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팰런도 놀란 구글 픽셀 10… 초개인화 AI의 미래를 열다
[메이드 바이 구글] 픽셀 10 프로, 픽셀 10 프로 폴드 등 신제품 공개
‘매직 큐’ 반응 넘어 예측으로… 에이전틱 AI 기반 초개인화
온디바이스 AI 잠재력… 60% 강력해진 텐서 G5 칩이 핵심
영어-스페인어 실시간 통화 시연… ‘카메라 코치’ 기능 관심
더밀크의 시각: AI 하드웨어 시대 준비하는 구글
“지미, 오늘 저녁 식사 어디에서 하기로 했지?”
미국 인기 토크쇼 ‘투나잇 쇼’의 MC 지미 팰런이 스마트폰 메시지앱을 열자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쿠바 레스토랑 이름 ‘코펠리아(Coppelia)’가 떴다.
메시지 발신인 정보(릭 오스터로 구글 하드웨어 수석부사장), 메시지 수신 날짜 및 시각, 레스토랑 예약 확인 이메일 등을 종합해 AI가 자동 답변을 생성한 것. 팰런은 레스토랑을 예약한 기억을 떠올린 후 이메일, 캘런더 앱을 추가로 검색하지 않은채 전송 버튼만 눌러 1초 만에 답변을 완료할 수 있었다.
20일(현지시각) 발표된 구글의 신형 스마트폰 ‘픽셀 10 프로(Pixel 10 Pro)’에 새롭게 적용된 ‘매직 큐(Magic Cue)’ 기능이 이런 작업을 가능하게 했다.
구글이 이날 오후 뉴욕 브루클린에서 진행한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 행사는 단순한 제품 출시 행사를 넘어 AI 디바이스의 미래를 보여준 이벤트였다. 핵심은 기술이 사용자 요구에 반응(reactive)하는 단계를 넘어 사용자의 필요를 미리 ‘예측하고 제안(proactive)’하는 단계로 전환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매직 큐’ 반응 넘어 예측으로… 에이전틱 AI 기반 초개인화
이날 무대에서 매직 큐 실시간 시연(Live Demo)을 선보인 지미 팰런은 “환상적”이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매직 큐가 문자 그대로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초개인화 AI 비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스터로 수석부사장이 “레스토랑에 전화해서 예약 시간을 좀 미뤄줄 수 있어?”라고 추가 메시지를 보내자 매직 큐는 해당 레스토랑에 바로 전화할 수 있는 버튼과 함께 “물론이지”와 같은 답변 예시를 제시했다. 사용자가 레스토랑 전화번호를 검색하지 않아도 AI가 메시지 내용을 파악해 알아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고, 메시지 답변 내용도 대신 작성해 줬다.
팰런은 그저 AI 비서가 제시해 준 선택지 중 맘에 드는 걸 골라 누르기만 하면 됐다. 메시지 창을 끄고 다른 앱을 켜거나 타이핑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AI가 사람을 대신해 일부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실제 제품으로, 그것도 모바일 기기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타일러 쿠글러 구글 프로덕트 매니저는 “스마트폰으로 더 많은 일을 할수록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여러 앱을 뒤지는 일이 많아진다”며 “매직 큐는 지메일(Gmail), 캘린더, 스크린샷, 메시지 등 여러 앱을 연결, 관련 정보를 선제적으로 표시하고 필요할 때 유용한 작업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수십 억 명의 사용자 기반을 보유한 구글의 강력한 앱 생태계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초개인화를 위해서는 사용자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구글은 이미 이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이어 “언제든지 매직 큐를 켜거나 끌 수 있으며 액세스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어할 수 있다”며 “안전하고 비공개적으로 실행된다”고 강조했다.
온디바이스 AI 잠재력… 60% 강력해진 텐서 G5 칩이 핵심
구글이 혁신적인 AI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보안 성능을 강조할 수 있는 배경에는 자체 개발한 픽셀용 5세대 프로세서 ‘구글 텐서 G5(Tensor G5)’가 있다.
클라우드 등 외부로 데이터가 공유되지 않고, 강력한 성능의 내장 칩으로 스마트폰 내에서 AI 연산이 완료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는 것이다.
제시 시드 구글 그룹 프로덕트 매니저는 “텐서 G5는 최신 제미나이 나노(Gemini Nano) 모델을 실행하는 최초의 칩”이라며 “구글 딥마인드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으로 다양한 온디바이스 생성 AI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에 따르면 텐서 G5는 최대 60% 강력해진 TPU(텐서처리장치)를 포함하고 있으며 CPU도 전 세대 칩인 G4 대비 34% 빨라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AI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28년에는 칩셋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AI 기반 기능에 대한 소비자 수요 증가에 힘입어 AI 기능 탑재 스마트폰 출하량 점유율이 5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글이 하드웨어 제조 역량에서 삼성을, 강력한 생태계 충성도에서 애플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구글은 경쟁의 장을 자신들에 가장 유리한 AI로 옮기고 있었다. 이번 픽셀 10 발표에서 프로세서와 온디바이스 AI의 ‘지능 수준’을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영어-스페인어 실시간 통화 시연… ‘카메라 코치’ 기능 관심
실제 활용도 측면에서 유용한 AI 기반 신기능도 다양하게 공개됐다.
매직 큐 외에도 개선된 실시간 음성 번역 시연이 큰 호응을 얻었다. 팰런은 멕시코에 있는 시연자와 전화 통화를 하며 영어와 스페인어로 대화를 진행했는데, 각자에 익숙한 언어만으로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었다.
특히 픽셀 10에 탑재된 텐서 G5 칩 기반으로 각 화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음성 번역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팰런의 목소리로 스페인어 통역이 이뤄진 것이다.
구글은 “상대방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언어 장벽을 허물 수 있다”며 “음성 번역은 스페인어, 독일어, 일본어, 프랑스어, 힌디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스웨덴어, 러시아어, 인도네시아어로 영어를 번역하거나 영어에서 반대로 번역할 때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카메라 코치(Camera Coach)는 제미나이 모델을 사용, 새로운 아이디어에 영감을 주고 이전에 고려하지 않았던 사진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예컨대 카메라앱을 켜고 피사체를 비추면 AI가 “피사체에게 카메라를 바라보도록 요청하세요.”, “피사체 쪽으로 더 가까이 이동하세요.”, “카메라를 좀 더 낮추세요.” 같은 실시간 메시지를 통해 더 나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말로 사진을 수정할 수 있는 에딧 바이 애스킹(edit by asking) 기능도 흥미로웠다.
더밀크의 시각: AI 하드웨어 시대 준비하는 구글
구글은 이번에 공개한 픽셀 10, 픽셀 10 프로, 그리고 대화면 모델인 픽셀 10 프로 XL, 폴더블 스마트폰인 픽셀 10 프로 폴드 네 가지 모델 모두에 차세대 AI 칩인 텐서 G5 온디바이스 AI 모델 제미나이 나노를 동일하게 탑재했다.
특정 고가 모델에만 AI 기능을 집중하지 않고, 모든 구글 하드웨어 사용자에게 일관된 고성능 AI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철학을 담은 것이다. 최대한 많은 사용자들이 구글 AI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결국 사용자가 더 좋은 AI 경험을 찾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이는 스마트폰 이후 스마트 안경 등 미래 AI 기반 스마트 디바이스 시대를 준비하는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스마트 안경 분야에서도 결국 핵심 차별화 포인트는 AI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시장의 역사를 보면 하드웨어 성능은 결국 평준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구글은 이번에 픽셀 10 프로 폴드에서 이전 세대보다 2배 더 견고해진 새로운 ‘기어리스 힌지(gearless hinge)’를 적용하고, 폴더블폰 최초로 IP68 등급의 방수·방진을 지원하는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놀라운 개선을 보여줬다. 하드웨어는 다소 늦더라도 따라잡을 수 있지만, 거대한 고객 기반과 데이터 기반으로 고도화한 AI는 쉽게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을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픽셀폰 외에 단독 위성 통신 기능을 지원하는 ‘픽셀 워치 4’, ‘픽셀 버즈 2a’, 개방형 협업 무선 충전 표준인 ‘Qi2’ 기반 무선 충전기 ‘픽셀스냅(Pixelsnap)’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하드웨어 시대를 맞아 액세서리 라인을 조금씩 넓혀가며 구글 생태계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