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업그레이드? “대가 바라지 말고 좋은 것 나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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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학 2023.06.03 15:00 PDT
커리어 업그레이드? “대가 바라지 말고 좋은 것 나누라”
(출처 : Shutterstock)

[커리어 아카데미]④ 김병학 전 아카사 AI 기술 총괄 기고문
임원을 향한 여정에서 준비해야 할 것: 건강과 평판
“대가 바라지 말고 좋은 것 진심으로 나누라”
‘약한 연대(weak ties)’의 네트워크가 기회로 연결

이 콘텐츠는 더밀크의 커리어 아카데미 4편입니다.

3편 : 스타트업에서 대기업 임원으로... 두 가지를 기억하라

세 번째는 건강이다. 필자는 2021년 10월 화장실에서 과로로 쓰러진 적이 있다. 몇 주 동안 딸 해듬이가 크게 아팠고, 그 후 여러 번 응급실에 가게 되면서 밤에 잠을 거의 못 자고 낮에는 계속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좋은 성과를 꼭 내야 한다는 높은 스트레스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육아의 어려움이 겹쳐 수면부족을 일으켰다. (부모의 역할은 정말 힘든 일이다·Parenting is the hardest job around!) 이때 몇 주간 모든 일을 완전히 줄이고 쉴 수밖에 없었는데, 이 사건이 내 자신을 돌이켜보는 큰 계기(wakeup call)가 됐다. 

그 이후 삶에 여백(white space)을 만들고 새로운 시도의 시간을 구글 캘린더에 넣고 실천하기 시작했다. 더는 밤 늦게까지 일하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며 대신 가족들이 모두 일어나기 전인 새벽 5시에 미리 일어나 따뜻한 차와 함께 명상과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전 운동에 더해서, 오후에 두 번 이상 운동을 하는 ‘2nd wind workout’ 시간 또한 캘린더에 추가했다. 점심 저녁 식사 후 아침 운동보다 강도가 덜한 산책과 요가를 하는 이 시간들이 낮 시간의 긴장을 풀고 밤에 수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됐다. 

더불어 목표 달성 또는 성취와 함께 꼭 몰려오는 공허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어떻게 다룰지 배워야 한다. 필자는 한 프로젝트를 마친 후에는 하이킹을 가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못 돌아봤던 집안일을 하면서 마음을 달랜다.

많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걱정과 달리, 중간 관리자에서 임원이 되면 오히려 중간급 리더들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고,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도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유명한 Whitehall study 연구가 있다. 일터에서 리더십이 커질수록 통제력, 권한과 동원할 자원이 많아지면서 사실 임원 역할이 오히려 중간급 리더보다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출처 : Shutterstock)

‘약한 연대(weak ties)’의 네트워크가 기회로 연결된다

네 번째, 평판 및 퍼스널브랜딩이다. 이건 단순히 사내에서의 정치력 또는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회사 안에서는 경쟁하기보다 공동의 목표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 하면서 지금 일하는 조직에서만 뼈를 묻겠다는 생각보다는, 전문가로서 다른 누군가에도 도움을 줄수 있는 역량을 쌓겠다는 생각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경우에 임원 및 경영진 영입은 믿을만한 누군가(career sponsor)의 추천을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건설적인 조언과 도움을 줄 수 있는 특히 다양한 조직에서 다른 환경에 놓인 그룹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네트워크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가능한 좋은 것을 진심으로 나누는 ‘주도적 선함(generosity)’이다. 나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약한 연대(weak ties)’의 네크워크를 갖는 것은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없다. 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성장한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 그리고 기회가 찾아온다. 더 좋은 평판을 가진 사람은 더 능력 있고 믿을만한 사람으로 인식돼 더 좋은 기회를 얻게 된다. 

필자도 지난 12년간 실리콘밸리의 소중한 한국계 커뮤니티이자 네트워크인 Bay Area K Group에서 그룹리더, 회장단을 거쳐 이사회까지 활동하면서 학연, 지연, 혈연의 ‘끈끈한 관계(strong ties)’를 넘어서는 인적 네트워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평판이 좋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의 추천을 통해 이직 또는 새로운 기회 추천을 자주 받는 편인지 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평판은 당신의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다(Your reputation is one of your most important asse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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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계획 혹은 신사업 개발... 리더십 역량평가 거쳐

임원을 새롭게 채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기존 임원의 승진 또는 이동으로 인한 승계 계획(succession planning)이거나 새로운 조직 및 부서의 리더를 뽑기 위해서이다. 기존 회사 또는 팀의 임원으로 가면 맡게 될 프로젝트 또는 기존 사업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한편 신사업 부서 또는 조직의 임원으로 간다면, 새롭게 팀을 만들고 계열사 및 파트너사와 프로젝트를 만드는데 시간 쓰는 것을 즐겨야 한다. 회사의 문화에 따라 외부영입 임원과 내부 승진 임원 경쟁을 원하는 조직도 있는 한편, 모든 임원의 인성(integrity)과 협력을 강조하는 회사도 있다. 한국의 대기업의 경우 지주사 또는 계열사 임원인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임원으로 영입되는 절차는 인터뷰, 평판조회 (reference check), 그리고 처우보상협상으로 이루어진다. 해당 채용팀의 매니저(hiring manager)가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와 다르게 한국 대기업의 임원 인터뷰 과정은 인사팀이 주도한다. 임원 면접은 대부분 1차, 2차 그리고 3차를 거치며 상무급, 부사장 그리고 사장단과 인터뷰를 하게 되고 기업에 따라서 인사 담당 임원이 인터뷰에 함께 들어오기도 하며, 줌(Zoom)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경력과 역량에 관한 질문 외에, 해외에서 영입되는 경우에는 “한국으로 오는 것 염려하는 것?”을 묻기도 하며 본인의 장단점, 임원으로서 기여하고 싶은 것 등에 대한 질문도 자주 받았다. 면접을 통과하게 되면, 임원 후보자의 소프트스킬(soft skill)을 평가하게 된다. 이 과정은 리더십 역량평가(leadership assessment)와 평판 조회(reference check) 등의 방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리더십역량평가는 ‘Korn Ferry leadership assessment’ 등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평판조회는 후보자의 성과나 경력들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검토함과 동시에 인격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파악해 보는 과정을 말한다.

평판 조회가 진행될 때에는 진행 방식에 관해 후보자에게 동의를 구하되 후보자가 제출한 사람들에게만 연락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담당자가 그분을 통해서 다른 분들의 추천을 받고 그중에서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전화를 통해서 직접 하기도 하며, 거주하는 나라와 시차에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후 내부 담당자 또는 조회업체가 보고서를 써서 인사팀에 제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평판 조회까지 마치면 연봉과 처우협상을 시작한다.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에서는 고용주가 전 직장의 연봉을 묻는 것은 불법이지만, 한국의 대기업은 전 직장의 연봉을 기준으로 총급여(total comp)를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즉 같은 임원이어도 연봉이 다르게 정해지게 된다. 임원의 경우 기본급(base)외 장단기 인센티브(incentive)에 따라서 총급여의 차이가 많기 때문에 인센티브의 기준은 무엇인지 지금까지 어떻게 유지되었는지 먼저 확인하면 좋다. 

해외에서 영입되는 경우, 환율에 관한 확인도 필요하다. 최종결정을 하기전 한번 더 임원으로서 자신의 조직, 권한, 역할에 관한 이해를 분명히 하고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외부영입 임원인 경우 조직 안에서 영입을 주도한 선배 임원이 최소 1년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연착륙(soft landing)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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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도전, 대기업 자산에 실리콘밸리 문화 더하기

진행하던 미국과 한국 여러 기업들의 임원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올해 초 CJ그룹의 CDO (Chief Digital Officer)와 CAIO (Chief AI Officer)에게 직접 보고하는 AI담당 임원 (VP of AI/ML Research) 오퍼레터에 최종사인을 했다.

그 과정에서 필자가 미국 박사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읽었던 진대제 전 장관의 “열정을 경영하라” 책에서, 그가 주위 동료들과는 달리 든든한 기반을 마련한 미국 IBM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다시 개정판을 찾아 읽어보았는데,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의 해외임원 영입 과정도 다시 살펴보게 되고, 때마침 가속화된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해고가 1985년 당시의 반도체업계의 구조조정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인터뷰 과정 중에 한국 대기업에서 임원이 된다는 말을 군대와 비유해서 “별 달았다”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실리콘밸리와 다르게 충성도(loyalty)와 실행력이 뛰어나고 인간적 배려를 중시하는 한국 대기업 자산에, 구성원들에게 책임감, 신뢰와 자율성을 부여해서 혁신과 변화의 생산성을 높이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문화가 더해지는 꿈을 꾸게 되었다.

단순히 출세, 권력, 부가 따라오는 별만을 쫓는 조직의 임원이 아닌, 회사의 의미 있는 성공과 구성원들의 성장이 연결되는 미래로 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등대 같은 별로 빛나는 임원이 되기를 다짐해 본다.

김병학 박사는

고려대학교,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 제3세계를 거쳐 미국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전자공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 실리콘밸리 대기업 마벨 반도체(Marvell Semiconductor)의 R&D팀에서 4년간 일한 후, 지난 8년 동안 세 곳의 실리콘 밸리 AI 스타트업을 경험했다.

음성인식 AI 스타트업 카피오(Capio), 교육(EdTech) 유니콘 스타트업이자 실리콘밸리의 대학으로 불리는 유다시티(Udacity)의 AI팀을 거쳤고, 헬스케어 AI 유니콘 스타트업 아카사(AKASA) 첫 멤버로 합류해 스텔스에서 유니콘까지 성장,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4년 동안 머신러닝 기술 연구 개발을 이끌었다.

여러 초기 스타트업의 기술 고문(tech advisor) 및 실리콘밸리의 소중한 한국계 커뮤니티이자 네트워크인 베이에어리어 K그룹(Bay Area K Group) 이사회에서 부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6월부터는 20년만에 한국에서 CJ그룹의 AI담당 임원 (VP of AI/ML Research)로 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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