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핵심 '라이다' 시장 선점 경쟁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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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민 2022.09.04 18:50 PDT
자율주행 핵심 '라이다' 시장 선점 경쟁 점입가경
(출처 : gettyimages)

[오피니언] 정구민 국민대 교수
자율주행자동차 핵심 부품 '라이다' 상용화
루미나, 이노비즈, 셉톤 등 자동차사 협력-양산 가속화

이스라엘 라이다 기업 이노비즈는 지난 8월 초 폭스바겐과 40억달러 라이다 공급 계약을 공식화했다. 이노비즈는 2025년부터 폭스바겐에 8년 정도 라이다를 공급한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는 이번 계약이 최대 라이다 공급건으로 이노비즈를 크게 성장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라이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루미나는 2분기 눈에 띄는 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매출이 99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아직 영업이익은 GAAP 기준으로 952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향후 대량 양산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루미나는 아직 이노비즈 규모의 대량 양산 계약을 체결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자동차사와 오랜 협력과 계약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루미나는 2분기에 대량 양산을 위한 생산 시설 추진을 주요 실적으로 강조했다.

자동차사 측면에서는 자율주행 레벨3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 라이다 센서 장착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레벨4 시장을 위한 고성능 라이다에 대한 개발과 양산 준비가 시작되는 상황이다.

루미나 아이리스(왼쪽)와 이노비즈 이노비즈투 (출처 : 루미나, 이노비즈)

자동차, 자율주행 레벨 3 차량에 라이다 장착

아우디 A8에 발레오의 라이다가 장착된 이후, 주요 자동차사들이 레벨 3 차량 상용화를 시작하면서 라이다 장착이 본격화됐다. 레벨 3 차량에는 발레오를 비롯해서 마그나(이노비즈), 덴소, 콘티넨탈 등이 라이다 센서를 공급하고 있다.

레벨 3와 함께 레벨 4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루미나, 이노비즈, 셉톤을 비롯해서 여러 회사의 공급 계약이 본격화되는 상황이다. 자율주행 레벨3에서는 발레오가 주요 공급업체다. 지금은 자율주행 레벨 3가 시속 60km/h 이하의 저속 주행을 책임지기 때문에 고성능 장거리 라이다가 필요하지 않다. 아우디 A8에서의 양산 경험이 발레오 라이다의 장점이 되고 있다.

벤츠, 혼다의 레벨3 차량에 발레오 라이다가 적용됐다. 현대도 발레오 라이다를 장착할 계획이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6월 2024년 양산 예정인 레벨 3 차량에 발레오의 3세대 라이다를 장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함께 BMW 7시리즈에는 마그나-이노비즈가 협력한 라이다가 공급되고 있다. 일부 토요타 렉서스 모델에는 덴소와 콘티넨탈이 라이다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의 셉톤은 지난 2021년 7월 GM에 대규모 라이다 공급 계약을 발표했다. 셉톤은 2023년부터 GM의 울트라 크루즈 자율주행 기술 적용 차량에 라이다를 공급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레벨2에서 시작해 레벨3, 레벨4로 확장할 전망이다. 셉톤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2년말까지 양산 준비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발레오 라이다(왼쪽)와 벤츠 EQS (출처 : 발레오, 벤츠)

레벨 4를 향한 고성능 라이다 시장 경쟁

자율주행 레벨4를 위한 고성능 라이다 경쟁도 계속되고 있다. 루미나-엔비디아는 이미 볼보와 전략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프로세서와 루미나의 장거리 라이다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차량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당초 계획으로는 2022년부터 양산 예정이었지만, 2023년 정도에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벤츠는 지난 1월 루미나 주식 150만주를 2000만달러에 인수하면서 루미나와의 협력을 본격화했다. 벤츠는 2024년 정도에 엔비디아-루미나와 협력한 차량을 양산할 계획이다. 또한, 루미나는 지난 4월 닛산과의 협력을 발표했다. 볼보-벤츠-닛산과의 협력 확산은 루미나가 앞으로 여러 자동차사로 확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루미나는 지난 7월 중국의 부품 업체인 이카렉스(ECARX)에 전략적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ECARX는 중국 지리자동차의 CEO가 공동설립한 회사다.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루미나 라이다의 공급 확대가 예상된다. 볼보가 지리자동차의 자회사인점, 지리자동차가 벤츠의 대주주인 점 등도 루미나의 중국 시장 확대와 연결해 볼 수 있다.

루미나는 자율주행 시장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자율주행 트럭 시장에서도 임바크, 코디악 등의 자율주행 트럭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루미나는 고성능 라이다 대량 양산 시에 500~1000달러로 가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스라엘 이노비즈는 이번 폭스바겐 공급 계약을 통해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출시된 BMW 7시리즈에는 마그나와 협력해 라이다 센서를 공급했다. 이에 비해 폭스바겐 공급 계약은 단독 공급이기 때문에 생산과 가격 절감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다만, 다른 자동차사 확장성 측면에서는 아직 루미나에 비해 약한 게 사실이다. 이노비즈도 대량 양산을 통해서 500달러 정도의 가격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CES 2022, 루미나 라이다를 장착한 볼보 컨셉카 리차지 (출처 : 사진: 정구민)

라이다 업계에 부는 중국 바람

2021년 뮌헨모터쇼(IAA 2021)에서는 현대와 앱티브의 합작사인 모셔널과 독일 폭스바겐이 자율주행 시범 운행 차량이 나왔다. 이 차량들은 도심 주행을 위해서 많은 센서를 탑재했다. 특히 지붕의 고성능 라이다와 주위 인지를 위한 단거리 라이다가 배치됐다. 모셔널은 현대가 투자한 벨로다인의 고성능 라이다와 단거리 라이다를 장착했다. 폭스바겐은 자사가 투자한 아르고 AI의 고성능 라이다와 함께 중국 허사이의 단거리 라이다를 장착했다. 다만, 회전형 라이다를 양산 차량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벨로다인, 아르고 AI 등의 업체들은 앞으로 양산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지난 7월 바이두는 8개 라이다를 장착한 레벨 4 자율주행 차량 아폴로 RT6를 공개했다. 바이두는 라이다 센서 공급을 위해서 중국의 허사이와 협력했다. RT6는 지붕에 4개 측면에 4개의 라이다를 장착하고 있다. 지붕에 장착되는 고성능 라이다는 허사이의 고정형 라이다인 AT128계열이 될 전망이다. 바이두 RT6는 라이다 센서 8개를 장착하고도 3만 7000달러로 가격을 크게 낮췄다고 밝혔다.

중국의 신생 전기차 업체들인 샤오펑과 니오는 각각 리복스(Livox)와 이노뷰 (Innovusion)의 라이다를 장착한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리복스는 드론 업체인 DJI의 자회사이다. 화웨이도 지난 7월 중국 북경자동차 계열 전기차 업체인 아크폭스와 협력한 아크폭스 알파 S HI 차량에 화웨이의 라이다 센서를 장착하여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현대 모셔널(왼쪽)과 폭스바겐의 자율주행차량 (출처 : 모셔널, 폭스바겐)

라이다 센서 장착 위치는 어디?

라이다 센서는 물이나 이물질에 약하기 때문에 별도의 세척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어디에 설치하느냐도 중요한 이슈다. 자동차사와 센서회사의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레벨 2/3 차량의 경우 범퍼나 그릴이 일반적인 위치다. 즉, 차량 하단부의 그릴이나 앞범퍼 , 뒷범퍼 등에 장착하는 경우이다. 아우디 A8 이후 레벨 3 차량은 대부분 이 디자인을 따르고 있다.

레벨 4 차량을 위한 고성능 라이다의 경우 시야를 충분히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차량 지붕이나 차창 위쪽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루미나의 경우 차량 지붕 앞쪽에 라이다를 장착한다. 바이두 RT6의 경우 지붕에 총 4개의 라이다를 장착하고 있다. GM과 협력하는 셉톤의 경우에는 차창 안 쪽에 설치하고 있다. 이 경우 별도의 세척 시스템이 필요없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유리 상태에 따라 라이다 센서 성능 저하가 일어나는 단점이 있다.

자율주행 시범 주행 차량의 경우에는 지붕과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 웨이모 5세대 자율주행 차량이나 모셔널과 폭스바겐의 자율주행 차량은 지붕의 고성능 회전형 라이다와 함께 측면에 다수의 라이다를 장착하고 있다.

셉톤의 차창 내 라이다(왼쪽)와 바이두의 지붕 장착 라이다 (출처 : 셉톤, 바이두)

라이다 양산과 가격이 관건

루미나, 이노비즈, 셉톤 등 주요 라이다 회사들이 자동차사들과 협력해 양산 경쟁을 시작하게 되면 라이다 가격은 크게 내려가게 될 전망이다. 또, 라이다 센서의 본격적인 양산은 자율주행 프로세서 및 소프트웨어의 상용화와 연계되기 때문에 자율주행 상용화가 빨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산 회사들의 시장 장악력이 커져, 다른 기업은 주요 자동차사와의 협력을 빠르게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율주행 시장이 미래 라이다 시장의 핵심이기는 하지만, 산업용 라이다 시장도 중요한 먹거리가 되고 있다.

이미 쿼너지처럼 자율주행 시장이 아닌 산업용 라이다 시장에 집중하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에스오에스랩, 카네비컴 등의 업체가 라이다 양산에 노력하고 있다. 에스오에스랩은 국내 주요 부품사와 협력하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현대와 로봇용 라이다 양산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카네비컴의 경우에는 자율주행 라이다와 함께 산업용 라이다 시장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주요 자동차사와 센서 회사들의 협력이 오랜 기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 제조사-부품사-센서 회사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요 자동차사의 레벨 3 진화와 레벨 4 시스템 설계를 통해서 라이다 센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양산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2025년 정도에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주요 자동차사들의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경쟁은 앞으로 자율주행 서비스의 상용화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대자동차 생산기술개발센터, LG전자 CTO부문,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네이버 네이버랩스의 자문교수로 활동했다. 유비벨록스 사외이사를 역임하는 등 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휴맥스와 현대오토에버 사외이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계소재전문위원회 위원, 한국모빌리티학회 부회장, 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 부회장, 대한전기학회 정보 및 제어 부문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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