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스레터] 실리콘밸리, 분위기 확 바뀌었다

reporter-profile
손재권 2021.06.20 23:13 PDT
[뷰스레터] 실리콘밸리, 분위기 확 바뀌었다
(출처 : shutterstock)

[197번째 밀크] 코로나 팬데믹 후 회사 복귀 임박 실리콘밸리
워싱턴DC발 반독점 소송에 직면
테크는 이제 일상을 지배. 양극화 유발의 원인으로 꼽혀.
예전처럼 우호적 분위기에서 비즈니스 어려워

안녕하세요.

지난 주말 모처럼 지인들과 야외 BBQ 파티를 했습니다. 6월 15일부터 캘리포니아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해제하고 경제를 전면 재오픈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월 자택 대피령을 내린지 15개월 만에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를 없애고 ‘정상 선언’을 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주민 4050만명 중 56.9%가 백신 접종을 2차까지 마쳤습니다. 그래도 제 주위 지인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만났습니다. 실내 운동장(Gym)에 가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운동을 합니다.

캘리포니아주도 정상 선언을 한 후 이제 다시 오프라인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실리콘밸리는 2019년의 세계와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회사로 복귀합니다. 그러나 다시 찾은 회사 분위기도 바뀌었고 각사의 사업도 달라졌습니다. 이제 바뀐 세상을 깊게 ‘체감’을 할 시기입니다.

(출처 : shutterstock)

이제 회사 복귀할 시간 : 백투오피스

실리콘밸리 내 주요 기업에 다니는 임직원들이 만나서 하는 가장 많이 하는 ‘식사 주제’는 “언제 회사로 복귀하나?” 입니다. 서로 회사 방침을 공유하더군요.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가기 싫다” 입니다. 재택근무가 이제는 일상이 됐고 더 편한 데다 다시 도로가 꽉 막히는 것을 감내하고 출퇴근 전쟁에 나서기 싫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 밥 먹는건 편하다”고 말합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은 회사에서 식사를 제공하고 운동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직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게 합니다.

구글은 9월 1일부터 회사로 복귀합니다. 주 3일 회사로 나오는데 화수목에 회사로 나가고 월, 금은 재택근무를 유지합니다. 구글은 6:2:2 의 원칙을 정했습니다. 전직원의 60%는 기존 회사로 출근하고 20%는 지역을 옮겨도 좋으며 나머지 20%는 재택근무를 하게끔 한다는 것입니다.
애플도 9월부터 회사 복귀를 명령했습니다. 역시 주 3회 회사에 나오게 되는데 애플은 월, 화, 목요일에 사무실로 출근하고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집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직원들에게 원격근무를 신청에 대한 수요를 조사했습니다. 사무실로 복귀하고 싶어하는 직원은 그렇게 해도 좋다고 하면서 최소 절반은 사무실에서 보내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고 합니다. 저커버그 CEO가 내년에도 절반 정도는 집에서 일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페이스북 직원들도 비슷하게 따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 같은 ‘정책’은 가이드라인입니다. 각 직원들의 직무와 역할에 따라 자신들이 선택해서 근무 형태를 정하게 됩니다.

확실한 것은 ‘회사’ ‘직장’ ‘집’ ‘업무’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집과 회사에 대한 장벽은 무너졌습니다. 회사와 임직원 모두 적응기를 넘어서 바뀐 환경에서 생산성을 높이기에 나섰습니다.
이는 비즈니스 전환의 계기가 됐습니다. 구글은 그동안 ‘비즈니스’ 서비스였던 생산성 도구, 워크스페이스 주요 기능을 개인 사용자에게도 확대했는데 결국 일과 일상을 통합하려 하면서 구글은 ‘비즈니스 서비스’를 개인 사용자에게도 확대하면서 점차 유료화에 나설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 분야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사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MS는 오는 24일 새로운 윈도를 발표하는데 여기에서도 ‘생산성’을 높이고 재택근무 솔루션을 대거 탑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독점 어벤저스 결성한 워싱턴DC

리나 칸 신임 미 FTC 위원장 (출처 : 리나 칸 개인 홈페이지(http://www.linamkhan.com))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은 정부와 의회의 ‘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아마존 등은 ‘회사 분리’도 각오해야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엔 과거와 같이 공격적 인수합병(M&A)도 힘들고 점유율 늘리는 싸움도 포기해야할지 모릅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기업의 인수합병 행위를 감시하고 소비자의 이익에 반하는 불공정 행위를 적발하는 미 공정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파키스탄 이민자 출신의 리나 칸(Lina Khan) 컬럼비아대 법대 교수(32)를 최종 임명했습니다. 리나 칸의 임명으로 아마존, 구글 등 기술 대기업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은 분명해졌다는 분위기입니다.

리나 칸 위원장은 예일대 로스쿨 학생이었던 지난 2017년, 반독점법이 아마존의 권력을 제어하는데 어떻게 실패했는지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빅테크 기업의 반독점 문제에 천착했는데 그는 논문에서 “가격이 낮을 수록 이익을 본다라는 일반적 사고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결국 작은 기업이 먹히고 시장이 왜곡돼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습니다. 리나 칸 위원장은 실리콘밸리의 ‘저승사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리나 칸의 등용은 '파격'을 넘어 '파괴적 선택' 이란 평가입니다. 그는 파키스탄계로 영국에서 태어나 11살 때 미국으로 이민 온 이민자 출신입니다. 1989년생 32세 여교수. '아마존'의 독점 행위를 집요하게 파헤치고 우수한 논문을 발표, 세상을 놀라게 한 '마이너 중 마이너리티'가 미국 공정위의 위원장이 된 것입니다. 그를 눈여겨보고 주위 반대에도 임명을 밀어붙인 조 바이든이 대단합니다.

이런 의외성과 다양성, 포용성이 미국의 미래가 암울한 것 처럼 보이다가도 밝게 보이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만(지지층이 견고해 또 나오겠지만) 파키스탄 이민자 출신 32세 여교수인 리나 칸이 FTC 위원장이 될 수도 있는 나라입니다. 미국은 십수년이 지나도 지금은 어디 시골에서 갓 태어났거나, 이민자 신분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을 어린이가 2, 3, 4의 리나 칸으로 나오지 않겠나 싶습니다.

빅테크 분할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견. 분할을 지지하는 쪽 의견이 우세하다 (출처 : 자료 : 악시오스, 그래픽 : 김현지)

한편 공정위 뿐 아니라 의회도 ‘빅테크 규제’에 적극 나섰습니다. 미 하원은 지난 11일 구글, 아마존 등 온라인 플랫폼 규제하는 5개 패키지 법안을 발의했는데요. 과거 석유 재벌에 비유되는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을 막는 것이 골자입니다. 기존 법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에 온라인 플랫폼을 강제로 분할하거나 플랫폼들이 자체 사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법도 발의됐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아마존은 회사를 분할해야 하고, 빅테크 기업들은 향후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 할때 강력한 합병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실리콘밸리 테크 산업 뿐 아니라 전체 산업 지형도 크게 바꿀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법이 그대로 통과될지는 아직 확답을 내릴 수 없지만 향후 규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은 타노스?

실리콘밸리는 절대반지를 낀 타노스? (출처 : shutterstock)

이렇게 워싱턴DC에서 본격적으로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을 ‘잡는’ 분위기는 확실합니다. 백악관과 행정부, 의회가 ‘규제’ 강도에 대해선 대해선 다소 차이가 있지만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엔 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미국인들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악시오스(Axios)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58%는 어떤 식으로든 규제에 찬성하고 있었습니다. 반대 의견은 27%에 불과했습니다(나머지는 모름).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이라는 ‘타노스’를 향한 규제 어벤저스(백악관, 행정부, 의회)가 모였고 관객들은 ‘어벤저스’ 결성에 환호하는 분위기랄까요.

그렇다면 실리콘밸리 내부 분위기는 어떨까요? 실리콘밸리는 원래 ‘여론’ 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론의 통로로 알려진 지역 언론이나 정치인은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이나 정치인이 큰 영향력은 없습니다(지역주민 다수는 누구인지도 잘 모릅니다. 실리콘밸리가 혁신 엔진으로 발전한 이유도 정치, 연방정부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기업도, 업종도, 하는 일도, 사람도 다양하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람이나 조직이 항상 존재하며, 이를 실행하는 것이 이 지역의 매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이나 스타트업, VC 등이 사업을 통해,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면서 오피니언을 이끌어 갑니다.

대표적 사례가 마크 안드레센의 a16z(안드레센 호로위츠, Andreesen Horowitz) 입니다. 마크 안드레센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삼킨다”란 선언으로 유명한 밴처캐피털리스트고 페이스북 등에 초기투자(현재도 이사)했습니다. 마크 안드레센의 a16z가 최근에 ‘퓨처(Future)’라는 매체를 창간하고 목소리를 직접 내기 시작했습니다. 안드레센은 퓨처를 창간하면서 쓴 글 '기술이 세상을 구한다(Tech saves the world)'을 선보였습니다. 뉴욕타임즈(NYT) 등 일부 언론이 기술 발전의 긍정적 측면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부정적 측면을 증폭시킨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습니다. a16z가 ‘클럽하우스’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초기에 ‘기자’들이 듣는 것을 막은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기존 테크 미디어도 그 배경 보다는 펀딩 ‘액수’ 등에만 초점을 맞춰서 소규모 펀딩을 받은 스타트업은 존재감 조차 드러내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는 여기에 반독점 규제에 하고 싶은 말 등, 실리콘밸리 '인싸'로서의 메시지를 적었습니다. 반독점 등의 문제가 있지만 결국 세상을 좋게 만드는 것은 '기술의 힘'이고 코로나19를 극복한 것도 기술의 힘이 컸으며 이 같은 기술이 만든 '긍정적 변화의 힘'이 오늘날 미국을 만들고 앞으로도 번영을 이끌 것이란 메시지 입니다.

실리콘밸리는 정말 매력적인 곳입니다. 오늘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항상 도전받고 도전하며 발전합니다. 실리콘밸리의 생생한 스토리, 계속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밀크 손재권 드림

회원가입 후 뷰스레터를
주 3회 무료로 받아보세요!

단순 뉴스 서비스가 아닌 세상과 산업의 종합적인 관점(Viewpoints)을 전달드립니다. 뷰스레터는 주 3회(월, 수, 금)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