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스의 극단적 실험: AI 전환기, "100% 전환과 신뢰가 핵심"
AI 도입 여부가 기업가치를 가른다: 광고업계 양극화 충격
2만3천명 전직원에 AI 인증 강제…하바스의 파격 실험
“77% 브랜드는 사라져도 무관”…AI 시대에 더 강해지는 브랜드의 조건
“채용 없이도 성장 가능”…AI 도입의 명암과 AI 시대의 생존 조건
AI 도입 여부가 기업가치를 가른다: 광고업계 양극화 충격
AI가 실물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최근 광고 대행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는 단순히 AI라는 기술을 도입한 것에서 벗어나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되고 있다.
6일(현지시각) CES2026 기조연설에서 하바스 그룹의 야닉 볼로레 CEO는 AI 플랫폼 'AVA'를 공개하며 "지난 18개월간 업계 내 최고 성장 기업과 최저 성장 기업 간 격차가 10%에 달했다"고 밝혔다.
하바스는 1835년 설립된 세계 6위의 광고 그룹으로 크리에이티브와 미디어, 그리고 헬스 부분 등에 2만 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의 대기업이다.
하바스가 제시한 수치는 이례적이다.
광고업은 전통적으로 GDP 성장률과 연동되며 업체 간 성과 차이가 2~3%를 넘지 않는 안정적 산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원인은 명확하다. 바로 AI의 도입 여부다.
하바스는 최근 업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과거 비둘기를 날리는 전서구 통신 서비스로 시작했던 190년된 이 기업이 미디어 혁명을 거치며 살아남아 지금 AI를 중심으로 조직 전체를 재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볼로레 CEO는 "AI 전환 능력이 시장 점유율을 결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하바스가 데이터, 기술, AI 분야에 6억 유로를 투자하고 추가로 4억 유로를 투입할 계획임을 밝혔다. 목적은 전 직원의 'AI 전문가화'다.
2만3천명 전직원에 AI 인증 강제…하바스의 파격 실험
하바스가 AI 및 기술, 데이터에 투자하는 10억 유로는 2024년 기준 하바스 전체 매출의 약 37%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의 방향이다. 하바스는 단순히 AI 도구 구매가 아닌 조직 전체의 재설계에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볼로레 CEO는 전체 직원 2만 3000명을 대상으로 AI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리더십 회의 참석 조건을 'AI 숙련도 인증 보유'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선택이 아니라 강제다.
볼로레가 강조한 핵심은 명확하다.
'AI를 사용하는 에이전시가 AI를 사용하지 않는 에이전시를 대체할 것'이라는 단언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으로 우위에 선다는 것이 아니다. 업계 전체가 거대한 전환기에 서 있고 AI 도입 여부가 생사여탈권을 지닌다는 의미다.
볼로레 CEO는 3D 제작 방식에서 AI 기반 제작으로 전환하면서 제작 비용을 15~50% 절감했다고 밝혔다. 라쿠텐과 로레알, 그리고 르노 등 주요 클라이언트에 이미 적용됐다.
현장에서는 자원자의 사진 한 장으로 15분 만에 할리우드 스타일 영화 예고편을 제작하는 시연이 진행됐다. 볼로레 CEO는 "과거 이런 제작물은 수십만 달러의 비용과 수 주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AI 전환기'의 한 가운데에 있는 지금, '디지털 전환기' 당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볼로레 CEO는 AI 전환 전략의 배경으로 15~20년 전 디지털 전환기의 실패를 언급했다. 그는 "당시 디지털 담당자는 전통 미디어가 죽었다고 했고, 전통 담당자는 디지털이 유행일 뿐이라고 했다"며 "결국 내부 분열로 통합에 실패한 기업들이 퇴출됐다"고 말했다.
이에 하바스가 선택한 방향은 '전사적인 AI 전문가화'였다.
볼로레 CEO는 "AI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라며 "100%의 직원이 AI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도입 이후 리더십 방식이 바뀌었다"며 "기술 전문가가 아니어도 자연어로 코딩할 수 있게 됐고, 제품 세부 사항에 더 깊이 관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77% 브랜드는 사라져도 무관”…AI 시대에 더 강해지는 브랜드의 조건
이날 공개된 AVA는 GPT-5, 클로드, 제미나이 등 주요 대형언어모델(LLM)을 통합한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이다. 단일 프롬프트로 하바스의 전체 지식 베이스에 접근해 잠재 고객 분석 및 기회 식별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보안, 규정 준수,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내장됐고 코드 없이 에이전트 구축도 가능하다. 하바스는 독자 플랫폼인 '컨버지드 AI'를 기반으로 AVA를 구동한다.
볼로레 CEO는 AVA에 대해 "5년 후가 아니라 올해 당장, 직원들이 노트북을 열면 가장 먼저 만나는 업무의 중심축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며 AI 채택이 시급한 문제임을 강조했다.
하바스는 AI 기술을 보유한 다양한 기업과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하바스는 에이전트 전문 기업인 에코 및 생성형 AI 페르소나 기술 보유 기업인 버브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과거 수 주가 걸리던 소비자 리서치를 실시간으로 수행하고 Gen Z 페르소나를 생성해 캠페인을 즉시 테스트할 수 있다.
볼로레 CEO는 이에 대해 "과거 페르소나 연구는 비싸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이제 생성형 AI로 다양한 소비자 반응을 즉각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볼로레 CEO는 AI 시대에는 브랜드의 신뢰가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는 하바스의 자체 연구를 인용해 ""브랜드의 77%는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AI 시대일수록 브랜드의 신뢰는 더욱 강력해진다"고 강조했다. 볼로레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 어려운 세상에서 브랜드는 신뢰를 가져다준다"며 "라디오, TV, 인터넷, 모바일, 소셜을 거치며 마케팅 인력은 증가했고 브랜드 건강도는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하바스는 SEO(검색엔진 최적화)와 유사한 개념인 GEO(생성 엔진 최적화) 분석을 진행 중이다. 볼로레 CEO는 "분석 결과 브랜드는 이 새로운 혁명에서 더 강하게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채용 없이도 성장 가능”…AI 도입의 명암과 AI 시대의 생존 조건
볼로레 CEO는 AI 도입의 세 가지 위협 요소를 제시했다.
첫째, 일자리 감소다. 그는 "일부 직업은 AI로 인해 불필요해질 것"이라며 "하바스는 현재 신규 채용 없이도 연간 2~3%의 성장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둘째, AI의 환각(Hallucinations) 현상이다. 볼로레 CEO는 "1~2%의 오류율도 클라이언트 발표 시 치명적일 수 있다"며 "종합적인 프롬프트를 통해 오류를 제한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셋째, 데이터 프라이버시다. 그는 "클라이언트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하여 유출되면 재앙"이라며 "AVA에 보안과 규정 준수 기능을 내재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볼로레 CEO는 개인적 AI 활용 경험도 공유했다. 그는 "초기에는 이메일 요약, 문서 번역 등 생산성 향상 도구로 사용했다"며 "프롬프트 학습 후 AI는 단순한 비서를 넘어 '사고 파트너'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CEO로서 명확한 비전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며 "네 딸을 둔 아버지로서 십대 딸들을 이해하는 데도 AI가 기여해 더 나은 아빠가 됐다"고 덧붙였다.
자녀의 AI 활용에 대해서는 "일부 학생은 숙제를 AI에게 맡기지만 이는 시간 낭비"라며 "스마트한 학생은 시험을 복기하고 더 잘할 방법을 AI에게 묻는다"고 설명했다.
볼로레 CEO는 하바스 문화의 핵심으로 '호기심'을 꼽았다. 그는 "오만함을 피하고, 성공하더라도 스스로를 재창조해야 한다"며 "지금은 빠르게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신규 클라이언트가 하바스를 선택한 이유는 "100% 당신의 팀과 도구 때문이었다고 답변했다"며 최고의 팀과 최고의 AI 도구를 결합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AI 회사가 되고 싶더라도 인간의 창의성으로 연료를 공급받아야 한다"며 "이 둘 사이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더밀크의 시각: AI 시대, “신뢰 없는 브랜드는 살아남지 못한다”
하바스의 사례는 AI가 단순히 기술 사회에서 나와 실물 경제 주체들에게 '파괴적'인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지식 노동의 가치가 근본적으로 재평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시장이 'AI 승자'와 'AI 패자'를 명확히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AI 전환 능력이 기업 가치의 핵심 지표로 떠오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비용 절감이 아니라 가치 창출을 재정의한다는 것이다.
하바스가 말하는 50%의 비용 절감은 물론 매력적이지만 진짜 목표는 대형 클라이언트와 장기적으로 비전을 함께 개발하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한 공급업체에서 전략 파트너로의 전환, 이것이 AI 시대의 프리미엄이다.
이제 지식은 희소성이 사라졌다. AI는 정보의 접근 비용을 무한히 낮췄고 정보 그 자체는 이제 더 이상 희소재가 아니다. 대신 AI를 사고 파트너로 활용해 복잡한 문제를 구조화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능력이 새로운 희소재가 됐다.
하바스가 전 직원의 AI 인증을 '강요'한 것은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합리적이다. 선택적인 AI 도입이 아닌 전사적 AI 도입이 사내 갈등과 내부 분열을 최소화하고 AI 채택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통찰은 어쩌면 '신뢰'다.
볼로레는 AI가 콘텐츠 생산 비용을 무한히 낮추고 이로 인해 정보 과잉이 극대화되는 현실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임을 강조한다. 딥페이크와 AI 환각으로 '무엇이 진실인지' 판별하기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일관된 품질과 퀄리티의 신뢰를 제공하는 소수의 브랜드는 프리미엄을 독점한다.
AI는 인간의 '창의성'과 브랜드의 '신뢰'가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