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까지 파괴.. 과격행동으론 기후변화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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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a Moon 2022.12.23 00:14 PDT
문화까지 파괴.. 과격행동으론 기후변화 막지 못한다
(출처 : Gettyimages)

유럽 기후 활동가, 명화 테러 및 도로 막기...시민 불복종 운동
제인 구달, 기후 활동가 향한 일침... '부정적 심리, 소외감 일으켜'
인간 자신의 유일한 고향 파괴...지능과 감성의 조화 필요
'세계적'으로 생각 말고 '지역적'으로 생각하라

그들의 화는 이해할 수 있지만, 방법은 용납할 순 없습니다. 자연 세계와 조화롭게 살려고 애쓰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저녁을 먹으러 집을 못가고 아이들을 데리러 갈 수 없게 됐어요. 길을 막고 SNS에 게시물을 올리려고 혈안이 돼있는 활동가들 때문이죠.
제인 구달(Jane Goodall)

최근 유럽에서 기후 활동가들이 벌인 '과격한' 불복종 운동이 역풍을 받고 있다. 도로와 비행기 활주로를 막고, 거장의 명화에 페인트를 뿌리는 등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한다며 벌인 시위가 '범죄 집단'이 벌이는 행동과 유사하기 때문.

지난 12월 22일(현지시각) 독일 기후 단체 '마지막 세대'(라스트 제너레이션)는 도로를 막고 바닥에 접착제로 손을 붙이는 시위를 벌였다. 운송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해 비판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일반 도로 뿐만 아니라 독일 뮌헨 공항 활주로도 난입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항공 운항에 대한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에는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박물관에 전시된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죽음과 삶'에 검은 페인트를 뿌렸다. 석유와 가스 시추 생산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지난 10월에는 클로드 모네의 작품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던지는 시위를 벌였다. 마지막 세대의 한 활동가는 "어린아이들의 죽음보다 어떻게 유리로 보호되는 그림이 망가질까 더 걱정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크리스마스가 코 앞으로 다가온 12월 21일(현지시각) 독일의 '마지막 세대' 활동가들은 독일 수도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의 꼭대기 부분을 2미터 가량 톱으로 잘라냈다.

기후 활동가들은 화석연료 사용이 인류의 종말을 앞당기고 있다는 경각심을 전달하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업무 방해 및 시설물 파괴 행위로 독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제인 구달(Jane Goodall) 환경 운동가는 이 같은 '마지막 세대'의 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정리해봤다.

독일 기후 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 활동가들이 도로를 막고 바닥에 접착제로 손을 붙이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Letzte Generation 트위터)
독일 기후 단체 라스트 제너레이션 활동가들이 독일 수도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의 꼭대기 부분 2m 가량을 잘라냈다. (출처 : Letzte Generation 트위터)

제인 구달, 기후 활동가 향한 일침

(출처 : Bloomberg Quicktake 유튜브 )
(출처 : Gettyimages)

Q. 최근 벌어지고 있는 과격 기후 활동가들의 시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주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 다른 방식으로 (환경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있다.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고,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화는 이해할 수 있지만, 방법은 용납할 순 없다.

자연 세계와 조화롭게 살려고 애쓰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이 저녁을 먹으러 집을 못가고 아이들을 데리러 갈 수 없게 됐다. 길을 막고 SNS에 게시물을 올리려고 혈안이 돼있는 활동가들 때문이다. 그래서 그건 내게 올바른 방법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나는 그들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지만,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Q. 기후 활동가들이 범죄자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그들을 범죄자라고 부르기까지 하진 않겠다. 단지 그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 종족이 매우 길고 어두운 터널의 입구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바로 그 끝에는 희망이라는 조그만 빛이 있다. 우리와 그 빛 사이에는 다양한 장애물들이 있다. 터널 입구에 앉아서 "빛이 곧 내게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 우린 소매를 걷어 올리고, 아래로 기어 들어가고, 위로 올라가는 등 우리와 별 사이에 놓여 있는 모든 장애물들을 피해가야 한다.

가끔 보면 모든 문제를 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자신만의 작고 좁은 터널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림을 전체적으로 보지 않으면 자신의 목표에 성공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간 자신의 유일한 고향 파괴...지능과 감성의 조화 필요

Q. 서로 닮아있는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리와 침팬지 및 다른 동물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엄청난 지능적 발전'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인 생명체가 자신의 유일한 고향을 파괴하고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내 생각에는 영리한 두뇌와 인간의 마음 사이에 약간의 단절이 있는 것 같다.

시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인간은 사랑과 연민의 씨앗을 뿌린다. 나는 진심으로 머리와 가슴이 조화를 잘 이룬다면 인간이 진정한 잠재력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개인 전용 제트기를 타고 다니는 셀럽들에게 그만 타라고 말할 것인가?

아니다.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사람과 대면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사람들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투거나 무엇을 해야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말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마음에 닿는 것이다. 어떻게 마음에 닿을 수 있냐 묻는다면 바로 '이야기를 통해서'다.

한 이야기를 공유하겠다. 어느 큰 다국적 기업의 CEO는 세 가지 이유로 회사를 윤리적 관행을 지키는 곳으로 변화시켰다.

하나는 '천연 자원을 소모하는 속도가 보충하는 속도보다 빠르다'라는 벽에 쓰여진 글 때문에. 두번째는 소비자들의 압박 때문에. 윤리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번째는 자신의 여덟 살 짜리 딸이 학교에서 돌아와서 아빠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아빠, 사람들이 아빠가 하는 일이 지구를 아프게 한대요. 사실이 아니죠, 아빠? 지구는 내 행성이잖아요".

매일매일 우리 모두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선택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생각 말고 '지역적'으로 생각하라

Q. '아무리 내가 재활용을 해도, 고기를 적게 먹어도 달라지는 건 없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들이 말한 걸 지키지 않는 국가와 지도자들을 보며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해주고 싶은가?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라는 말이 있다. 방향이 잘못됐다. 세계적으로 생각하면 무기력해질 수 있다. 오늘날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정치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둘러보면 우울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사람들에게 세계적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이 세계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당신의 지역 커뮤니티 안에서 생각하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무엇에 대해 관심이 있나?'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줘라. 소매를 걷어 올리고, 무언가를 해봐라. 그리고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 봐라.

Q. 사람들이 환경 보호를 위해 쉽게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무엇인가?

식물성 식단으로 쉽게 바꿔보는 것이다. 또 생활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해보는 것도 있다. 사실 사람마다 할 수 있는 게 다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은 이민자 자녀를 돕고 싶어 한다. 이 모든 것은 서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다양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기후 변화를 늦출 수 있고, 건강 관리를 개선할 수 있고, 빈곤을 완화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중요한 건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이상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좋은 소식을 듣는 것만 기다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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