이 타격을 받자 회사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든 탓이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무너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그만큼 미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 돼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인, 모기지 대출 담당자 등이 업계의 많은 종사자들이 직장을 잃었고, 건설경기가 주춤해지자 실업자가 우후죽순 늘기 시작했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들은 모기지 대출 상환금을 갚지 못해 은행으로부터 집을 차압당한 후 거리로 내몰렸고, 소비심리 또한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문을 닫는 식당과 소매업체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당시 애틀랜타의 한 한식당은 경영이 어려워지자 설렁탕 한 그릇을 3.99달러에 판매한 적도 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초토화됐습니다. 시기를 잘못 맞춘 부동산 개발업체는 건물을 짓다 말고 파산 선고를 하기도 했는데요. 소매 업체가 망하자 렌트를 채우지 못했고, 잘 지어놓은 상가 건물은 텅텅 비어서 흉물처럼 남아있기도 했습니다.

상업용 건물 대출자들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이자 이번엔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제가 사는 조지아주에서는 수십 개의 은행이 파산하면서 ‘은행들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였는데요. 당시의 경험 때문에 ‘부동산 시장 붕괴 = 경기 침체’라는 나름의 방정식이 제 머릿 속에 깊이 박혀있습니다.

최근 미 경제와 부동산 시장을 보면 당시의 악몽이 ‘오버랩’ 되기도 합니다. 당시 금융위기는 2000년대 초반 IT버블 붕괴 - 911사태 - 아프간, 이라크 전쟁- 미 정부의 경기부양책 - 초저금리 정책- 유동성 파티 - 부동산 버블 - 그리고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졌습니다.

이번에는 코로나19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 미국의 경기부양책 - 초저금리 정책 - 유동성 파티로 인한 인플레이션 급등까지 진행됐습니다. 아직 어디서도 버블은 터지지 않았는데요. 미 중앙은행인 연준은 경제 연착륙을 위해 시장을 달래가면서 통화정책을 펼쳤지만,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자 ‘자이언트 스텝’ 단행으로 ‘배수의 진’을 쳤습니다. 이에 많은 경제학자와 기업 그리고 시장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오늘 뷰스레터에서는 지난해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미국의 주택시장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분위기, 그리고 달라진 환경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트렌드를 다뤄봤습니다.

주식도 코인도 추락… 다음은 미국 집값?

4월 현재 지역별 작년대비 렌트비 상승률 (출처 : 야후 파이낸스, 표: 장혜지)

인플레이션 급등을 잡기 위한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단행은 모기지 이자율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2%대였던 미국의 30년 고정모기지 이자율은 이제 6%대에 진입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마저 “주택 구매를 제고하라”로 당부할 정도인데요. 이자율이 높아지면 상환금이 늘어나게 되죠. 주택거래 심리가 위축되는 요인입니다.

실제 미국의 주택거래는 둔화하고 있습니다. 전미부동산협회(NAR)가 최근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 기존주택 판매건수는 541만 가구를 기록, 전월대비 3.4% 감소했습니다. 1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인데요. 전문가들은 향후 주택 거래가 더욱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가격은 또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주택 가격은 40만 7600달러(5억 2800만 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나 올랐습니다. 여전히 수요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요. 가격 상승은 공급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문제는 집값이 오르고, 모기지 이자율도 오르면서 주택 구매에서 렌트로 ‘스탠스’를 바꾼 잠재 주택 구매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에 렌트비가 미친 듯이 오르고 있습니다. 마이애미의 경우 렌트비가 40%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바이어들이 주택 구매 경쟁을 벌였다면 이번에는 세입자 간 렌트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WSJ은 보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시그널이 등장했습니다. 연준의 바람처럼 주택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건데요.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보고서에서 “모기지 금리가 6%를 넘어서면 내년 미국의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습니다. 주택시장은 2008년만큼 큰 충격파를 던지면서 붕괴하는 걸까요? “2008년과는 다르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 걸까요? 전문가들은 향후 미국의 주택시장을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요.

👉제2의 서브프라임 올까?

물류창고 33조원 초대형 합병

(출처 : Shutterstock)

그러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 현황은 어떨까요.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높은 차입비용으로 인해 열기가 식는 모습입니다. 최근 WSJ이 MSCI 리얼에셋의 조사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상업용 부동산(Property) 판매 규모가 1년 전과 비교해 16% 감소한 394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감소세는 13개월 연속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하는데요. 금리인상과 맞물려 꾸준히 거래 규모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중앙 금리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대개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5년마다 재융자를 받는데, 이자율이 계속 오르면서 바이어 입장에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판단해 거래를 꺼리고 있다는 겁니다. 일부 투자자는 대형 투자회사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지금이 “매물을 찾고 거래할 때”라며 “시장이 셀러스 마켓에서 바이어스 마켓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었죠.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물류창고 운영회사인 프롤로지스(Prologis)가 경쟁사 듀크 리얼티를 인수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번 인수로 프롤로지스는 시가총액 1000억달러가 넘는 공룡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문제는 시기입니다. 엔데믹을 맞아 전자상거래 시장이 예년만 못한 상황 속에서 260억달러를 투자한 인수합병이 적절한 것이었냐는 의문이 나온 겁니다.

실제 인수합병 발표 이후 뉴욕 증시에서 프롤로지스 주가는 6%나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의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아마존 마저 창고들과의 기존 계약을 파기하면서까지 규모를 줄이고 있는 상황인데요. 프롤로지스가 인수합병을 추진한 시기는 지난해 말부터였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현저하게 다른 현시점에도 프롤로지스는 이번 인수가 타당하다고 봤다는 의미인데요. 프롤로지스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요. 인수와 관련한 월가의 분석은 어땠을까요.

👉프롤로지스 인수합병 왜?

공급망 혼란이 불러온 '랜드 러시'

사바나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출처 : 조지아 항만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연준의 금리인상과 같은 거시적인 변화로 인해 지각변동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치와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대형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반대로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소매 부동산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간 극심한 경쟁 때문에 매번 ‘입찰’에서 쓴 경험을 한 소규모 투자자들이 메인 플레이어로 나서고 있다는 건데요.

MSCI 리얼에셋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소매 부동산 거래량은 2019년 대비 24% 증가한 820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4월 30일 현재 거래규모는 250억달러를 기록, 작년 같은 기간보다 82%나 급증했습니다. WSJ은 이에 대해 "부동산 투자 신탁이나 대기업이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신중을 기하면서 이 기회를 틈타 패밀리 펀드를 동원한 가족단위 투자자나 개인, 소규모 민간 투자회사들이 소매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에서 비롯된 공급망 혼란과 물류 대란은 또 다른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바로 ‘랜드러시’ 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이 이어지면서 항구에 컨테이너가 몰려 터미널 공간이 부족한데요. 이 때문에 컨테이너 보관을 위한 항구 터미널 근처의 빈 부지 매입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일부 항만청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부지를 임대하고, ‘팝업 컨테이너’ 보관 시설로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일부 부지의 임대료가 건물 임대료보다 비싸게 책정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기사를 통해 확인하세요.

👉랜드러시 계속될까?

지난 6월 23일 연방하원에 출석한 제롬 파월 연준의 (출처 : Gettyimages)
경기침체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최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의회에 출석해 ‘연착륙’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인 사실에 비춰보면 이는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신나게 ‘유동성 파티’를 즐긴 뒤에는 어김없이 ‘경기침체’라는 부작용이 뒤따랐기 때문입니다. 마치 신나게 술을 섞어 마신 다음 날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것과 같은 부작용입니다.

복잡한 지표를 볼 필요도 없습니다. 활황 뒤에는 침체가 오고, 침체 후에는 활황이 옵니다. 그래서 현 상황을 바꿔 말하면 이렇습니다.

“연착륙은 없다. 침체가 올뿐이다.”

그래서 지금은 ‘대비’ 해야 할 때입니다. 비용을 줄이고 현금을 비축하면서 침체국면에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시장을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시야도 필요합니다. 몸은 움츠리고 있지만 눈은 기회를 바라봐야 합니다. 프롤로지스가 불확실성 속에서 블록버스터급 인수합병을 하고, 컨테이너를 보관할 땅을 찾아 ‘랜드러시’가 이뤄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침체기를 잘 이겨낸 개인, 기업은 늘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밀크 권순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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