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 초당적 아젠다 만들고 실리콘밸리 가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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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2.03.10 02:49 PDT
윤석열 당선인, 초당적 아젠다 만들고 실리콘밸리 가보시라
윤 당선인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 Gettyimages)

한국의 새 리더십을 보는 더밀크의 3가지 제안

이제 경쟁은 끝났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직을 맡게 되면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

한국의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의 첫 일성이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경쟁했던 대통령 선거전이 막을 내렸다. 1%도 안되는 표차(약 25만표)가 말해주듯 누가 이겨도, 누가 져도 이상하지 않은 승부였다. 그만큼 미래 권력의 그림을 놓고 대한민국이 정확히 양분됐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양 후보간 득표 차이가 0.8%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투표한 절반의 지지자가 아닌 전체 대한민국과 국민의 승리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패배한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도 차기 정권의 연착륙을 위해 도와야 한다. 그게 국민의 뜻이다. 아니라면 언제든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완벽한 후보가 아니었으며 완벽한 대통령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완벽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보듯 정치는 무궁한 ‘가능성의 예술’이다. 정치는 분열이 아닌 ‘통합의 기술’이다. 대한민국을 더 나은 사회로 만들고 경제 산업을 한두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하며 오직 전체 국민의 승리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3월 9일 길고 긴 투표소에서 투표의 순간을 기다리며 투표소 앞에서 “윤석열이냐 이재명이냐, 또는 심상정이냐”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투표용지를 들고 눈을 감고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 결정한 것이다.

유권자들은 법치 국가를 선호하는지, 코로나 팬데믹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격랑 속에서 맞이할 경제사회적 재앙을 누가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는데 누가 더 적합할지에 대해 선택했다.

윤 당선인은 ‘축하’받고 들떠 있을 시간이 없다. 대한민국 내적, 외적으로 실질적 ‘전쟁’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에 본사를 둔 미디어 플랫폼 더밀크는 윤 당선인에게 세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지금은 전시 중임을 자각해야 한다

첫째, 윤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워룸(War room)’을 만들어 지정학 및 경제 산업 전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끝나갈 기미가 보이기가 무섭게 미국과 소련의 냉전 종식 후 30년간 이어진 글로벌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도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을 주변국으로 두고 있으며 북한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이기 때문에 긴장을 놓쳐선 안되는 운명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은 가장 최근의 전쟁이었던 ‘걸프전’이나 ‘아프간 전쟁’처럼 일부 지역에서 벌어진 국지전이 아니라 경제, 산업이 실질적 무기로 총동원된 ‘세계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상황이 끝나면 코로나19 종식과 맞물려 새로운 세계 질서가 형성된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떠넘기고 불황(recession)을 막기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정치, 지정학, 경제, 산업적으로 엄중한 상황에서 취임식을 하게 된다. 윤 당선인은 무엇보다 미국-서방-중국-러시아 등의 글로벌 패권 전쟁이 본질적으로 ‘과학기술 전쟁’임을 알아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 미국은 총과 비행기, 탱크가 아닌,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엔비디아 등 소위 ‘빅테크’ 기업을 통해 참전했다. 중국도 알리바바, 텐센트 등을 내세워 인공지능, 블록체인, 자율주행 전기차, 6G 등 미래 산업에서 미국을 넘어설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실행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 같은 패권 전쟁 상황에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그는 지난 2021년 취임 직후 ‘미국재건법안(BBB, Build Back Better)’을 추진했다. 첨단 과학기술 및 우주 산업을 놓치지 않고 공급망 관리를 위해 반도체 공장의 미국 내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고 미국 내 건설을 독려하고 있으며 (그 결과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미국의 인텔이 각각 20~40억달러 규모의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적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보듯 한국이 ‘이대남‘, ‘이대녀’ 등과 같은 젠더 갈등이나 지역, 세대 갈등으로 인한 정치적 이익 극대화에 치중한다면 머지않아 강대국 간 패권 전쟁에서 피해를 보는 과거 한국의 역사를 답습하게 될지 모른다. ‘5년 임기 회전’에 익숙해진 한국은 전략적 사고와 장기적 투자보다 점차 단기적 성과에만 치중하는 문화가 있다. 이 같은 문화에서는 과학기술, 경제 산업 패권 경쟁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초당적 아젠다 만들어 실행하라

둘째,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와 공약이 대체적으로 일치한 ‘초당적 아젠다’를 만들어서 통과시키며 야당과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1일 ‘연두교서(State of the Union)’ 연설에서 암 정복, 정신건강, 마약성 진통제, 코로나19 등의 문제는 여야를 가리지 말고 풀어나가자고 연설, 공화당, 민주당의 양당 의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미국이 공화, 민주 양당이 치열하게 싸우지만 ‘의회 정치’의 기본은 철저하게 지킨다. 그게 미국의 힘이다.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후보 측은 고용과 직결되는 창업 및 유니콘 기업 지원, 부동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주식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보호 및 지원, 신성장 산업 육성 등에서 대체적으로 일치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렇게 양당의 ‘공통 분모’부터 찾아 실행하는 것은 통합의 정치의 첫걸음일 것이다. 미국과 중국 등 패권국가들은 미래 핵심 이익에 대해서는 ‘초당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국가의 이익을 위해 함께 뛴다. 윤 당선인의 담대한 행동은 외교 안보, 과학기술 분야에서 먼저 시작돼야 한다.

실리콘밸리로 와서 미래 비전을 선도하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5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만나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 : Gettyimages)

샛째, 윤 당선인은 미국 방문시 실리콘밸리를 방문해야 한다. 오는 5월 10일 취임하는 윤석열 당선인은 곧바로(5월 하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을 첫 외교 사절로 맞이하게 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처음으로 방한하게 되는데 때마침 한국의 새 대통령이 맞이하게 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에서 윤 대통령(5월 말 기준)의 미국 방문을 초청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 윤 대통령은 백악관(워싱턴 DC) 방문 후 실리콘밸리에 들러서 새 대통령이 ‘혁신’을 지지하고 ‘과학기술 전쟁’ 승리를 위해 뛰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새 대통령이 실리콘밸리에 들러 빅테크 기업의 CEO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스탠퍼드대나 UC 버클리에 들러 연설하면서 대한민국의 의지를 밝힌다면 한국 및 대내외에 주는 시사점이 상당할 것이다.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시 광주와 제주 등 지역에서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들 지역에도 주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한국 대통령 중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두 차례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특히 지난 2003년 5월 노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에 1박 2일로 방문하고 동포들을 격려했을 뿐 아니라 당시 최고 혁신 기업이던 ‘인텔’을 방문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시그널은 한국 IT 산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도 했다. 반면 ‘창조경제’를 내세웠던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 시 실리콘밸리에 오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일본의 아베 총리와 인도의 모리 총리 등은 실리콘밸리에 방문, 현지 빅테크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과 실리콘밸리에 일본, 인도 바람이 불기도 했다.

지금 윤석열 당선인이 이끌어갈 대한민국은 ‘좌냐 우냐’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가느냐 뒤로 가느냐’의 기로에 놓여있다. 이제 시작이다. 담대한 실행의 정치, 초당적 정치, 혁신의 정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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