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가 다시 태어났다… 제미나이 품은 애플 ‘시리 AI’ 7대 핵심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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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6.06.08 14:18 PDT
시리가 다시 태어났다… 제미나이 품은 애플 ‘시리 AI’ 7대 핵심 기능
마이크 록웰 애플 시리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 (출처 : Apple)

[애플 WWDC 2026 해설]
“완전히 새로 만든 시리”... 애플 ‘시리 AI’ 공식 발표
구글 제미나이와 손잡다… 애플·구글 AI 동맹의 실체
3단계 라우팅과 프라이버시… 구글도 데이터 못 봐
시리 AI로 무엇을 할 수 있나: 7가지 핵심 기능
팀 쿡 마지막 기조연설… “영광이었다”
더밀크의 시각: 빅테크 AI 동맹 시대 본격화

“완전히 새로운 버전의 시리(Siri, 애플의 AI 비서), ‘시리 AI’를 소개합니다.”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 스티브 잡스 시어터. 화면에 등장한 마이크 록웰 애플 시리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은 아이폰을 꺼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수키 워터하우스의 콘서트가 언제지?”라고 시리에 물었다.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로 새롭게 업데이트된 시리 AI는 콘서트는 오는 7월 26일이며 추첨 방식으로만 입장권을 구할 수 있다고 즉시 답했다. 학습된 데이터만 답하는 게 아니라 실제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정보까지 확인, 정확한 답변을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록웰 부사장이 “추첨이 열리면 신청하도록 알림을 줘”라고 말하자 시리는 곧바로 알림(reminder)을 설정했다. 아이폰 앱을 구동하는 작업까지 스스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록웰에 이어 등장한 저스틴 티티 인텔리전트 시스템 경험 엔지니어링 시니어 디렉터는 시리 AI를 활용해 ‘FIFA 2026’ 월드컵 일정을 조회한 후 시청 파티 계획을 세우고, 대진을 이루는 두 나라의 음식 메뉴까지 추천받는 시연을 진행했다. 역시 화면에 손가락 하나 대지 않은 채 대화만으로 진행한 작업이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 (출처 : Apple)

완전히 새로 만든 시리”... 애플 ‘시리 AI’ 공식 발표

애플은 8일(현지시각)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WWDC 2026 기조연설을 통해 시리 AI를 공식 발표했다.

애플의 AI 기술인 애플 인텔리전스로 구동되는 시리의 완전히 새로운 버전으로 개인 맥락 이해, 광범위한 세계 지식, 화면 인식 등을 갖춰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즉시 찾아내도록 설계됐다. 

아이폰에 저장된 사진, 메시지, 이메일 등 개인별 맥락을 이해하며 방대한 세계 지식을 함께 활용하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가장 유용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리 AI로 선보인 시연은 오픈AI 챗GPT, 앤트로픽 클로드, 구글 제미나이 앱으로도 가능한 작업이지만, 여기에 사용자 맥락이 더해지면 유용성, 답변의 정확도가 더 높아진다. 예컨대 내 아이폰에 있는 문자 메시지에서 정보를 추출해 답변에 포함하는 식이다. 개인 맥락은 맥북, 아이패드 시리 AI에서도 아이클라우드로 동기화돼 공통 적용된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진정으로 유용한 AI는 사용자의 필요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 사용자가 매일 의존하는 제품에 깊이 통합되고, 개인의 상황에 기반을 두며 모든 단계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구축돼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한 우리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리 AI는 훨씬 더 개인화되고, 능력이 뛰어나며 대화형인 비서”라며 “새로운 전용 앱은 물론 플랫폼 전반에 걸쳐 글쓰기 및 비주얼 인텔리전스 통합 도구를 제공한다. 사용자가 메시지, 이메일, 사진 등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앱 내에서 직접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구글 제미나이 모델과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은 시리 AI의 두뇌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반이다. (출처 : Apple)

구글 제미나이와 손잡다… 애플·구글 AI 동맹의 실체

흥미로운 지점은 시리 AI 두뇌의 핵심이 구글에서 왔다는 점이다.

애플과 구글은 지난 1월 공동 성명을 통해 구글 제미나이 기반 모델을 애플 인텔리전스에 활용하는 다년 계약을 공식화한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계약 규모는 연간 약 10억달러(약 1조 500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제품 전면에 드러나는 것은 오직 시리뿐이다. 구글은 이미 아이폰에서 구글 검색을 기본을 사용하며 기본 검색엔진 대가(로열티)를 지급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구글 검색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채 기반 기술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이번 시리 AI 발표에서도 같은 전략을 고수했다. 

애플 인텔리전스에 통합된 제미나이 모델은 1조 2000억개의 파라미터를 갖춘 특화(custom) 모델로, 혼합 전문가(mixture-of-experts) 아키텍처를 채택해 주어진 질문에 관련 파라미터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한다. 이 구조 덕분에 사실상 프론티어급 모델의 지식 용량을 유지하면서도 추론 비용은 훨씬 작은 모델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이 모델은 애플이 자체 클라우드 처리에 구축해 온 1500억 파라미터 수준의 모델보다 약 8배 큰 규모다. 이번 발표가 양사의 전략적 이해가 교차하는 중요 협업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애플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역량의 한계를 구글 모델로 보완하고, 구글은 전 세계 15억 대 이상의 애플 기기를 통해 제미나이 기반 기술의 실질적 접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시리 AI의 구조. 사용자와의 접점, 가장 바깥 층에 시리가 위치한다. (출처 : Apple)

3단계 라우팅과 프라이버시… 구글도 데이터 못 봐

시리 AI의 처리 경로는 3단계로 구성된다. 타이머 설정, 음악 재생, 스마트홈 기기 제어 같은 단순 요청은 기기 내부에서 애플의 자체 소형 모델로 처리되며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지 않는다. 

중간 복잡도의 요청은 애플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rivate Cloud Compute) 서버로 향한다. 맞춤형 애플 실리콘 하드웨어로 구동되는 이 서버는 처리 후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으며 애플 직원조차 내용에 접근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고도의 추론이 필요한 요청만 구글 클라우드로 이동해 엔비디아 블랙웰 B200 GPU에서 처리된다. 

애플은 각 단계에서 쿼리(query, 요청)를 익명화하고 애플 ID와의 연결을 제거한 후 토큰(AI가 처리하거나 생성하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화해 구글 인프라로 전송한다. 구글은 계약 조건상 이 쿼리 데이터를 미래 모델 학습에 사용할 수 없다. 

애플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가 사용자의 요청을 처리할 때 개인 데이터는 저장되지 않으며 애플이나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며 “외부 전문가들은 언제든 이 프라이버시 보호 약속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은 애플 인텔리전스, 시리 AI 사용을 촉진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애플 비전 프로에서 시리 AI를 사용하는 장면 (출처 : Apple)

시리 AI로 무엇을 할 수 있나: 7가지 핵심 기능

①개인 맥락 이해: 메시지·이메일·사진 교차

시리 AI는 메시지, 이메일, 사진 등 앱 전반에 걸쳐 사용자 개인의 맥락을 이해한다. 친구가 문자로 추천한 레스토랑을 찾거나 오래된 이메일에서 호텔 예약 확인 번호를 확인하는 일, 최근 여행에서 찍은 가족 사진을 불러오는 일 등이 가능해졌다. 개인 맥락 이해는 개발자들이 애플 스포트라이트(Spotlight, 탐색 기능)와 연동할 경우 서드파티 앱으로도 확장된다. 

②화면 인식: 지금 보이는 내용 그대로 질문하기

시리 AI는 현재 화면에 표시된 내용과 관련한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트럭(potluck party) 파티 문자를 받은 사용자가 화면에 문자를 보이는 상태에서 시리와 무엇을 가져갈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한 레시피를 메모 앱에 바로 추가할 수 있다.

③광범위한 세계 지식: 웹을 검색해 최신 정보 제공

시리 AI는 광범위한 세계 지식을 강화했다. 얘컨대 다음 개기일식을 언제 어디서 볼 수 있는지, 특정 아티스트가 언제 자기 도시에 오는지 등 거의 모든 주제의 최신 정보를 웹에서 검색해 답변을 생성한다. 거의 모든 답변에 대해 후속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④독립형 시리 앱: 대화 기록이 기기를 넘어 이어진다

새롭게 출시되는 전용 시리 앱은 아이클라우드(iCloud)를 통해 여러 기기 간 대화 기록을 비공개로 동기화한다. 맥에서 시작한 대화를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 워치, 애플 비전 프로에서 이어갈 수 있다.

⑤비주얼 인텔리전스: 아이패드·맥·애플 비전 프로로 확대

아이폰에서는 카메라 앱 전용 시리 모드가 새로 도입됐다. 셔터 버튼을 누르면 시리가 카메라에 잡힌 것을 인식하고 정보를 제공하거나 행동을 취한다. 음식 사진을 찍어 영양 정보를 얻거나 영수증을 찍어 애플 캐시로 더치페이를 처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주얼 인텔리전스는 처음으로 아이패드와 맥으로도 확장됐다. 아이패드에서는 스크린샷 기능과 통합되고, 맥에서는 전용 단축키로 화면에서 선택한 항목에 대해 시리에 타이핑으로 질문할 수 있다.

애플 비전 프로에서는 3D 시각화 이미지를 사용자가 원하는 공간에 배치하고, 그것을 바라보고 말을 걸기만 하면 시리가 활성화된다.

⑥통합 글쓰기 툴: 어디서든 시리와 함께 글 쓰기

시리 AI는 타이핑하는 거의 모든 곳에서 통합 글쓰기 툴(writing tool, 도구)을 제공한다. 원하는 내용을 묘사하면 시리가 초안을 작성해주고 기존 글을 어떻게 수정할지 설명하면 즉시 업데이트해준다. 메일과 메시지에서는 해당 수신자와 사용자가 평소 어떻게 소통해왔는지 문장 부호 스타일, 어조, 짧은 글머리 기호 여부 등을 반영한 글을 생성할 수 있다. 서드파티 앱을 포함해 시스템 전반에서 자동 교정도 지원한다.

⑦다중 기기 접근: 손목에서 자동차까지

아이폰에서 사이드 버튼을 누르거나 다이내믹 아일랜드를 아래로 스와이프해 시리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아이패드·맥에서는 스포트라이트에 통합되며 시스템 전반 컨텍스트 메뉴에서도 호출 가능하다.

애플워치에서는 손목에서 직접 대화를 시작하거나 스마트 스택 제안으로 이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카플레이와 에어팟에서도 이용 가능하다. 

이날 발표에서는 스마트홈 분야 운영체제인 ‘홈OS’ 개발자 프리뷰도 공개됐다. 7인치 디스플레이와 홈팟 스피커, A18 칩을 결합한 스마트홈 허브 ‘홈패드(HomePad)’를 위한 전용 운영체제다. 새로운 홈패드 하드웨어 출시에 앞서 개발자들이 앱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먼저 공개했다. 홈패드를 사용하면 아이폰 없이도 영상 통화인 페이스타임(FaceTime)을 구동할 수 있다.

팀 쿡 애플 CEO가 자신의 마지막 WWDC인 WWDC 2026 기조연설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출처 : Apple)

팀 쿡 마지막 기조연설… “영광이었다”

팀 쿡 애플 CEO는 기조연설 마지막 순간에 “애플 CEO를 맡은 것은 영광이었다”고 밝히며 CEO직에서 물러나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수년에 걸쳐 개발자 여러분은들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창조하고, 배우고, 세상을 경이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오늘 소개한 놀라운 기능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더 많은 것들을 볼 때 최고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는다”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WWDC 기조연설은 팀 쿡이 CEO로서 이끄는 마지막 기조연설이었다. 애플 이사회는 지난 4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존 터너스에게 9월 1일부로 CEO 자리를 이양하고 자신은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2011년 스티브 잡스의 바통을 이어받아 15년간 애플을 이끌어온 그의 마지막 무대 인사가 끝나자 청중의 큰 박수가 쏟아졌다. 

👉애플, 15년 팀 쿡 시대 마감… 존 터너스 새 CEO가 열어갈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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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DC 2026에서 발표된 애플 인텔리전스 신규 기능 (출처 : Apple)

더밀크의 시각: 빅테크 AI 동맹 시대 본격화

이번 발표는 AI 경쟁이 단순한 모델 성능 싸움에서 벗어나 플랫폼-모델 간 생태계 연합 구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사실상 자체 디바이스(픽셀 스마트폰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글과 AI 모델 경쟁력이 절실한 애플이 보다 적극적인 협력에 나선 것이다.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 독점에서 벗어나 AWS에도 모델을 공급하고, 앤트로픽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xAI)와 손잡고 데이터센터 컴퓨팅 자원을 사용하는 등 이합집산, 합종연횡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애플의 선택은 ‘프라이버시 최우선’이라는 장기 전략을 지키면서도 최전선 AI 역량을 흡수하는 선택적 외주화의 실증 사례가 됐다. 

프라이버시를 핵심 차별화 요소로 삼은 3단계 라우팅 구조는 AI 업계 전반에 새로운 설계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의 중요성과 AI 추론 수요 급증, 서비스 고도화에 따라 온디바이스(기기 내부), 자체 클라우드, 외부 클라우드를 유연하게 조합하는 하이브리드 AI 아키텍처가 엔터프라이즈와 소비자 시장 모두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시리 AI의 최상위 추론이 구글 클라우드의 엔비디아 블랙웰 B200 GPU로 처리된다는 사실은 차세대 AI 인프라에서도 고성능 GPU 수요가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한국 반도체 산업,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부문에서의 중장기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국내 앱 개발사들은 시리 AI와의 연동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스포트라이트 연동을 통해 애플 인텔리전스의 개인 맥락 이해 기능을 서드파티 앱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시리 AI를 기존보다 더 깊은 사용자 통합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애플 인텔리전스 적용 앱 (출처 : Apple)
더밀크 인뎁스 리포트 토큰 팩토리 혁명 (출처 : 더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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