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 산업, 미국 IRA를 기회로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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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2022.09.09 13:54 PDT
한국 배터리 산업, 미국 IRA를 기회로 만들어라
(출처 : 현대기아차)

‘인플레이션 감축법' 맞춰 배터리 공급망 개선
배터리 소재 중국 의존도 낮추고 신기술 개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s Act, IRA)’ 시행에 따라 지난 한 달 배터리와 전기차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IRA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고금(세액 공제)를 지급한다. 완성차의 경우 북미에서 최종 조립을 해야하는 단서가 달렸다. 이는 ‘해외 우려 국가 (foreign entity of concern)’에서 생산된 배터리 광물과 부품이 사용될 경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한국 배터리 제조 업체들은 IRA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서 북미 지역이나 미국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에서 채굴 및 가공한 광물의 비율을 당장 내년 1월 부터 40% 이상 올려야 한다. 배터리 주요부품도 북미산으로 5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IRA은 이 비율을 점차 높여 2028까지 광물 80%, 부품 100% 를 요구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 중국 의존도를 줄여라

지금은 규제로 보이는 IRA가 한국 배터리에 가져다줄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우선 한국 배터리 제조 3사인 SK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는 미국 현지 배터리 생산 공장을 완공했거나 건설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소재,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크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전구체는 그 종류에 따라 63.9%에서 92.8%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음극재 핵심 소재인 인조흑연의 경우는 67%, 분리막의 원재료 역시 60.8%를 중국에 의존한다.

북미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한국 배터리 제조사에게 당장 내년부터 광물 및 소재의 탈중국화는 커다란 도전이다. 하지만 이러한 탈중국화는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굉장한 위기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중국 전기차 내수시장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중국의 배터리 제조사인 CATL, BYD는 급속히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배터리 핵심 광물의 자국 내 매장량도 많고, 아프리카와 남미에 공격적인 투자로 원자재를 확보했다. 가공과 유통도 장악하고 있다.

이렇게 늘어나는 자국 내 전기차 내수 시장과 값이 싼 원자재를 가지고 있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는 점차 시장 점유율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자로서 체감하는 중국의 배터리 연구 인력 및 투자는 한국 보다 훨씬 많아보인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출처 : SNE리서치 )

IRA는 위기가 아닌 기회

이런 환경에서 IRA는 배터리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생긴 것이다.

이 변수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한국 배터리 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 한국 배터리 산업은 제조사와 소재사와 협력을 통해 소재의 탈 중국화, 중국 중심 원자재 공급망 탈피를 시작해야 한다. 배터리 생산과 리사이클링 공정 향상,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기술 개발로 단기 위기를 장기적인 기회로 바꿀 시점이다.

당장 내년부터 적용되는 IRA의 광물과 부품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령이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 배터리 기업은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업계에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시행령을 이끌어야 한다.

IRA의 시행은 한국 배터리 소재 기업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표 기업인 포스코케미칼과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 음극재의 원재료를 자체 개발해 전극 활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 기업은 이번 IRA의 시행에 대응해 전구체 생산 능력을 늘릴 예정이다. 실제로 포스코 케미칼의 전구체 생산능력은 2021년 1.5만톤, 2024년 17.5만톤이며 이후 양극재의 70% 수준을 계획하고 있다. 탈중국 관점으로 보면 2030년 기준으로 리튬, 니켈은 100%, 양극재와 전구체는 80% 이상을 비중국산으로 계획하고 있다.

미국내 한국 배터리 제조사의 투자 증가와 함께, 소재 기업의 북미 진출도 가속화해야 한다. 소재와 전구체를 넘어서 배터리 핵심 원자재인 리튬, 니켈 등 원자재 확보에도 점차 투자를 늘려야 한다.

배터리 공급망 필수로 떠오른 '리사이클링'

마지막으로 배터리 리사이클링과 차세대 배터리 기술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배터리 리사이클링은 폐배터리로부터 리튬, 코발트,니켈, 코발트 등 고가의 광물을 추출하는 공정이다. 이렇게 원자재를 리사이클링을 통해서 얻게 되면 원자재 공급망을 스스로 추가할 수 있다. IRA의 기준을 만족시키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배터리 제조사들이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IRA의 시행은 전체적인 배터리 생산과 리사이클링을 통환 순환 체계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또한 아직 시장에 등장하지 않은 전고체 배터리 등 새로운 배터리 기술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완성도가 높은 전고체 배터리가 시장에 등장하면, 이에 맞게 새로운 소재의 생산과 유통이 IRA의 기준에 맞게 재편될 수 있다.

이승우 조지아공대 교수는

서울대 화학공학과에서 학부 과정을 마치고 MI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MIT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마친 뒤 지난 2013년부터 조지아 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에너지 저장 및 변환 기술과 수소를 발생시키는 전기 촉매 연구 등이다. 이 교수는 최근 카이스트대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새로운 개념의 '엘라스토머 고분자 전해질'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성능의 '전고체 전지'를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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