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500만 행사 인파, 어떻게 관리했나 : 군중 관리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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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jin Yoon 2022.10.31 00:54 PDT
미국은 500만 행사 인파, 어떻게 관리했나 : 군중 관리 시스템
(출처 : Gettyimages)

이태원 참사는 선진국으로 평가 받는 한국에서 발생한 뼈아픈 사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군중 관리(Crowd Management)’ 분야 발달
팬데믹 이후 대면 행사 욕구 분출에 체계적 군중관리가 그 어느때 보다 중요

29일(한국시각)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핼러윈(Halloween)’ 압사 참사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 미국 미디어는 이번 참사를 '서울 핼로윈 압사(Halloween stampede)' 사고로 규정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은 21세기에 발생한 압사 사고 중에서도 사망자수에서 상위에 기록할 만한 사건이다.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의 사망자가 20, 30대의 젊은층이고 선진국에서는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하더라도 소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유형의 사고라는 점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보다 사고인원이 많았던 타 압사 사건의 경우 인도, 에디오피아, 이라크, 캄보디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발생했다. 올해 10월 발생한 가장 최근 대규모 압사 사건은 인도네시아 동자바주 말랑 리젠시 칸주루한 축구장에서 흥분한 관중이 밀려 132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국제 무대에서 선진국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 받는 한국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은 뼈아프다는 평가다.

이번 사건은 '현존' 행정력이 이미 변한 세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적용하지 못한 '예측 실패'의 사례로 꼽힐만하다. 야외에서 3년만에 ‘노마스크’로 핼러원을 즐기기 위해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모일 것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예상했다. 실제로 10만명 가량의 인파가 모이고 골목마다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이 몰려 균형을 잃기 시작해 한순간에 대열이 산사태처럼 무너지면서 참사가 났다.

하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건 이후 기자회견에서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인파가 예전 수준이었다"는 인식 자체가 모든 상황을 염두해둬야 하는 '안전 담당' 주무부처 장관의 책임있는 태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어떻게 대처하나?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어떻게 대규모 군중을 관리하고 있을까? 미국은 세계적인 규모의 콘서트, 스포츠 이벤트, 행사와 다양한 주제의 집회가 연중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2016년 11월 미국 시카고 컵스(Chicago Cubs)의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에 축하 퍼레이드 행사에는 500만명의 인파가 몰린 바 있다.

과도할 정도로 경찰 인력 배치

미국의 경우 대규모 행사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대규모의 경찰 인력을 배치해 관리하고 있다. 특히 911 사건 이후 테러에 대한 우려와 대규모 집회 등에서 이어지는 약탈, 방화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정밀한 매뉴얼을 마련해 사건, 사고에 대비한다. 또한 총기 사고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대규모 인원이 모인 장소에서는 대량 사상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철저한 대비책을 세운다.

군중 심리에 따른 돌출 행동 대비

사고 방지를 위해 우선 성숙한 시민의식과 참가자의 자발적인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행사에서는 평소 안전에 민감한 사람이라도 행사 분위기와 기운 등에 압도 돼 평소 하지 않는 행동 등을 하게 된다. 이에 순간적으로 질서가 무너지거나 균형을 잃게 되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대규모 행사 속 군중들에 대한 통제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계획을 수립하지 않으면 통제력을 상실해 참가자의 대규모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통해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밤비노의 저주'를 풀며 월드시리즈에서 우승, 무려 500만명의 인파가 모인 지난 2016년 시카고 컵스 월드시리즈 우승 퍼레이드 (출처 : Gettyimages)

군중 관리 시스템 발전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군중 관리( Crowd Management)’라는 분야를 발전시켰다. 군중 관리는 모든 형태의 행사에 참여하는 대규모 그룹의 인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체계적 계획 수립 분야다.

세계 최대 규모의 치안 관련 비영리단체인 ‘국제경찰장협회(IACP)’는 군중관리에 대한 운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IACP가 발간한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 관리 모델' 문서는 개별 국가의 정부기관과 법 집행 기관이 요구사항과 상황에 맞게 모델을 조정해 사용할 수 있는 기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 가이드라인은 행사, 집회, 참여한 군중, 행사 중 발생 가능한 여러 사건/사고를 예상하고 이에 대응하는 경찰, 행사 대응관계자들이 시민의 생명, 안전 등 기본권리를 보호하면서 행사를 잘 마무리하기 위한 기본절차를 제시하고 있다.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 관리 모델 (출처 : 국제경찰장협회(IACP) 폼페이지(theiacp.org))

행사, 모임, 시위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그 관리 전략도 진화해야 한다

체계적인 군중관리의 필요성은 최근 대규모 행사, 집회, 시위 등의 성격과 그 형태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함께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최근 행사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등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더욱 광범위하고 빠르게 정보를 확산, 공유한다. 이에 대규모 인원이 빠르게 특정장소에 모일 수 있다. 또한 국가간 이동이 빈번해지고 의사소통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면서 모임과 행사의 규모가 글로벌화되어 가고 있다.

글로벌 관객도 염두

BTS 등 글로벌 스타의 팬미팅, 콘서트의 시기, 장소 등이 온라인을 통해 순식간에 공유되고 해외에서 대규모의 인원이 입국해 행사에 참여한다. 이렇듯 행사, 모임, 시위의 형태가 진화하면서 법 집행 기관의 전술과 기술도 이를 맞게 변화해야 하지만 현실은 과거에 작성된 매뉴얼로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이번 이태원 핼러윈 행사 또한 뉴미디어를 통해 글로벌화된 행사의 대표적인 사례다. 많은 행사 참가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태원 핼로윈 행사 정보를 얻었고 다수의 외국인들 또한 한국의 핼로윈 파티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접하고 한국을 방문했다. 이로 인해 이번 압사 사건의 사망자에 중국, 러시아, 이란, 미국, 우즈베키스탄,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베트남, 카자흐스탄, 스리랑카 국적의 참가자도 포함되었다.

체계적 군중관리의 필요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렇다면 군중관리가 왜 중요한가? 바로 가장 중요한 참가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안전이 보장된다면 참가자들은 마음 편히, 즐겁게 그 행사를 즐길 수 있다. 또 다른 이점은 해당 장소와 향후 이벤트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행사는 참가자의 부상, 최악의 경우 이번 참사와 같은 인명 손실로 끝날 것이다.

팬데믹이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이벤트 산업이 회복되고 다양한 대면 행사가 재개되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몇년 동안 외출 하지 못한 군중의 행동은 더욱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이태원 참사의 주요 희생자들인 20, 30대의 경우 가장 혈기왕성한 시기에 마음 속에 쌓여있던 욕구가 동시에 분출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요구됐다. 한국도 '업그레이드' 된 군중 관리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평가다.

더밀크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고 관련 희생자와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 이 같은 사고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등의 사고 안전 예방 시스템을 취재, 전달할 것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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