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파는 딜러십도 EV 충전법 모르더라"... 美서 전기차 수요부진 원인

reporter-profile
권순우 2024.04.22 18:14 PDT
"차 파는 딜러십도 EV 충전법 모르더라"... 美서 전기차 수요부진 원인
(출처 : Shutterstock)

[더밀크 애틀랜타] 신재생 에너지 위기 극복 세미나
더밀크-주애틀랜타총영사관-한미동남부상의 공동 개최
SK배터리, 한화큐셀, LG화학 등 미 진출 기업 관계자 패널토의
"경쟁적 시장, 인력 조달, 정책 변화" 등 3대 리스크 요인
연방, 주정부 지원 적극 활용... 대안 모색하며 경쟁력 지속

자동차 딜러십 직원들이 전기차(EV) 충전 지식이 전혀 없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현 EV 수요 감소는 '인프라' 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애론 바이른 SK배터리 아메리카 CPO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신재생 에너지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애론 바이른 SK배터리 아메리카 최고상품책임자(CPO)는 자신의 EV 구매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현대차 브랜드의 전기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언급한 그는 "EV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EV를 판매하는 딜러십에서부터 불편이 시작된다. 경험적으로나 지식적으로 EV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EV를 더 불편하게 여길수 밖에 없다는 의미"라며 "EV 수요가 줄어든 대신 하이브리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로 여겨졌던 전기차, EV배터리, 그리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부침을 겪으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특히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한화큐셀, SK배터리, 현대차 등은 수요 급감이나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감내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구 방안에 나서고 있다.

실제 바이른 CPO는 미국의 현재 배터리 시장 트렌드에 대해 "어떤 모델에 사용될 배터리인지에 따라 상황은 다르겠지만, 전반적인 시장 상황은 굉장히 '변덕스럽다(volatile)'"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트렌드는 EV 전환으로 가고 있다. 속도가 뎌딘 것 뿐"이라며 "다시 모멘텀을 받는 시기가 올 때까지 경쟁력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송명훈 책임, 스캇 모스코위츠 한화큐셀 시장전략 디렉터, 애론 바이른 SK배터리 아메리카 CPO.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미국, 치열하고 경쟁적인 시장... 수요, 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

이날 패널토론는 더밀크와 애틀랜타 총영사관, 그리고 한미동남부상공회의소가 마련한 신재생에너지 세미나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애론 바이른 SK배터리아메리카 CPO, 송명훈 LG Chem 책임, 그리고 스캇 모스코위츠 한화큐셀 시장전략 디렉터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경쟁적인 시장 환경과 전문 인력 부족 상황 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스캇 모스코위츠 디렉터는 "미국에 2019년부터 투자해왔다. 미국에서 가장 큰 태양광 모듈 회사지만, 미국은 매우 경쟁적이고 도전적인 시장"이라고 언급했다.

스캇 디렉터는 "한화큐셀은 미국 태양광 산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25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원자재부터 최종 제품에 이르는 전체 가치 사슬을 구축하면서 전기요금, 정부 혜택 등을 활용해 경쟁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월 미국이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정책적인 변화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양면형 태양광 패널 관세 부과 결정 여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양면향 패널 면제 조항을 삭제하고, 해당 패널에도 관세를 부과해달라는 태양광 기업들의 요청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조치가 취해지면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미국에 생산공장을 갖춘 한화큐셀과 같은 기업들은 수혜가 예상된다.

스캇 디렉터는 "관련 정책은 앞선 트럼프 정권에서부터 바이든 정권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하나의 산업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 인센티브 입법 뿐 아니라 스마트한 무역정책도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세대 배터리 연구를 진행 중인 송명훈 LG화학 책임은 현재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을 '원자재 부족'으로 꼽았다. 송 책임은 "소금바다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솔턴해(Salton Sea) 등에서 원자재를 확보하고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다양한 방식 등이 논의되고 있다"며 "이런 시도들이 성공한다면, 수년 래 상용화를 기대해볼만 하다"고 전망했다.

18일 조지아텍에서 열린 신재생에너지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패널토의에 집중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인력 문제는 가장 큰 이슈... 주정부와 파트너, 한국에 직원 보내기도

인력 문제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다. 전기차 배터리나 태양광 산업의 경우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훈련을 받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을 교육하면서 유지해야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바이른 CPO는 "조직에 훌륭한 관리자를 영입 하더라도 일부는 자동차와 관련한 경험이 없을 수도 있다. 또 해당 분야에서만 활용하는 전문 용어에 대한 지식도 없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SK배터리는 조지아주에서 운영하는 인력 프로그램 '퀵 스타트'를 성공적인 모델로 꼽았다. 바이른 CPO는 "공장의 시간제 인력에 대한 초기 온보딩에서부터 다양한 조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옵션을 제공하는 '조지아 퀵 스타트'를 파트너 삼아 인력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캇 한화큐셀 디렉터 역시 "태양광 분야를 경험한 직원이 없었다. 모두가 태양광을 새롭게 접한 인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지를 봤다. 조지아 북서부 지역은 큰 제조업체가 다수 있기 때문에 공장이 들어서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많은 인력을 한국으로 보내서 교육시키고 훈련 시키는 방법으로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퀵스타트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차 제조 교육을 받고 있는 교육생들. (출처 : 조지아주 퀵스타트 프로그램 )

"기술 혁신 지속, 자동화 도입해 효율성 개선하는 노력도..."

미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기술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가고 있었을까.

스캇 디렉터는 "태양광 산업의 기술은 성숙해졌다. 현재도 비용 경쟁력이 있고 20년 워런티를 제공할 정도로 신뢰높은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면서도 "중국과 비교하면 의미있는 경쟁을 벌이고는 있지만 정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기술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큐셀은 '탑콘(TOPCon)'이라는 새로운 셀 기술을 통해 다음 세대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스캇 디렉터는 "이론적으로 기존 효율성을 23~24%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면"고 말했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바이른 CPO는 "EV 산업에서 지속 가능한 공급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비용, 수명, 에너지밀도 등 플랫폼이나 고객사가 원하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는 수요와 변동성이 매우 큰데 매월 수요가 급변하기 때문에 재고 리스크로 인한 시장 동향 파악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공장 자동화를 통한 효율성도 주제로 다뤄졌다.

바이른 SK배터리 CPO는 "현재 조지아주에 1공장과 2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1공장도 상당히 자동화가 이뤄져 있지만, 2공장이 보다 더 자동화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을 낮추면서 효율성을 개선하는 일이 중요한데, 자동화 만큼이나 '병목 현상'을 어떻게 더 빨리 해소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며 "이 분야에서 스타트업이나 중소, 중견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지아주에 있는 SK배터리 공장 전경 (출처 : SK배터리 페이스북)

회원가입 후 뷰스레터를
주 3회 무료로 받아보세요!

단순 뉴스 서비스가 아닌 세상과 산업의 종합적인 관점(Viewpoints)을 전달드립니다. 뷰스레터는 주 3회(월, 수, 금)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