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안드로이드’ 노린다… 중국이 다시 쓴 AI 승리의 조건
[더밀크 인텔리전스 : 디코드 차이나] WAIC 2026에서 본 중국 AI 9대 발견 ①
오픈웨이트·저비용 전략으로 미국 중심의AI 모델 경쟁에서 벗어나 새판짜기
큐원·딥시크·키미 등은 ‘가장 똑똑한 모델’보다 전 세계 기업과 개발자가 기본값 선택하는 모델 노려
중국식 AI 세계 제패의 첨병이자 무기역할 할 것
지난 7월 17일 상하이 세계박람회 전시관. 상하이 전시장에는 처음 가는 것이었다. 40만명이 온다고 한다. 얼마나 사람이 많을까 상상이 안갔다. 입장 시간에 대기줄도 무한정 길 것이라 생각했다.
빨리 들어가고 싶은 이유는 40도에 육박하는 더위 때문이었다.하지만 실제 가보니 줄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 WAIC 스마트폰 앱을 다운로드 받아 티켓도 등록 돼 있었고 안면 인식을 통해 본인 인증도 했기 때문에 입구에 얼굴만 대면 끝이었다.
입장을 하니 유니트리의 거대한 로봇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시작에 불과했다.
전시장에 갔던 전날인, 개막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대에 올랐다. 2018년 세계인공지능대회(WAIC)가 출범한 이래 최고지도자가 현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AI 발전이 한 국가에 지배 돼서는 안된다"며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 지원도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상하이에서 벌어진 가장 중요한 일은 시진핑 주석의 연설만은 아니었다.
러시아, 브라질, 카자흐스탄, 라오스,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세르비아, 쿠바 등 29개국 대표가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설립 협정에 서명했다. WAICO는 독립적인 정부 간 국제기구로 본부는 상하이에 두기로 했다. WAIC 기간 열린 AI 글로벌 거버넌스 고위급 회의에는 약 80개국과 국제기구가 참여했다.
중국 측은 이를 '중국이 AI 분야에서 처음 개최한 고위급 주최국 외교 행사'로 규정했다. AI 분야에서 서방세계 없이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뜻이다.
또 이날 문샷AI(月之暗面)는 무려 2조 8000억 개 파라미터 규모의 키미 K3를 공개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을 공개,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월가의 주가를 흔들 정도로 파괴력이 컸다.
이렇게 WAIC 2026은 중국의 'AI'굴기' 선언을 위해 만들어진 무대였다.
WAIC 2026은 나흘간 상하이의 세 곳, 세계박람회 전시관과 장장 과학성, 쉬후이 웨스트번드에서 동시에 열렸다.
주최측 공식 집계에 따르면 전시 면적은 10만㎡를 넘었고, 1117개 기업이 4,486개의 제품과 기술을 전시했다. 이 가운데 351개 제품이 글로벌 최초 공개됐고, 전시장에는 반도체 108종, 파운데이션 모델 261개,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체화지능(구체지능) 단말 208종이 늘어섰다. 참관객만 40만 명 이상이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전시장의 구성이었다. 모델의 성능을 자랑하는 부스는 소수였다. 반도체와 서버, 데이터센터, 에이전트, 결제, 전력망, 공장, 소비자 기기, 휴머노이드가 하나의 동선 위에 배치돼 있었다. 중국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AI가 이미 어디에 설치돼 무엇을 돌리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전시장의 구성이었다. 모델 성능을 자랑하는 부스는 소수였다. 반도체와 서버, 데이터센터, 에이전트와 결제, 전력망과 공장, 소비자 기기와 휴머노이드가 하나의 동선 위에 배치돼 있었다.
중국은 AI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대신, AI가 이미 어디에 설치돼 무엇을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만의 AI를 과시하기로 작정한 듯 싶었다.
처음에는 이 WAIC를 미국과 같은 기준으로 보려 했다. 어느 모델이 더 똑똑한지, 중국산 칩이 엔비디아를 얼마나 따라왔는지, 휴머노이드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걷는지를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전시장을 돌수록 그런 질문만으로는 중국 AI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별 제품만 보면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도 있었고, 기업의 발표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수치도 적지 않았다. 중국산 칩은 여전히 격차가 있었고, 넘어지거나 멈춰 선 로봇도 많았다. 그러다 전시장 전체를 연결해 보니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났다. 중국 AI는 미국을 추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만의 완전체 AI를 구축하려 했다. 그리고 그 것을 동남아 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지역, 아직 미국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에, 수출하려 했다.
그래서 모델 기업은 미국의 폐쇄형 AI 기업과 다르게 가중치를 열어 생태계를 넓히고 있었다. '가성비'가 높아야 수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은 결제와 검색, 오피스와 이동을 에이전트 중심으로 다시 짜고 있었다. 아직 중국 내수용인 중국내 플랫폼 기업은 '에이전트'를 무기로 해외로 뻗어가려했다. 전력회사와 통신사는 AI 인프라 사업자가 됐고, 석유회사와 증권사, 우유회사까지 자신들의 운영체계를 AI로 바꾸고 있었다. 지방정부는 컴퓨팅 자원과 실증 공간, 투자와 첫 고객을 제공했고, 스타트업은 그 위에서 수백 개의 산업용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다.
각 부스는 따로 존재했지만,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전시장을 보는 질문을 바꿨다.
누가 미국을 따라잡았는가가 아니라, 중국은 왜 미국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가. 어떤 기업이 가장 앞섰는가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기업과 정부기관의 움직임이 어떻게 하나의 산업 시스템으로 연결되는가. 중국 AI의 현재 수준보다, 이 구조가 앞으로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보기 시작했다.
이번에 정리한 9가지 발견은 행사 자료에서 뽑아낸 유행어가 아니다. 전시장을 걸으며 예상과 달랐던 장면, 기존의 중국관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던 변화, 여러 부스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공통점을 모은 더밀크의 현장 기록이다.
중국의 모델 기업은 왜 성능 1위보다 확산을 택했는가? 왜 모든 대기업이 에이전트를 이야기하는가 왜 휴머노이드는 로봇 회사보다 제조 공급망의 문제로 보였는가 왜 전력회사와 통신사가 반도체 기업보다 큰 부스를 차렸는가? 그리고 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유기업과 민간기업, 스타트업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면서도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는가?
아홉 가지 발견을 하나씩 따라가면 중국 AI를 단순한 기술 추격이나 정부 주도 산업정책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도달한다. 중국은 자신들이 가진 제조업과 모바일 인프라, 국가 조직력과 시장 경쟁을 결합해 미국과는 다른 AI 발전 경로를 만들고 있었다.
더밀크는 이 시리즈에서 중국을 과장하거나 두려움을 키우려 하지 않는다. 중국식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무엇이 움직이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 구조의 강점과 한계를 함께 보려 한다. 그러다보면 중국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더밀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한국인에게 인간 중심의 인텔리전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중국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미국의 전략도 절반밖에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AI 시대의 질서를 만들고 있는 지금, 두 나라를 함께 보지 않고서는 한국이 어디에서 기회를 찾아야 하는지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WAIC 2026에서 확인한 중국 AI의 아홉 가지 발견을 시작한다.
[더밀크 디코드 차이나] WAIC 2026 더밀크의 9대 발견 ①
▶ 서론 : 중국 AI 9대 트렌드
▶ 발견1 : 치인이불치어인, 중국은 그들만의 새판을 짰다
▶ 발견2 : 에이전트가 결제하고 스마트폰을 조작하다
▶ 발견3 : 휴머노이드는 로봇 산업이 아니라 제조업의 재편이다
▶ 발견4 : 중국 AI 칩 국산화의 실체 : 칩해전술
▶ 발견5 : 중국은 ‘AX’라 부르지 않았다… 전력망부터 우유 공장까지 AI로 운영
▶ 발견6 : 카메라도 석유도 커피도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든다
▶ 발견7 : 중국 빅테크는 같은 전쟁을 하지 않는다
▶ 발견8 : 넥스트 AI 빅씽은 여기에서 나온다 : 중국의 AI 스타트업
▶ 발견9 : 중국은 그들만의 AI 문명을 만들고 있었다
▶ 결론 : 그래서 우리는 한국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
발견 1. 치인이불치어인 : 중국은 그들만의 새판을 짰다
"상대를 내가 정한 전장으로 끌어들여라"
'치인이불치어인(致人而不致於人).' 손자병법 허실편에 나오는 말이다. 상대를 움직이게 하되, 상대에게 끌려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먼저 전장에 도착해 적을 기다리는 쪽은 여유가 있지만, 뒤늦게 불려 나온 쪽은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친다. 손자가 승부의 갈림길로 본 것은 병력의 총량만이 아니었다. 어디에서, 언제, 어떤 조건으로 싸울 것인지 누가 결정하느냐였다.
WAIC 2026에서 본 중국 AI 모델 전략이 이 오래된 원칙과 닮아 있었다.
미국이 만들어 놓은 판은 명확하다. 최선단 반도체 공정과 천문학적 컴퓨팅 자본, 프런티어 모델의 벤치마크, 폐쇄형 API를 통한 사용량 과금이다. 엔비디아가 인프라를 쥐고 오픈AI·앤스로픽·구글이 가장 뛰어난 폐쇄형 모델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다. 이 판 위에서 중국은 불리하다. 최상위 GPU를 필요한 규모와 시점에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고, 첨단 공정과 HBM,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도 미국 중심 공급망의 제약을 받는다.
중국은 이 열세를 부정하지 않고 싸움의 조건을 바꿨다. 칩 한 장으로 안 되면 수천 장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묶는다. 폐쇄형 API의 매출로 경쟁하기 어렵다면 모델 가중치를 통째로 공개한다. 미국이 가장 뛰어난 모델 하나를 만들려 한다면, 중국은 가장 널리 깔리는 모델을 만들려 한다.
1-1. 중국은 AI의 안드로이드를 노린다
WAIC 2026 H1 응용·생태관에는 알리바바 큐엔, 딥시크, Z.ai(구 지푸AI)의 GLM, 문샷AI의 키미, 미니맥스, 제웨싱천(StepFun), 센스타임이 '따로 또 같이' 모여 있었다.
각자 경쟁을 한다기 보다 서로 다른 경쟁력을 갖고 '연합군'을 형성, 전쟁을 하는 것 같았다. 전쟁의 상대는, 오픈AI, 클로드 등 미국의 프론티어 모델들다.
출발점과 제품은 달랐지만 전략은 같았기 때문이다. 모델 가중치를 공개하고, 토큰 가격을 낮추고, 중국산 반도체 위에서도 돌아가게 만들고, 기업이 자기 데이터로 고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전략에서 모델은 완성된 소비재가 아니라 다른 기업과 개발자가 새 서비스를 만드는 기반재다.
중국 모델 기업들이 원하는 건 "우리 챗봇을 가장 많이 써라"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든 우리 모델을 기본값으로 써라"에 가깝다.
성과는 뚜렷하다. 큐엔 계열은 2026년 3월 허깅페이스 누적 다운로드 10억 건을 돌파했다. 오픈소스 모델 가문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허깅페이스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LLM 파생 모델의 약 40%가 큐엔 기반이다. 더 결정적인 지표는 오픈라우터의 실제 토큰 소비량이다. 2026년 5월 기준 중국산 오픈웨이트 모델이 전체 토큰 소비의 약 61%를 차지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상위 5개 모델 중 4개가 중국 모델이고, 2년 전 오픈웨이트의 대명사였던 메타의 라마는 순위에서 사라졌다.
딥시크가 이걸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WAIC 현장에서 딥시크는 독립 대형 부스의 주인공이 아니라 전시장 전체의 배경처럼 존재했다.
화웨이 서버, 통신사 클라우드, 스타트업 솔루션 어디에서나 '딥시크 지원'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었다. 딥시크의 경쟁력은 자체 챗봇 사용자 수가 아니라, 다른 기업이 새 서비스를 만들 때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모델이 됐다는 데 있다. 모델이 전시장의 주인공으로 보이지 않는데도 전시장 전체에서 쓰이고 있다는 것, 그게 오히려 플랫폼이 됐다는 증거다.
1-2. 적은 챗GPT나 클로드가 아니라 메타의 '라마'
과거 오픈 웨이트의 대표 주자는 메타의 라마였다. 세계 각국 기업과 연구자가 이를 기반으로 파생 모델을 만드는 개방형 생태계의 중심이었다. 지금 중국 기업들은 더 잦은 출시 주기와 낮은 가격, 다양한 크기와 언어, 산업별 최적화를 앞세워 그 자리를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알리바바 큐엔 계열은 초소형 모델부터 대형 추론 모델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갖춰, 개발자가 클라우드뿐 아니라 PC와 스마트폰, 자동차와 로봇에 맞는 크기를 골라 쓸 수 있다. 애플은 중국내 애플 인텔리전스를 알리바바 큐엔으로 서비스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AI도 중국 내에서는 큐엔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딥시크는 제한된 컴퓨팅 환경에서도 높은 성능을 내는 효율성을, 키미는 초장문맥과 코딩·에이전트 성능을, GLM은 기업의 실제 소프트웨어 작업을, 미니맥스는 텍스트·음성·이미지·영상이 결합된 멀티모달을 각각 앞세운다.
센스타임도 이 흐름에 합류했다. 4월 28일 다중모달 통합모델 SenseNova U1을, 1월 29일에는 추론 특화 모델 센스노바(SenseNova-MARS)를 깃허브에 가중치까지 공개했다.
중국 오픈웨이트 진영은 하나의 모델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로 경쟁하는 여러 모델이 각기 다른 가격과 크기, 기능으로 시장을 나눠 넓힌다.
개발자는 하나의 공급자에 종속되지 않고 골라 쓰거나 조합할 수 있다. 이 경쟁의 결과는 개별 기업의 승패를 넘어 중국 모델 생태계 전체로 축적된다. 더 많은 다운로드, 더 많은 파생 모델, 더 많은 산업 적용, 중국 클라우드와 반도체에 대한 수요, 중국 모델을 기본으로 배운 개발자와 기업의 증가다.
중국이 겨냥하는 상대는 오픈AI 하나가 아니다. 폐쇄형 시장에서는 오픈AI·앤스로픽·구글과 겨루지만, 오픈웨이트 생태계에서는 메타가 쥐고 있던 '세계의 기본 모델' 자리를 가져오려 한다.
그 순간 깨달았다. 그동안 중국 AI를 미국의 기준으로 평가하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이 만든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자체를 바꾸고 있었다.
1-3. 판을 뒤집은 하루: 키미 모먼트
이 전략이 가장 극적으로 증명된 건 대회 개막 당일이었다. 시진핑이 개막 연설을 하던 7월 17일, 문샷AI는 같은 전시장에서 키미(Kimi) K3를 공개했다. 파라미터 2조8000억 개, 컨텍스트 100만 토큰. 공개된 오픈웨이트 모델 중 최대 규모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지능지수 57점으로 클로드 오퍼스 4.8과 GPT-5.5를 앞섰고, 클로드 페이블 5와 GPT-5.6에 사실상 근접했다. 코딩과 에이전트 평가 일부에서는 미국 모델을 넘어섰다. 이 모델의 가중치는 무료로 풀렸다.
핵심은 중국 모델이 모든 평가에서 미국을 압도했다는 데 있지 않다. 미국 최상위 모델에 근접한 성능의 대규모 모델이 공개 가중치와 헐값으로 시장에 풀렸다는 사실 자체였다. 시장은 이를 모델 하나의 출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미국 AI 기업들이 막대한 컴퓨팅 비용을 들여 만든 성능 우위를 높은 API 가격으로 회수하는 사업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시장은 즉시 반응했다. 대만 증시가 6% 넘게, 일본 증시가 4% 넘게 빠졌다. TSMC는 분기 영업이익 77% 증가를 발표한 바로 그날 주가가 7%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고점 대비 18% 이상 밀려 기술적 약세장 문턱에 닿았다. 골드만삭스는 컴퓨팅 스케일링 법칙의 시대가 끝났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시장은 이 사건을 '키미 모먼트'라 불렀다. 벤치마크에서 몇 점 더 얻는 것보다, 비슷한 점수를 낸 모델을 무료로 배포하는 쪽이 시장에는 더 파괴적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중국 AI 모델 기업들의 공통 전략
모델 가중치와 개발 생태계를 개방한다.
사용료와 토큰 비용을 크게 낮춘다.
중국산 반도체와 클라우드에서도 작동하게 한다.
기업이 자체 데이터로 모델을 수정할 수 있게 한다.
개발도상국과 해외 기업이 미국 폐쇄형 모델의 대안으로 채택하도록 한다.
채택된 AI 모델을 무기화한다(예상, 국가주도)
이 전략을 이해하려면 스마트폰 시장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폐쇄적으로 통합해 높은 수익을 만든다. 안드로이드는 여러 제조사와 개발자가 쓸 수 있도록 개방해 더 넓은 기기와 가격대로 퍼졌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이 강력한 폐쇄형 모델을 API로 파는 애플이라면, 중국 기업은 모델 가중치를 공개해 클라우드와 사내 서버, 스마트폰과 자동차, 산업용 장비에 직접 설치할 수 있게 하는 안드로이드 쪽에 가깝다.
중국이 노리는 건 '저렴한 챗GPT 대체품'이 아니라, 수많은 기업과 기기, 산업용 에이전트가 쓰는 AI 시대의 안드로이드가 되는 것이다.
이 전략이 성공하면 모델 자체에서 큰 이익을 내지 못해도 더 중요한 걸 얻는다. 개발자가 중국 모델을 중심으로 도구를 만들고, 기업이 거기에 맞춰 데이터를 정리하며, 중국산 반도체와 클라우드가 그 모델을 실행하는 생태계다. 모델은 무료여도, 모델이 표준이 되면 주변의 클라우드와 컴퓨팅, 산업 솔루션에서 장기적 영향력이 생긴다.
이 전략은 중국 내수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국 폐쇄형 모델은 성능은 높지만 비용이 비싸고, 데이터와 컴퓨팅을 미국 기업 클라우드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자국 데이터와 시스템을 외부 플랫폼에 맡기는 데 부담을 느끼는 정부와 기업도 적지 않다.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은 이 틈을 파고든다. 직접 내려받아 자국 서버에서 돌릴 수 있고, 현지 언어와 산업 데이터로 고칠 수 있고, 미국 모델보다 싸게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중국은 모델 하나를 수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통신망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스마트시티, 결제와 산업 솔루션을 함께 제공할 수 있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이 중국식 디지털 인프라 패키지의 지능 계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의 모델 개방은 상업 전략인 동시에 외교 전략이다. WAIC 개막 하루 전 상하이에서 서명된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에 미국·EU·한국·일본 없이 29개국만 참여한 것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미국 중심 AI 질서와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고, 그 선택지를 채택한 국가가 장기적으로 중국의 기술 생태계에 연결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1-4. 오픈웨이트는 철학이 아니라 전략이다
이 개방을 서구식 오픈소스 철학과 같은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먼저 짚어야 할 건 오픈웨이트와 오픈소스가 다르다는 점이다.
모델 가중치를 공개한다고 해서 학습 데이터와 전체 코드, 학습 과정과 안전 기준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 아니다. 딥시크와 큐엔이 내놓는 건 대부분 완제품(가중치)이지, 그 제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재현할 수 있는 설계도 전체가 아니다.
개방의 논리는 이렇다.
(1) 먼저 무료나 저가로 모델을 배포한다. (2) 기업과 개발자가 이를 써서 제품을 만든다. (3) 파생 모델과 도구가 늘며 생태계가 형성된다. (4) 생태계가 커지면 모델이 사실상의 표준이 되고, (5) 그 표준이 클라우드와 가속기와 데이터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6) 개방은 목적이 아니라 시장과 표준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래서 이 같은 개방 정책은 '데드라인'이 있을 수 있다.
로이터는 지난 7월 7일, 중국 상무부가 최근 한 달간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Z.ai를 불러 자국 최첨단 AI 모델의 해외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프런티어 모델은 아예 공개를 금지하거나 국내 사용으로 한정할 수 있다.
AI 기술 유출을 국가안보 범죄로 규정하는 방안, 중국 내 AI 스타트업에 누가 투자할 수 있는지를 제한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확정된 정책은 아니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생태계가 필요할 때는 열고, 기술 축적이 필요할 때는 공유하고, 시장을 확보한 뒤에는 표준을 만들고, 전략적 가치가 커지면 통제한다. 중국에서 개방과 통제는 모순된 원칙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정책 수단이다.
이번 발견의 핵심
치인이불치어인은 상대보다 힘이 강해야만 가능한 전략이 아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승리 조건을 만들고 상대가 그 조건에 반응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의 AI 기업들이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을 의식해 가격을 내리고 모델 공개 범위를 넓히기 시작한다면, 중국은 이미 상대를 자신이 만든 전장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WAIC 2026의 첫 번째 발견은 중국이 미국의 프런티어 AI를 완전히 넘어섰다는 게 아니었다. 중국은 미국이 만든 AI 경쟁에서 이기려 하기보다, 무엇을 승리로 볼 것인지부터 바꾸고 있었다.
미국은 AI를 발명하고 있다. 중국은 AI를 표준으로 만들고 있다.
AI 시대의 승자는 가장 뛰어난 모델을 만든 나라가 아니라,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모델을 만든 나라일지도 모른다.
[더밀크 인텔리전스 : 디코드 차이나] WAIC 2026에서 본 중국 AI 9대 발견 ②
발견 2. 중국 AI의 공통 언어는 '에이전트'였다
다음 편에서는 WAIC 2026을 사실상 ‘AI 에이전트 쇼’로 만든 중국의 ‘일하는 AI’ 열풍을 분석합니다.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부터 WPS·증권사·전력회사까지, AI가 답변을 넘어 결제하고 문서를 만들며 실제 산업을 운영하는 현장을 생생히 전달합니다.
더밀크가 8월에도 중국에 갑니다! WRC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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