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어떻게 증시 뒤흔들었나...빌 황, 탐욕의 ‘마진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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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1.03.29 20:15 PDT
[분석] 어떻게 증시 뒤흔들었나...빌 황, 탐욕의 ‘마진거래’
(출처 : Shutterstock)

‘아케고스’ 마진 콜 여파에 비아콤CBS 등 급락
노무라, 20억달러 손실... 크레딧 스위스도 피해
한국계 이민 2세... ‘새끼 호랑이’로 불려
내부자 정보 이용 적발되기도... 규제 피해 ‘위험 투자’

29일(현지 시각) 미국 유력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 1면에 한 동양계 남성이 등장했다. 입술을 꽉 다문 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중년 남성.

한때 ‘새끼 호랑이’로 불리며 미국 헤지펀드 업계를 주름잡았던 빌 황(Bill Hwang)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Archegos Capital Management, 이하 아케고스) 설립자다. 그는 지난 26일(금) 발생한 대규모 블록딜(주식 대량 매매)의 주체로 밝혀지며 큰 주목을 받았다. 블룸버그, CNBC 등 미국 주요 경제 매체들이 일제히 그와 아케고스에 관한 보도를 쏟아냈다.

아케고스는 어떻게 주식 시장을 흔들었나

이날 미국 증시에서는 미국 미디어 업체 비아콤CBS(티커: VIAC), 중국 교육 서비스 업체 GSX테크듀(GSX)가 각각 6.68%, 18.53% 급락했다.

이 업체들은 투자업체 아케고스가 보유했다가 매각한 종목 중 일부다. 아케고스는 지난 금요일 200억달러(약 22조6500억원)어치의 주식을 한꺼번에 매각해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통상 블록딜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 외 거래를 주로 활용하는데, 이 경우 장중에 블록딜이 진행됐다. 갑자기 쏟아진 매도 물량에 비아콤CBS는 하루만에 27.31% 폭락했고, 디스커버리 홀딩스(DISCB), 아이치이(IQ), 파페치(FTCH) 등 다른 종목들도 크게 빠졌다. 이날 증발해버린 관련 기업 시가총액만 35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했다.

월스트리트 전경 (출처 : shutterstock)

마진거래가 원인… 블룸버그 “역대 최대 수준 마진 콜”

아케고스가 급하게 주식을 팔아치운 데는 이유가 있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케고스는 “돈을 채워 넣으라”는 역대 최대 수준의 ‘마진콜(margin call)’을 요구받았다. 마진콜이란 빚을 내 투자하는 ‘마진거래(margin trading)’에 등장하는 용어다.

마진거래란 소액의 증거금만 내고 나머지는 빌려서 투자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100만원을 주고 산 주식이 110만원으로 올라 10만원을 벌었다면 수익률이 10%가 되지만, 증거금 10만원만 내고 같은 주식을 산 경우 수익률이 100%가 된다. 차입금 등 빌린 돈으로 이익률을 높이는 이른바 ‘레버리지 효과’다.

문제는 자산 가치가 하락할 때 발생한다.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방식이라 위험성이 매우 크다. 100만원을 주고 산 주식이 90만원으로 떨어졌다면 10% 손실이지만, 10만원(증거금)으로 산 경우 투자 원금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증거금이 부족할 경우 마진 거래를 중개한 중개업체가 마진 콜을 요구하고, 증거금을 채워 넣지 못할 경우 투자한 주식(담보)을 강제로 일괄 매도(반대매매)하게 된다.

여진 계속… 노무라, 20억달러 손실

아케고스 마진 콜 사태의 여진은 금융권으로 전파되는 모양새다. 아케고스 마진 거래를 중개한 중개업체(프라임 브로커, prime broker)들도 큰 손실을 봤다. 통상 주가가 하락할 때 마진 콜을 요구하기 때문에 반대매매를 하더라도 증거금보다 적은 금액을 회수하게 된다.

WSJ에 따르면 아케고스는 크레딧 스위스, UBS,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도이치뱅크, 노무라 홀딩스 6곳을 프라임 브로커로 사용했다.

특히 크레딧 스위스, 노무라 홀딩스의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CNBC에 따르면 노무라 홀딩스는 이번 사태로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의 잠재적 손실을 봤다. 이날 크레딧 스위스(CS)는 11.5%, 노무라 홀딩스(NMR)는 14.07% 급락했다.

빌 황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설립자 (출처 : Fuller Studio)

아케고스는 어떤 회사?... 빌 황은 누구?

아케고스는 빌 황이 2013년 설립한 패밀리 오피스(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개인 운용사)다. 2020년 기준으로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큰 레버리지(차입)가 필요한 투자 전략을 주로 구사해왔다.

빌 황은 어릴 때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이민 2세다. UCLA 경제학과와 카네기멜런대학(CMU) 경영학 석사(MBA), 현대증권을 거쳐 헤지펀드 업계 거물 줄리안 로버트슨 밑에서 일하며 명성을 쌓았다. 줄리안 로버트슨이 헤지펀드 업체 타이거매니지먼트를 청산하자 독립, 타이거아시아펀드를 운영하며 ‘새끼 호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2년에는 중국 은행주에 투자하며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그는 6000만달러(약 680억원) 이상의 합의금을 냈고, 블랙리스트로 지정됐다. 블룸버그는 “패밀리오피스는 외부 투자자가 없기 때문에 더 큰 위험을 감수할 수 있고 규제도 덜 받는다”며 “아케고스는 더 많은 수익을 노리고 프라임 브로커와 파생상품의 일종인 ‘스왑(Swap)’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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