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늙는다. 제론 테크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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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민 2022.06.01 22:00 PDT
누구나 늙는다. 제론 테크 뜬다.
(출처 : gettyimages)

[오피니언] 정구민 국민대 교수
제론 테크, 노년학과 기술의 합성어로 실버 세대를 위한, 고령화를 대비한 기술
모빌리티, 디지털 홈, 디지털 헬스 등 각 분야에서 빅마켓으로 성장 중
메타버스도 제론 테크로 활용 여지 많아

'제론 테크'란 말을 들어봤을까?

제론 테크(Gerontechnology)는 노년학(gerontolog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실버 세대를 위한 기술, 고령화를 대비한 기술을 뜻한다. 실버 테크 또는 에이징 테크로도 표현됐으나 최근엔 관련 기술을 '제론 테크'로 부르며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는 추세다.

지난 1월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도 제론 테크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이 선보였다. CES 측은 최근 소비자의 변화를 스마트, 프리미엄, 서비스로 요약한 바 있다. CES2022에서 보여진 '제론 테크'는 이동의 자유와 작업 보조를 위한 모빌리티, 실내 생활에 도움을 주는 스마트홈 등이 건강 관리와 치료를 담당하는 디지털 헬스의 진화, 가상 공간 기반의 서비스와 인터페이스의 확장에 도움을 주는 메타버스의 진화도 주요 제론 테크 트렌드로 꼽을 수 있다.

사용자를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스마트 기술의 확산과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의 확산이 실버 산업의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기술이 확산되고,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적용이 늘어남에 따라 사용자를 보조하는 기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동의 자유와 작업 보조를 위한 모빌리티의 발전

최근 기술 흐름에서 공간 인지는 매우 중요한 흐름이 되고 있다. 자율주행을 위한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센서, 아이폰의 라이다센서,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UWB 기술 등은 모두 공간의 정확한 인지를 위해서 진화하고 있기 때문.

자율주행 기술 발전과 다양한 이동 기기 발전은 실버 세대를 포함한 교통 약자의 원활한 이동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휠체어나 배송 로봇은 실내 공간에서의 이동과 생활 보조 측면에서 도움을 준다.

휠(Wheel)의 휠 모델 F는 CES2022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접이식 전동 휠체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운전도 가능하다. 접을 수 있어서 보관도 용이하고, 차 트렁크나 뒷좌석에도 손쉽게 넣을 수 있다.

래브라도 시스템즈(Labrador Systems)의 리트리버(Retriever)는 실내에서 물건을 이동시켜 주는 로봇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사용자들을 위해서 실내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물품을 이동시킬 수 있다. 아마존 알렉사와 연동해서 음성 인식 제어 기능을 제공한다.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이동 장소, 시간 예약 등이 가능하다.

LG는 실내 안내, 배송, 서빙 등을 담당하는 클로이 로봇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러한 서빙 로봇, 배송 로봇, 전동 휠체어 등은 빌딩 중심 모빌리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앞으로, 거대 빌딩에서 로봇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모습을 그려 볼 수 있다.

휠의 접이식 전동 휠체어(왼쪽)와 LG의 서빙로봇 클로이 (출처 : 휠, LG전자)

실내 생활에 도움을 주는 스마트홈의 발전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스마트 가전이 발전하고 사용자에게 편리한 서비스도 확산되고 있다. 실내 운동을 통한 건강 관리, 실버 케어 로봇, 반려 동물 및 반려 로봇, 다양한 모니터링 기기의 발전 등을 제론테크놀로지 주요 동향으로 볼 수 있다.

LG 디스플레이와 알티스는 실내 운동 보조를 위한 버추얼라이드와 AI 피티를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케어가 어려워진 독거노인이나 환자분들을 위해서 레이더 기반 모니터링 기기가 크게 발전했다. 한국의 스마트레이더시스템과 미국의 텔러스는 병원과 요양병원 등에서 활용이 가능한 레이더 기반 모니터링 기기를 개발했다. 레이더 센서의 정밀도가 향상되면서 관련 응용 시장도 커지고 있다.

반려 동물 케어 기술과 반려 동물 로봇도 중요한 트렌드다. 반려 동물을 위한 다양한 기술과 반려 동물 로봇도 주목해야 한다. 펫나우는 사람 지문을 통해서 개인을 인식할 수 있듯이 반려견의 코주름 사진으로 반려견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에이아이포펫은 반려견의 눈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기술을 내놨다. 매크로액트는 인공지능 고양이로봇으로 혁신상을 수상했다. 서로 다른 사용자를 인식하고 사용자 친밀도에 따라서 행동이 달라지게 설계했다.

건강 관리와 치료를 담당하는 디지털헬스 진화

실버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디지털헬스 관련 기술은 코로나19의 비대면 상황에서 크게 발전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진단에서 치료로 진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 진단 기술도 규제로 인해 상용화가 어려운 한국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의료기기업체 애보트는 전자기기를 이용한 진단과 치료에도 적극 나섰다. 애보트은 비채혈 혈당 시스템, 파킨슨병 및 수전증 치료를 위한 원격 진료 기술, 심장 박동 모니터링 기기와 심장 박동 조율기 등 치료 및 관리 기기 등으로 시장을 선도한다.

노약자 케어 기기도 많다. 올캠은 저시력자용 인공지능 안경 '마이아이프로'를 내놨다. 드라마 스타트업에 나왔던 눈길 서비스와 유사한 개념이다. 올캠은 저시력자용 안경으로 한 해에 1억달러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캠이 눈을 도와준다면, 시그니아는 귀를 돕는다. 실내에서 잡음을 제거하여 음성을 더 또렷이 듣게 해주는 기술이다.

올캠의 저시력자용 안경(왼쪽)과 시그니아의 잡음 제거 이어폰 (출처 : 올캠, 시그니아 )

메타버스, 실버 산업에 새 시장

시공간 제약이 없이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는 실버 산업에도 새로운 시장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가상 공간을 활용한 쇼핑, 회의 및 미팅, 엔터테인먼트와 정신적인 안정, 경험의 확장, 가상 인간 기반 사용자 인터페이스 확장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룩시드랩스는 VR을 이용한 치매 예방 및 뇌건강 관리 제품을 개발했다. 사용자의 뇌파 등 다양한 생체 정보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억력, 주의력 등을 평가한다. 재활치료와 치매예방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열린 실버산업전문가포럼(회장 심우정)에서는 한양사이버대학교 심우정 교수의 ‘시니어 라이프 DX 스토리 텔링’ 연구 소개가 있었다. 실버 세대가 현재의 빠른 기술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정리한 연구이다.

스마트홈에서 실내 로봇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사례도 소개했다. 기술의 발전과 실제 사용을 연계하는 연구와 개발도 중요하다.

오는 10월에는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 학술대회(ISG 2022)가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도 실버 산업과 제론 테크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대자동차 생산기술개발센터, LG전자 CTO부문,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네이버 네이버랩스의 자문교수로 활동했다. 유비벨록스 사외이사를 역임하는 등 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휴맥스와 현대오토에버 사외이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계소재전문위원회 위원, 한국모빌리티학회 부회장, 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 부회장, 대한전기학회 정보 및 제어 부문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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