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캐즘의 계곡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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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2024.01.20 15:30 PDT
메타버스, 캐즘의 계곡을 넘고 있다
CES2024 메타버스관에 전시관을 마련한 X리얼 (출처 : 더밀크)

[CES2024 기고] 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 대표
메타버스 기술, 서비스 용도, 목적성 명확해져
생성AI 융합 확산.. 타 산업과의 결합도 가속화
메타버스 관련 하드웨어 산업도 발전
혼합현실 기반 공간컴퓨팅 가능성 열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그 열풍이 처음 불기 시작할 때 그랬던 것처럼 빠르게 식어버렸다. 메타버스 관련 산업이 쇠할 데로 쇠하고 그 자리를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대신한다고 느끼는 인식도 팽배하다.

하지만 CES2024 현장에서 보이는 시그널은 달랐다. 관심이 한창 최고조에 있던 때와 비교해 참가 기업의 수는 크게 줄지 않았고, 기업들이 가져온 제품과 기술은 더 발전했으며 전시장은 참관객들로 붐볐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심은 줄었고 언론의 조명도 사라졌지만 진짜 시장은 여전히 진화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메타버스 시장은 아직 본격적으로 개화한 적이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원격 상호작용에 대해 관심이 갑작스럽게 폭증하면서 덜 무르익은 디지털 가상 세계에 쏠렸고, 그것이 메타버스의 미래로 비친 적은 있었다.

팬데믹 종식 후 모든 것들이 정상화되면서 그 관심과 니즈가 사라졌을 뿐, 여전히 세상은 메타버스 시장의 개화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CES2024에서는 메타버스 시장이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열리게 될지 엿볼 수 있는 시그널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엇다.

CES2024 메타버스관에서 한 관람객이 글라스를 착용한 채 가상환경을 경험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시그널 1. 기술과 서비스의 용도, 목적성이 명확해졌다.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 어떠한 편의성이나 가치가 있는지 모를 가상세계 편향적인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대신 명확한 용도가 있거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써 메타버스 관련 기술들과 서비스가 전시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단순히 귀여운 가상의 아바타가 있고, 그 아바타로 뛰어노는 가상세계 공간이 있었다면, 이제는 나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하여, 현실세계와 동기화된 EDM공연에서 라이브 공연을 즐기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상호작용하는 아바타 기술로 진화했다.

단순한 가상현실 체험을 보여주기 급급한 데모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가상현실을 통해 고객의 구매경험을 혁신하거나 불편했던 온라인 제품 정보의 한계를 개선하는 도구로 적극적 활용되기 시작했다.

피트니스나 명상, 트레이닝과 몰입감 있는 학습 도구로 활용하는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들은 수 십 여종이 출시됐고, 온라인에서 제약이 있고 한계가 분명한 밀도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나 협업 업무, 그리고 개인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도구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보였다. 일부는 디바이스 발전이 따라와 준다면 의미 있는 수준의 확산과 대중화가 기대되기도 했다.

시그널 2. 생성AI와의 융합이 확산됐다.

CES2024에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 생성형AI는 정체되어 있던 메타버스 시장에 활력을 불러 넣어 줄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실제 전시장에서도 생성형AI는 메타버스가 가진 한계나 문제를 해결해 줄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었는데, 메타버스 내 유저들이 상호작용하게 될 NPC(Non Player Character)에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의 챗GPT가 적용,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것은 물론 필요로 하는 다양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또 자연스럽게 아바타의 표정을 실시간으로 실제 유저와 동기화시키거나 자연스러운 모션과 연계된 제스처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실제 유저의 얼굴과 신체를 촬영해 실사에 가까운 아바타를 만들어내고, 또 실시간으로 부드러움 동작을 만들어내거나 메타버스 내 필요한 3D 에셋이나 오브젝트들을 쉽게 생성해 내는데 그 속도와 퀄리티 또한 매우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향후 메타버스 산업이 본격적으로 확장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티핑포인트'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올해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어퍼런스사의 팬톰 (출처 : 더밀크 )

시그널 3. 타 산업과의 결합이 가속화하고 있다.

메타버스 자체가 하나의 사업 영역으로 소구 되던 이전과 다르게 디지털트윈, 증강현실, 가상현실, 디지털휴먼, 볼류메트릭 디스플레이 등 메타버스의 여러 요소 기술들이 다양한 산업에 활용이 되거나 결합이 되는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

건설이나 제조업에서 디지털트윈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이제는 여기에 더해 가상현실을 실제 현장과 연계된 운영이나 트레이닝에 활용하려 하고 있고, 모빌리티와 결합하여 이동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 모델을 만들려는 시도들도 보였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원격 진료나 디지털 치료제, 멘털 상담 등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고, 리테일에서는 버추얼 매장이나 가상쇼룸 등을 구현하는 도구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과 제품들이 선보여지는 CES 답게 메타버스 기술들은 센트럴에 위치한 메타버스 주제관은 물론 웨스트나 노스, 베네치안에 있는 많은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에 결합이 되고 있었다.

시그널 4. 메타버스 관련 하드웨어가 발전하고 있다.

본격적인 메타버스 발전을 위해선 기존 평면디스플레이 기반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넘어서는 새로운 플랫폼의 대중화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과거 10여 년 이상 CES에선 이를 위한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디바이스들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출시됐지만 티핑포인트를 만들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올해도 HTC와 피맥스(Pimax)가 VR 헤드셋과 확장된 주변기기 세트를 선보였고, X리얼(XReal), TCL, 아수스(Asus), 뷰킥스(Vuzix)는 AR글라스의 신모델과 새로운 기능들을 발표했지만 큰 패러다임을 만들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대신 CES 밖에서 메타가 퀘스트 VR 헤드셋을 통해 만들어 낸 커다란 변화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어 주목할 만한 시그널들이 보였다. 메타 오큘러스를 활용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들이 출현하고 있었고, 전시장 곳곳에서 이 디바이스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시연과 체험이 가능했다.

가상현실 공간에서의 몰입감 있는 경험 증폭을 위한 햅틱 조끼, 햅틱 슈트, 햅틱 글로브 등이 다양한 스타트업들을 통해 전시가 되고 있었고, 올해는 가상공간에서의 물체의 촉감이나 부피감을 햅틱 피드백으로 전달해 줄 수 있는 햅틱장갑 HEXR, 비햅틱(bHaptic), 팜플러그(Palmplug)의 제품들이 전시됐다.

어퍼런스(Afference) 사의 더 팬톰(The Phantom)은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실세계에서의 모션과 멀티모달 입력, 멀티유저들의 상호작용을 가상세계로 심리스 하게 연동하는 카메라나 센서 기술들은 물론, 스마트링이나 뇌파와 같은 생체 신호를 활용한 웨어러블들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어퍼런스의 팬톰 (출처 : CES 홈페이지 )

시그널 5. 혼합현실 기반의 '공간컴퓨팅'이라는 새 기회의 창이 열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그리고 메타의 퀘스트 3가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혼합현실 시장에 애플이 비전프로라는 새로운 디바이스를 출시하며 참전하고 있다. 애플은 CES가 열리는 동안 예약판매 오픈과 함께 2월부터 배송이 시작됨을 발표했는데, 이는 CES에서 메타버스와 공간컴퓨팅이라는 키워드가 앞으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시그널이기도 하다.

캐논(Canon)은 지난해 발표한 'MREAL X1'보다 발전된 MR 소형 헤드셋의 콘셉트 모델을 발표했고, 소니는 혼합현실 내에서 크리에이터들의 창작과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XR 헤드셋과 컨트롤러를 선보였다.

지멘스는 소니의 XR디바이스를 산업 메타버스에 도입해 산업용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제품 디자인과 최적화에 활용하는 협업모델을 발표했다.

이렇게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애플의 비전프로와 메타의 새로운 디바이스들, 그리고 다양한 기업들의 이어지는 올해는 혼합현실 기반의 공간 컴퓨팅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원년이 될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퀄컴은 메타버스향 디바이스의 생태계 확장을 위해 XR2 칩셋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출시하고 있고 삼성과 LG등 많은 기업들이 물밑에서 다가올 미래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애플 비전프로 (출처 : 애플 )

메타버스 캐즘 막 내린다... CES가 준 메시지는 '가능성'

CES2024는 메타버스의 캐즘이 거의 끝나가고 있으며, 또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며 막을 내렸다.

백색가전과 디지털 가전이 주류였던 CES에 자동차가 등장하고 음식이 등장하며 새로운 스펙트럼으로 확장되고 있는 지금, 수 십여 년간 발전해 온 컴퓨터가 또 한 번 다른 형태로, 그리고 완전히 다른 UX로 진화하면서 메타버스가 CES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올 온, 올 투게더(All on, All together)를 만들어 낼 가장 중요한 기술이자 패러다임의 주역은 다양한 기술과 융합된 메타버스가 될 것이다.

최형욱 대표는

미래기술 싱크탱크 ‘퓨처디자이너스’와 혁신 디자인 기업 라이프스퀘어의 이노베이션 촉매자(innovation catalyst)로서 기업들의 혁신과 신사업모델을 디자인하고 있다.

아시아발 혁신과 협력의 시대를 위해 ‘팬 아시아 네트워크(Pan Asia Network)’을 공동 설립했고. 더밀크의 어드바이저이며 이번 CES2024 혁신상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신기술, 플랫폼전략, 혁신, 하드웨어 생태계, 비즈니스모델 전문으로 50여개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였고, 저서로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 ‘CES2023 딥리뷰’등이 있다.

최형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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