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큐셀이 미국 초등학생을 공장으로 초대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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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3.11.05 01:19 PDT
한화큐셀이 미국 초등학생을 공장으로 초대하는 이유는?
기아 트레이닝 센터에서 열린 인력 개발 포럼에서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출처 : 한미동남부상공회의소 )

[미국 제조업 인력 개발 포럼] 미국 진출 어떻게 할 것인가?
"인력문제, 커뮤니티에 해답, 기업 효과적으로 브랜딩하라"
AI 등장, 신기술 교육 고민... "테크니컬 칼리지와 협업하라"
인력 지키는 노력 중요... "문화 차이, 세대간 다름 이해해야"
미국 진출, 공장 설립... BPO가 답이다

인력 시장이 매우 경쟁적이다. 우리는 서로의 인재를 훔치고(Stealing) 있다.
스캇 벨 한화큐셀 카터스빌 공장 HR/EHS 부문 부사장(VP)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시에 위치한 기아 트레이닝 센터에서 열린 '인력 개발 포럼(Workforce Development Forum)'. 패널로 스캇 벨 한화큐셀 카터스빌 공장 HR/EHS 부문 부사장(VP)은 현 인력 시장의 경쟁적인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현재 조지아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제조업이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다. 특히 SK배터리, 현대차의 미국 첫 전기차(EV) 공장,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한화큐셀 등 한국 대기업들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제조업 특성상 적게는 수백에서 수천 명의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격을 갖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기업 간 '쟁탈전'이 이어지고 있다.

벨 부사장은 "좋은 인력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기업에서 얼마의 급여를 제공하는데서 끝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얼마의 임금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대화로 시작할 수는 있지만, 결국 주거와 자연, 부대시설, 학교와 같은 커뮤니티에 대한 주제가 주가 된다. 인력 문제는 기업과 지역사회 모두가 협업해야 해결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미 남동부 지역 자동차 제조업체와 협력사 관계자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행사는 한미동남부상공회의소(회장 김재천), 조지아자동차제조업협회(회장 릭 워커)가 주최하고, 애틀랜타총영사관, CEF 솔루션이 후원했다.

포럼은 지역 경제개발국 입장에서 바라본 제조업 인력문제와 인프라, 그리고 조지아에 진출한 제조기업들이 바라본 '다음 세대 인력 개발' 등 두 개 세션으로 나눠서 진행됐다. 대기업 제조사와 협력사, 그리고 지역사회가 어떻게 해야 인력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지역 경제개발국과 기업 관계자들이 인력 턴오버를 줄이고, 실력을 갖춘 인재를 유치하고, 앞으로의 인력 개발을 위해 꼽은 핵심 요인은 커뮤니티, 기술 교육, 그리고 문화 등 세 가지로 요약됐다.

한미상의 주최 인력개발 포럼 참가자들이 패널 토의에 집중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1. "인력문제, 커뮤니티에 해답...기업을 섹시하게 브랜딩하라"

포럼 패널 참가자들은 현 인력문제의 해결책으로 '지역 사회'로의 투자와 '동반 성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리사 내쉬 한화큐셀 달튼 공장의 인사팀장(Head of HR/EHS)은 제조업 일자리의 특성이 다른 업종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 투자하면서 제조기업을 브랜딩 하고, 제조업을 장려하고 촉진해야만 나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쉬 팀장은 "젊은 세대는 교통, 주택 등 일과 접근성이 높은 지역에 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며 "제조회사를 브랜드화하고, 섹시하게 만드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화큐셀은 인근 지역 초등학생들을 초청해 공장을 투어 한다. 자동화를 기반으로 한 공장의 로봇 등을 소개하면서 제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교육기관과 학부모, 지역사회로부터 우리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인력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캇 부사장도 "처음에 한화큐셀에 입사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도 몰랐다"며 "일반 소비자에게 바로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라면 홍보가 아니라 교육이 필요하다"며 "프로덕트가 아니라 프로덕트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이 과정 속에서 인력의 중요성, 환경을 중요성과 같은 흥미로운 메시지를 지역사회에 전달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역 경제개발국은 인프라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건 리차드슨 웨스트포인트 시 경제개발국장은 "기아 공장이 들어서기 전인 15년 전 시의 실업률은 15%에 달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투자가 이뤄지면서 7000여개 일자리가 창출됐다. 인구의 2배"라고 설명했다. 과거 작은 도시에서 심플한 라이프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시를 찾는 사람들, 그리고 거주자들을 위해 어떻게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새론 힐 헨리 카운티 개발국 매니저도 동반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세대가 달라졌기 때문에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는 일, 관리하는 일이 모두 새로워졌다"며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곳에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가져오는 일이 중요하다. 커뮤니티와의 조화로운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천 상의 회장은 "기업이 커뮤니티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활동은 인력개발 차원에서 비용을 낭비하고 시간을 버리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마케팅 회사에 구인광고를 위해 수천달러를 지출하는 일보다 스마트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기아 트레이닝 센터에 인력 개발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2. AI 등장, 신기술 교육 고민... "테크니컬 칼리지와 협업하라"

생성A 등장과 확산은 제조업계에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되고 있었다. AI 등 신기술을 체험한 세대들이 제조업에 유입되고, 공장 자동화로 인해 업무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제조업 특성상 생성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바로 접목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변화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리사 팀장은 "우리는 아직 AI로 인한 인력 구조에 변화는 없다"면서도 "기술에 대해 인지하고, 변화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라고 말했다.

JB 윤 지누스(Zinus) 인사팀 디렉터는 "일부 관리 부서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직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보안 우려상 회사 내부정보를 입력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침 정도만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계는 빠른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완성차 제조사나 협력사를 위한 트레이닝을 제공하는 조지아 퀵스타트의 스티브 대니얼 국장은 "최근 새롭고 공장을 건설한 기업의 산업군을 보면 전기차나 배터리와 같은 새로운 분야"라며 "신기술로 인해 교육 프로그램의 트렌드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테크놀로지 사이클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기술적으로 현재 AI를 공장에 직접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라인에 로봇을 도입하면서 자동화가 보편화되고 있다. 새 기술을 이해하고, 도입하려는 노력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니얼 국장은 "지역의 기술전문 대학이 기업의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협력할 수 있다"며 "언제든 문의하라"고 당부했다.

기술 변화로 인해 기업의 온보딩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전기차 트럭 제조업체인 리비안의 나나 댄소 인력개발 부문 시니어 매니저는 "10년, 20년을 제조업체에서 일했다고 해도 이제 그 경험이 도움이되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직원이 처음 입사하면 부품 대신 랩탑부터 보여 준다. (공장 라인에서 일하더라도) 컴퓨터 활용에 대한 리터러시가 높아야만 한다"며 "리비안도 온보딩에서 이런 부분을 강조한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스티브 대니얼 조지아 퀵스타트 국장이 AI등장으로 인해 달라진 트레이닝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3. 인력 지키는 노력 중요... "문화 차이, 세대간 다름 이해해야"

문화적 차이와 세대 간의 다름을 이해하는 노력도 인력 개발에 있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참가자들은 강조했다. 특히 인력 유치뿐 아니라 기존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이런 이해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포럼에 참가한 한 인사팀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도 관리팀의 두 명이 지금 이 포럼에 참가한 다른 대기업으로 최근 이직했다"며 "급여 수준을 물어보니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조지아주는 대기업들이 진출,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기존 인력을 지키는 일도 시급한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가구 회사인 지누스는 한국에서 진출한 기업이다. 현재 영어만 사용하는 미국인 직원과, 한국에서 온 주재원, 그리고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현지채용 한국인 직원 등 문화가 다른 세 개 그룹이 공존하고 있다.

이 회사의 인사팀을 담당하고 있는 JB 윤 디렉터는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 일단 우리 구성원들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포커스그룹을 정하고, 다른 문화권의 구성원들 간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소통을 통해 서로가 무엇이 다른지를 인정하고, 이해한 뒤에 소통하는 방식이나 일하는 방식을 수정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디렉터는 "기업 입장에서 직원들이 우리 회사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일이 유출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며 "기업은 직원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활동을 지속해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MZ세대의 등장은 제조업 인력 관리 차원에서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 내쉬 팀장은 "지금 일하는 방식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 또 미래에 일하는 방식은 또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제조 인력간 세대차로 인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팬데믹 이후 시프트 체제로 돌아가는 제조업 환경에서도 각자의 옵션을 원하는 직원들이 등장했다. 6시간 시프트를 어떻게 조정해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명성을 지키는 것과 임직원들의 참여가 인력 이탈을 막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모든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해당 결정이 왜 나왔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캇 부사장은 " 다양한 액티비티를 통해 문화적 차이와 세대 간 갭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비즈니스 결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는데 결과와 관계없이 기업에는 도움이 된다. 참여도를 높이면 충성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4. BPO가 답이다.

존 조 CEF 이사가 BPO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포럼에서는 제조업 환경에서의 인력개발 동향과 솔루션을 제시하기도 했다.

뉴저지에 본사를 둔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 기업인 CEF 솔루션은 이날 '제조업 인력 개발을 위한 BPO 모델'을 주제로 강연을 제공했다.

존 조 이사(VP of Business Enablement)에 따르면 최근 제조업 환경은 자동화가 보편화되면서 생산과 공정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를 찾고 있다. 또 생산 직군을 포함한 여러 직무에서 교육이 더욱 자주 이뤄져야 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BPO로 불리는 아웃소싱 서비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 이사는 강조했다. BPO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2600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고, 미국에서만 900억달러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조 이사는 "기존 인력 아웃소싱의 경우, 인력을 제공하고 관리의 측면을 고객사가 계속 부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웃소싱과 함께 포괄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재 조달과 보존 관리, 생산관리, 교육과 퀄리티 매니징, 데이터 분석 등을 제공하면서 전반적인 관리를 제공하는 한편, 고객사는 운영을 위한 거버넌스 측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는 것이다.

조 이사는 "현재 글로벌 소비자 가전 브랜드를 포함한 기존 고객과 제조 부문을 포함한 다양한 기타 산업 부문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일관성을 통해 효율성을 최대 40%까지 향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력개발 포럼에서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섰다. (출처 : 한미상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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