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조원 거래 프레스토랩스 “크립토 헤지펀드 만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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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3.03.02 17:20 PDT
하루 3조원 거래 프레스토랩스 “크립토 헤지펀드 만들것”
김용진 프레스토랩스 대표 (출처 : Danny Santos, 프레스토랩스)

[글로벌 K스타트업 인터뷰] 김용진 프레스토랩스 대표
●알고리듬 퀀트 트레이딩을 암호화폐 거래에 적용
●중국 금융 규제 탓에 크립토 시장으로 시선 돌려
●일일 거래대금 3조 넘고 거래 규모로는 아시아 최대, 글로벌 5위
●시장 내 불균형 ‘알파’ 잡아내 무위험 수익 추구
●데이터 부족한 개인은 펀더멘털 투자해야
●다중전략 크립토 헤지펀드 만들 것

구글과 페이스북을 예로 들어 볼게요. 과거 데이터에서 유사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두 기업 사이에 갑자기 괴리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퀀트 투자(quantitative investing)는 이런 시장의 불균형에서 기회를 발견합니다.

김용진 프레스토랩스(Presto Labs) 대표(CEO)는 “시장 상황에 관계 없이 꾸준히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알고리듬 트레이딩의 장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퀀트 투자는 데이터 기반 계량 분석을 통해 수익을 거두는 투자 방식이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 빠르게 투자를 실행하며 이런 이유 때문에 통상 컴퓨터 프로그램(알고리듬)을 이용한다. 

예컨대 같은 산업군(sector)에 속한 기업 중 어느 한 곳이 특정 시점에 지나치게 오르거나 내리면 이를 과매도 혹은 과매수 상황으로 판단, 자동으로 매수나 매도를 수행한다. 시간이 지나면 두 기업의 괴리가 좁혀진다는 공적분(cointegration)을 활용해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실제로 광고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가 넘는 알파벳(구글 모회사), 90% 이상인 메타(페이스북 모회사)의 과거 주가 흐름을 보면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positive correlation)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 주식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떠올리면 된다. 주력 사업 분야 교체, 기업분할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숫자와 데이터를 따른다. 양의 상관관계뿐 아니라 주가가 반대로 주가가 움직이는 ‘음의 상관관계’ 등 다양한 경향성을 활용한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 퀀트 펀드 검색량 추이 (출처 : Google Trends)

충분한 데이터, 정교한 알고리듬은 투자 성적으로 연결된다. 퀀트 투자 선구자 르네상스 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ies)의 대표 펀드 ‘메달리온’은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63.3%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2020년 예상치 못한 변수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도 76%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르네상스 테크놀로지가 운용하는 기관용 펀드 RIDA, RIEF, RIDGE는 각각 -19%, -31%, -31%로 고전) 모두가 돈을 버는 강세장이 아닌 약세장,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 투자법이 바로 데이터 기반 매매, 퀀트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프레스토랩스는 퀀트 트레이딩, 그중에서도 암호화폐 트레이딩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프레스토랩스가 거래하는 일일 거래대금 규모는 3조원으로 거래 규모 기준 아시아 최대, 글로벌 5위에 해당한다.

김 대표는 MIT에서 컴퓨터 공학, 수학을 전공한 후 시카고·뉴욕 기반의 퀀트 트레이딩 업체 ‘점프 트레이딩(Jump Trading)’을 거쳐 2014년 프레스토랩스를 설립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김 대표를 줌으로 만나 프레스토랩스가 어떻게 기회를 발견해 왔는지, 가상자산 시장의 향후 전망과 앞으로의 전략은 무엇인지 물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출처 : Gettyimages)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MIT 졸업 후 첫 직장이 점프 트레이딩였다. 컴퓨터 알고리듬으로 고빈도매매(HFT, High Frequency Trading)를 하는 곳이다. 알고리듬 기반 퀀트 트레이딩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 2014년 싱가포르로 넘어와 프레스토랩스를 설립했다.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있나? 

아시아 시장이라는 특수성에 주목했다. 미국의 경우 여러 거래소가 공존하고 상품도 나뉘어서 거래된다. 큰 회사들도 많아 퀀트 트레이딩 진입 장벽이 높다.  

반면 아시아의 경우 각 국가별로 비교적 폐쇄적인 시장을 가지고 있다. 일본 주식시장(닛케이, Nikkei)이 움직인다고 코스피가 반드시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퀀트로 특정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싱가포르에서 회사를 설립한 후 중국 시장에 들어간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2015년까지 중국에서 거래를 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점프 트레이딩, 타워 리서치 캐피털 같은 미국의 큰 퀀트 업체들이 중국에 들어오지 않았을 때다. 중국 시장에서 진행한 알고리듬 트레이딩으로 회사를 키울 목돈을 벌었다. 

크립토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어떤 기회를 발견했나. 

중국 시장에서 계속 거래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정부 규제였다. 상품 선물(Futures) 시장에는 점프 트레이딩과 타워가 들어와서 시장이 포화하기도 했다. 

다른 기회를 모색하다가 2017년 말 크립토 트레이딩을 시작했다. 조용운 공동창업자에게 개인 돈 5000만원을 비공식적으로 투자해보라고 맡겨봤더니 3~4개월 후 2억원으로 불었더라. 이후 회사 자금 30억원을 투자해 공식적으로 크립토 트레이딩을 시작했다. 

그게 2018년 2월이다. 아시다시피 당시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시장 약세장)가 왔고,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사실상 처음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됐다. 그래도 시장을 떠나지 않고 버텼다. 2019년 흑자가 제법 나기 시작하더니 2021년 들어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회사를 살리기 위해 크립토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프레스토랩스 퀀트 리서치 (출처 : 프레스토랩스 홈페이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크립토 시장에 대한 장기적 확신이 필요했을 텐데.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지만, 당연히 장기적인 관점으로 크립토 시장의 미래를 고민했다. 개인적으로는 크립토 시장이 제공하는 가치는 ‘국경 없는 자본 시장(Capital Market)’이라고 생각한다. 

애플, 구글, 아마존은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스스로 ‘지구 기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국가 간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는 데다 전 세계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은 이미 특정 국가의 지배를 받지 않는 제3지대로서 작동하고 있다. 자본 역시 더 자유롭게 이동하게 될 것이다. 크립토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강제력을 행사할 정부가 없어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다는 점은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최근 크립토 윈터를 촉발한 FTX 사태를 보더라도 크립토 업계가 스스로 견제하고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퀀트 트레이딩은 일반 트레이딩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나.

주식 거래를 예로 들면 한국 시장에 2500~3000개 종목이 상장돼 있다. 한꺼번에 1000종목 이상의 데이터를 받는다. 

이렇게 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투자하는 방식의 장점은 꾸준히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작은 이익이 남는 거래라도 알고리듬이 자동으로 하기 때문에 고빈도 매매로 많은 거래를 수행,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시장의 등락과 무관하게 ‘괴리’, ‘불균형’, ‘비효율’을 포착해 거래하기 때문에 무위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외환시세의 불균형을 이용해 얻는 환차익(exchange arbitrage) 같은 기회를 찾는 방법이라고 보면 된다. 

통계적 고려를 하지 않는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는 현상을 ‘넌 인포머티브 플로(non-informative flow)’라고 하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아이러니하게도 퀀트 투자자들의 수익은 커진다. 통계를 따르지 않는 불균형이 심화하기 때문이다.

Singapore's financial district (출처 : Jon Hicks, Gettyimages)

개인은 어떻게 투자하면 좋을까?

개인 투자자들은 내재가치를 보고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가치 투자와 같은 형태다. 퀀트를 제대로 하려면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고 알고리듬도 정교해야 하는데, 이런 방식은 개인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반면 매매 가격에 당위적인 이유가 반영될 때가 있다. 기업 실적이 예상과 크게 달라 어닝 쇼크를 기록하거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과거 통계와 관계 없이 주가가 떨어지거나 오른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보고 펀더멘털(근원적 요인) 관련 이벤트가 벌어지는 걸 추적해 투자한다면 개인도 충분히 투자 성과를 낼 수 있다. 

프레스토랩스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퀀트 트레이딩 회사로서 시타델, 점프 트레이딩 같은 대형 기업보다 시스템이 좋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프레스토랩스의 역사를 보면 중국에서도 돈을 벌어봤고, 크립토 퀀트 트레이딩 시장에 일찍 진출해 성과를 내왔다. 

프레스토랩스에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problem solvers)이 모여 있다. 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기민하게(Agile)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숫자, 데이터를 활용해 문제를 풀고,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한다는 마인드셋(mindset,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금융업에서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크립토 시장에서도 전통 금융업계의 정신이 필요하고, 프레스토랩스가 이를 구현해 가려고 한다.

크립토 헤지 펀드 운용자산규모(AUM, Assets Under Management) 추이 (출처 : PwC)

향후 계획, 목표가 궁금하다. 

다중 전략(Multi Strategy)을 펼치는 크립토 헤지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빠르면 오는 4~5월 정도에 론칭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보고서를 내듯이 일반 개인을 위한 정보를 제작해 배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거래에 활용하는 정보를 100% 공개할 수는 없겠지만, 프레스토랩스가 실시간으로 획득하는 오프체인(블록체인에 기록되지 않는)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 상황 등을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회사 차원의 목표라고 하면 회사를 잘 키워 임직원, 주주, 파트너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 버는 것으로 이미 큰 만족과 행복을 느끼고 있다. 

조직이 커지면 혼자서 풀기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 더 큰 규모로 회사를 경영하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이 생긴다면 더 큰 문제를 해결하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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