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은 어째서 언제나 한발씩 늦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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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주 2022.09.04 03:28 PDT
파월은 어째서 언제나 한발씩 늦을까?
예정된 전쟁. 2019년 12월 파리 엘리제궁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리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외교적 긴장해소를 위한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협상력을 잃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평행선을 달리기 시작한 이때부터 전쟁의 불씨는 타오르고 있었다. (출처 : Gettyimages, 그래픽: 장혜지)

[더밀크오리지널 : 파워 오브 파월 #10]
파월은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행동하는 걸 중요시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늘 늦죠
기나긴 인플레이션 논쟁에선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다 대응이 늦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마침내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한템포 늦었습니다
제롬 파월 스토리 열번째 이야기는, 파월이 '적절하게 행동한' 순간입니다

2022년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결사항전을 시작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면전으로 확전됐다. 사흘 안에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고 전쟁을 끝나려던 푸틴의 예상은 빗나갔다. 전쟁은 푸틴 조차 예상 못한 장기전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워싱턴DC에서는 2021년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제기됐으나 2022년 2월에 실제로 '감행'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도 그 중 하나였다.

세계 최대 밀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의 전면전은 글로벌 식량과 에너지 가격을 치솟게 만들었다. 전쟁은 수많은 인명피해와 우크라이나 인프라 붕괴를 가져와지만 예상치 못했던 '유탄'이 바로 옮겨붙었다. 바로 '인플레이션'이었다. 전쟁은 인플레이션을 파월 연준이 통제불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파월이 인플레이션 통제를 자신한 건 근원 소비자물가(Core CPI)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지표가 근원 소비자물가다. 에너지와 식료품의 가격 변동성과 비중이 너무 커서 일어나는 통계 왜곡을 막기 위해서다.

파월이 인플레이션을 일축했던 2021년 4월에도 근원소비자물가지수는 0.3%였다. 2021년 여름 무렵에 다소 높아졌지만 그래도 0%대 중후반대였다. 2021년 9월엔 다시 0%에 바짝 달라붙었다.

이것만 보면 분명 인플레이션은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었다. 단지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교란 때문에 제품 공급이 늦어진 탓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푸틴이 키이우로 미사일을 쏘기 전까진 말이다.

전쟁은 연준의 관할이 아니다.

연준은 달러를 찍어내는 기관이지 밀을 추수하거나 석유를 시추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2022년 3월 발표된 2월 CPI는 7.9%까지 치솟았다.

파월은 2022년 3월 FOMC에서 마침내 금리를 0.25% 올렸다.

제로금리 종언을 선언한 것이다.

너무 늦어버렸다.

연준은 파티가 끝나기 전에 펀치볼을 치워야만 했다.

파월은 파티가 끝났는데도 펀치볼을 치우지 않았다가 미사일 세례를 쳐맞았다.

파월은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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