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아차 공장, 생산량의 1/3 밖에 출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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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1.10.01 14:19 PDT
[단독] 기아차 공장, 생산량의 1/3 밖에 출고 안돼
조지아 공장의 기아차 (출처 : 기아차 USA)

자동차 업계 반도체 칩 부족 인력난 여파 심각
9월 글로벌 차 판매량, 현대 22%, 기아 14% 감소
칩 대란 수년간 이어질 전망... 업체들 또 감산 예고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대란에 여전히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연내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 칩 부족 상황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의 기아차는 지난달 생산 계획의 3분의 1에 그쳤을 정도다.

1일(현지시간) 미 남동부의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지난달 계획했던 생산량의 3분의 1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했다. 추가 생산을 하려면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바로 다음 주 생산 계획을 세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정을 잘 아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더밀크에 "지금 기아차 뿐 아니라 인근의 완성차 공장들과 부품 공장들도 내주 계획도 못세우고, 당장 이틀 앞 생산 계획만 세울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절박함을 설명했다.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그룹사 간 갈등도 표출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수익성이 높은 차종을 중심으로 반도체를 몰아주다 보니 기아 공장에 조금 더 많은 반도체가 조달되고, 상황이 이렇자 앨라배마의 현대차 공장에서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 기업 등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수급 외에 인력난에도 허덕이고 있다. 차를 생산하려면 전 공정에 필요한 인력이 배치되어 있어야 하는데, 일부 생산라인의 인력이 부족하면 전 생산라인을 멈춰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령 A차종을 생산하려는데 특정 공정에 인력이 없어서 생산 차종을 B로 바꿔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 완성차 공장에서 상황이 바뀌면 나비효과는 부품업체로 이어진다. A차종에 들어가는 차체를 생산하는 업체는 갑자기 공정을 중단하고, B차종을 위한 물량을 더 찍어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생산이 불안정해지면서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CNBC는 지난 7~9월 미국 신차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4% 줄어든 340만 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1일 발표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9월 판매량도 반도체 수급 부족 여파로 크게 감소했다. 현대차의 경우 9월 한국과 해외를 포함해 판매량이 전년대비 22.3% 줄어든 28만 1196대를 기록했다. 기아의 글로벌 판매 역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4.1% 감소한 22만3593대로 조사됐다.

글로벌 반도체 칩 부족 사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가 감산에 들어간 상태다. 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내년에도 칩 부족 사태가 지속하면서 완성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그간 연내 반도체 칩 부족 상황이 다소 개선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해왔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가장 큰 이유는 칩 공급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아시아 지역에서 반도체를 테스트하고 패키징하는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TSMC와 같은 대형 반도체 제조사에서 만든 칩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로 보내지고, 이를 테스트를 하게 되는데 이 지역은 최근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또 반도체 제조사들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마진이 적은 칩 생산을 꺼리는 것도 공급이 부족한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칩은 대부분 마진이 적다"며 "같은 인력을 투입한다고 가정하면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차의 경우 반도체 칩이 더욱 많이 들어가는데, 마진을 고려할 때 반도체 제조사들이 생산을 꺼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 당분간 해소될 것 같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칩 공급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잇따르면서 완성차 업체들도 내년 생산 계획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남동부의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사실 계획을 수립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시장이 받을 수 있는 우려를 고려해 아예 발표용 수치와 회사 내부용 계획을 수립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리서치 회사인 IHS 마킷의 필 암수르드 애널리스트는 내년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을 당초 예상보다 850만대가 줄어든 8260만대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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