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도 오징어 됐다”... AI 다양성 시대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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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현 2024.03.16 13:34 PDT
“챗GPT도 오징어 됐다”... AI 다양성 시대의 도래
(출처 : DALL·E 3)

[오피니언] 유호현 토블AI 대표
앤트로픽 클로드3 출시... 성능 챗GPT 능가
오픈AI 독주 끝났다... AI 다양성 시대 돌입
“교차 검증으로 AI 환각 해결 가능”

“클로드3(Claude 3)가 챗GPT(ChatGPT)를 오징어로 만들었다.”

정말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다. 오픈AI(OpenAI)에서 퇴직해 창업한 팀이 만든 앤트로픽(Anthropic)이 클로드3 서비스를 전격 출시했다. 디자인도 좋고, 속도도 빠르고, 응답의 품질도 챗GPT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클로드3는 기본 모델(소네트, Sonnet)과 더 좋은 모델인 오푸스(Opus), 하위 모델인 하이쿠(Haiku)로 나뉘는데, 경험적으로는 품질의 차이를 알기 힘들 정도라 유료인 오푸스 모델(월 20달러)를 내고 써야 할 지 의문일 수준이다.

소네트(Sonnet)만 해도 챗GPT 유료 모델인 챗GPT 플러스에 적용되는 GPT-4에 필적하는 수준이고, 오푸스는 GPT-4를 넘어섰다.

클로드3 성능 비교 (출처 : Anthropic)

아직 이미지 생성은 안 되지만,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무료 모델이 오픈AI의 유료 모델보다 성능이 더 좋아져 버린 상황은 챗GPT에도 빠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2023년 3월 GPT-4가 세상에 나온 지 1년이 됐다. 2023년 11월 GPT-4-터보(Turbo)가 공개된 지는 넉 달밖에 안 지났다. 그 와중에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따라오고 있다.

오픈AI가 독주하던 시대가 불과 몇 달 만에 끝나고, AI 다양성의 시대에 들어섰다. 그외에도 수많은 오픈 소스 AI가 나오고 있다. 프로그램 개발용 AI 분야에서는 코그니션랩스가 개발한 ‘데빈(Devin)’이 갑자기 혁명을 이루었다. AI의 코드 작성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단순히 코드를 쓰는 수준이 아니다. 목적을 말해주면 기획을 하고, 설계를 하고, 구현을 한다. 데빈의 작동 영상을 본 한 개발자의 댓글이 인상적이었다.

“이제 진짜 망했다.”

데빈 성능 비교 그래프 (출처 : Cognition Labs)

다양성의 시대가 시사하는 바는 엄청나게 크다. 벌써 AI 발전의 2막이 시작된 것이다. 

1. 경쟁

당연히 다양성은 경쟁을 불러온다. 오픈AI가 이제 GPT-5의 개발을 늦추는 것은 인류의 안전을 위한 선한 선택이 아니라 회사의 존재를 위태롭게 하는 선택이 될 것이다. 본격적인 AI 경쟁은 안 그래도 정신없이 빠른 AI의 발전에 기름을 끼얹을 것이다. 2023년이 놀라움의 한 해였다면 2024는 대재앙에 가까운 변화의 한 해가 되고 있다. 이미 실리콘밸리는 급속한 잡 마켓의 변화로 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2. 환각의 해결

다양성의 강력한 긍정적 효과는 교차 검증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하나의 AI에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그 AI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을 검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쉽게 알 수 없는 법무나 의학 지식에 대한 질문의 경우 그 진실성을 검증하기가 어려운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그렇지만 여러 AI에 물어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5개, 10개의 AI에 물어보고 다수결로 검증을 할 수도 있고, 만장일치로 검증을 할 수도 있다. 

3. 다양한 시각과 개인화

편협한 시각의 위험성은 역사가 증명해 왔다. 지금의 AI는 미국 사람들이 대체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기반하고 있다. 그렇지만 옳고 그른 것은 상대적이다. 미국에서 옳은 것이 이슬람 세계에서, 한국에서, 중국에서, 인도에서 그른 것이 될 수 있다. 성적 다양성과 같은 극단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고, 하루에 잠을 얼마나 자는 것이 좋을까, 어느 뉴스 채널을 보는 것이 좋을까 등등 간단한 의사 결정도 큰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뉴스 채널 추천으로 한 사람의 정치 성향이 바뀔 수 있고, 나아가 정권이 바뀔 수도 있다.

다양한 의사 결정을 위해서 다양한 시각은 필수적이다. 하나의 AI 모델 안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 가치관으로 만들어진 모델들은 우리의 생각을 더 풍성하게 해 줄 것이다. 지금까지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하려면 많은 장벽이 있었다. 문화적, 언어적 장벽이 있었고,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다 관계가 파탄이 날 정도로 서로 싸우는 일도 생기곤 했다. 다양한 AI 모델들이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다.

다양한 의견을 위해서 앙상블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미국, 한국, 중국, 인도, 이슬람, 유럽 모델을 각각 만들어서 같은 질문을 여러 AI에 물어보고, 다양한 시각을 종합해 제시하는 등 다른 관점을 더 편하게 접하게 할 수도 있다. 

역사에서 볼 수 있듯 개발의 시대에는 독주와 무한 경쟁이 진행되지만, 개발이 완료된 시대에는 다양성이 꽃피우게 된다. AI의 빠른 발전은 개발의 시대와 다양성의 시대를 몇 달만에 섞어놓아버렸다. 이제 우리는 특이점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유호현 토블AI 대표 (출처 : 유호현 대표)

유호현 대표는

유호현 토블AI(Tobl.ai) 대표는 업무 자동화, AI와 커뮤니티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2019년 커뮤니티형 정치 데이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를 창업한 바 있다. 실리콘밸리 트위터, 에어비앤비 본사에서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실리콘밸리 전반을 소개한 책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의사 결정 구조를 정리한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 실리콘밸리 기업문화를 적용한 옥소폴리틱스의 스토리를 풀어낸 <옥소 플레이북>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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