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의 관문 '시리즈B'... 숫자만큼 내부결속 중요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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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라 2022.11.10 15:14 PDT
스케일업의 관문 '시리즈B'... 숫자만큼 내부결속 중요하더라
(출처 : 송이라 기자 )

[COMEUP 2022] ‘우리에게 시리즈B가 있을까’ 패널토론 
9월말 160억 규모 투자유치 째깍악어 김희정 대표 
외부투자 없이 연매출 130억 달성 딜라이트룸 신재명 대표
“투자 어려워질수록 전략적 사고 필요…비전 명확하면 전진할 수 있어”
“변곡점을 맞이하는 순간 반드시 와…확장할수록 내부문화 다져야”

투자의 겨울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성장 잠재력에 집중했던 시리즈A와는 달리 실제 성장으로 이어질지를 평가하는 시리즈B는 훨씬 더 까다로워요. 이럴 때일수록 기업의 비전을 더 뾰족하게 만들고 내부 구성원과 공유하는게 중요합니다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 
비즈니스가 커지면 커질수록 문화가 기둥이 됩니다. 개발자 출신 CEO다보니 처음에 이를 간과했어요. 하지만, 한 마음으로 노를 젓는 문화가 만들어졌을 때 서로 행복해지고 사업도 선순환이 그려지는걸 경험했습니다. 문화적인 건 타협하지 마세요.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 

투자의 겨울이다. 자금이 흘러 넘치던 지난 몇 년과는 달리 최근엔 모두가 성장성을 인정하는 스타트업조차도 투자받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잠재력으로 시리즈 A 초기투자를 받은 후 시리즈B 투자를 도전하는 기업들은 더욱 혹독하다. 단순한 성장성만으로는 더이상 투자자들을 설득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는 잠재력을 실제 매출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답해야 하는게 시리즈B 기업들의 숙명이다. 거시 상황은 비단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업 초기부터 흑자를 이루며 외부 투자를 전혀 받지 않은 스타트업도 사업이 확장될수록 겪는 도전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제품과 서비스를 더욱 뾰족하게 다듬으면서 확대된 조직과 공유하고 이들을 이끄는 것 또한 대표의 능력이다.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컴업(COMEUP) 2022’ 컨퍼런스 이틀째 ‘우리에게 시리즈 B가 있을까?’의 주제의 패널로 나선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와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가 이러한 고민을 함께 나눴다. 

투자업계 분위기 급변…투자처 따른 전략적 사고 필요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 (출처 : 송이라 기자 )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째깍악어’를 한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2016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아이돌봄 에듀테크 서비스앱 째깍악어는 올해 9월말 16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투자의 겨울이 왔어도 탄탄한 시장과 수요로 투자자들을 사로잡을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는 손사레를 친다. 김 대표는 “4월부터 투자미팅을 하고 좋은 피드백을 받았는데도 갑자기 투자가 어그러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미팅횟수도 과거와는 달리 정말 많아지고 어떤 투자자는 우리와 유사한 서비스 IR을 전부 받고 결정할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게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내년에는 손익분기점(BEP)을 맞추려고 하고 있다”며 “투자자들도 투자결정 후 어려운 시기 신사업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계속 물어온다”고 말했다. 1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스타트업 시장의 분위기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김 대표는 투자처를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래도 시장상황이 안좋으니 매출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해서 매출 성장에 도움이 될 전략적투자자(SI)를 먼저 만났고 그 다음에 재무적투자자(FI)를 설득하는 식으로 구성했다”며 “개별 투자사에 맞는 피치덱(Pitch Deck・기업소개서)를 무려 30개나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모더레이터를 맡은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는 “투자 자체를 줄이는 분위기라 아무래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투자금으로 최대한 긴 시간을 버텨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출처 : 째깍악어)

시리즈 B의 의미 : 실력을 증명해라 

토론에 참여한 연사들은 시리즈 B로 대변되는 스타트업의 변곡점에 대해 공통적인 시각을 보였다.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는 “시리즈 A 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이 시장이 있겠는가?’였다면 시리즈 B 때는 실제 투자금을 어떻게 쓸건지, 기대하는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프로세스에 대한 것들을 굉장히 까다롭게 봤다”며 “글로벌 진출과 스케일업, 회사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를 더 꼼꼼이 물어왔다”고 전했다. 

째깍악어는 육아를 힘들게 하는 부모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플랫폼이다. 수요는 확실히 존재하지만, 전국민이 쓰는 앱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낮고 아이는 점점 줄어드니 메인 서비스만으론 확장이 어려운 게 한계였다. 이에 김 대표는 ‘째깍섬’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어 교사 한 명이 아이 여럿을 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째깍악어라는 컨텐츠 IP를 이용한 다양한 신사업을 구상했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그는 “오프라인 사업을 한다고 하니 초기비용이 높고 내부 직원들조차 반대가 많아 너무 고민이 됐다”며 “하지만 부모의 양손을 가볍게 만들어줄 때 따라오는 효과가 커 결국 오프라인 진출 의사결정은 유효했다”고 말했다.

코엑스 유아교육전 행사장 내 째깍섬을 시작으로 입소문이 나니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등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인테리어비와 월 운영비를 전부 보전해준다는 조건으로 째깍섬을 유치해 초기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다. 교사들도 가정에서만 보육이 이뤄지는게 아니라 한 공간에서 여럿을 돌보면서 수익성도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가 거듭 강조한 건 ‘언제 어디서나 육아에 도움이 필요할 때는 째깍악어가 해결한다’라는 비전이었다. 이 비전을 내대외적으로 설득하고 공유했고 결정된 후에는 추진력 있게 나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화려하게 시작하지 않았다”며 “검증하고 개선하며 팀원들과 함께 한 마음으로 나아갔던게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자평했다. 

외부투자를 단 한 번도 받지 않고 글로벌 누적다운로드 7000만건, 월간 활성 이용자 450만명, 97개국 1위를 달성한 알람서비스 ‘알라미’ 개발사 딜라이트룸의 신 대표 역시 사업이 커질수록 집중했던 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 대표는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에서 출발한 알람 서비스가 아침에 깨워주는 단계로 확장했고 원하는 아침을 맞이하기 위한 전 과정이라는 데 공감대를 가지니 미션과 비전이 더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알라미는 단순한 유틸리티가 아닌 자고 일어나는 전 과정을 케어하는 웰니스 솔루션으로 발전했다. 신 대표는 “우리에게 시리즈 B와 비슷한 경험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을 탄탄하게 가져가고 나머지 필요한 부분은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수면기능을 추가하는 등 제품을 확장하고 매트리스 기업에는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하루 루틴을 관리하는 ‘마이루틴’을 인수하기도 했다.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는 “시리즈 A에서는 시장이 충분히 크고 매력적인지, 팀의 역량이 훌륭한지에 집중한다면 시리즈 B부터는 투자금을 넣으면 실제 성장이 어떻게 이뤄지겠구나 하는 작동 방식을 보여야 한다”며 “잠재력을 실제 성장으로 보여내는 단계의 전환점이 시리즈 B만의 특별함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 (출처 : 송이라 기자 )

당분간은 ‘존버’가 관건…초기 창업자라면 ‘이것’에 주목하라!

제아무리 잘나가는 스타트업이라도 거시경제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고물가와 고금리 시대, 그 어느 때보다 스타트업 운영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을 준비하는 대표들의 마음가짐을 어떨까. 두 대표는 한 목소리로 이럴 때일수록 본질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펀딩을 계획하고 있거나 비슷한 규모의 대표들이라면 어디서 누가 몇백억 투자를 유치했다더라는 이야기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혀 좋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를 못받아온다고 무능한 대표가 아니다. 생존이 중요하지 밸류에이션이 중요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제품을 더욱 뾰족하게 만들어 이것만으로도 자생할 수 있는 한 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이야기에 흔들리거나 슬퍼하지 말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업을 돌아봐서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 대표는 창업자가 가장 신경써야 할 단 한가지로 ‘기업문화’를 꼽았다. 그는 “개발자 출신이다보니 문화나 비전, 미션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오로지 제품 중심의 사고만 중시했다”며 “잘 안맞는 구성원들이 있을 때 사업의 효과가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경험하면서 인재상을 뚜렷하게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한 마음으로 노를 젓는 문화를 만들고 사업을 이끌어나가니 실제 서로가 행복해지고 사업도 성장하는 선순환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그는 "문화적인 부분은 결코 타협하지 말고 나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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