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로봇보다 빠른 로봇… 중국 휴머노이드가 무서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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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2026.06.27 23:14 PDT
완벽한 로봇보다 빠른 로봇… 중국 휴머노이드가 무서운 이유
최형욱 패스트B 창업자 겸 대표 (출처 : 더밀크)

[기고] 최형욱 패스트 B 공동창업자 겸 CEO
STK 2026에서 읽은 중국 휴머노이드의 경쟁 공식
AI 시대, 하드웨어도 '베타'가 된다
중국이 무서운 이유? "기술보다 반복 속도"
"완벽함이 경쟁력이 아니다. 진화 속도가 경쟁력"

미국 CES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까지 최근 열린 글로벌 기술 전시회에서는 공통된 풍경이 이어지고 있다. 전시장 곳곳을 채운 것은 중국 기업들의 휴머노이드와 각종 로봇이다. AI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이러한 변화는 전시회의 대표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서울에서 열린 'STK 2026'도 다르지 않았다. 관람객 사이를 오가거나 시연을 펼친 로봇 상당수가 중국 기업의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이었다. 산업용 로봇암은 물론 물류·서비스 로봇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왜 중국은 AI 하드웨어 분야에서 이처럼 빠르게 앞서가기 시작했을까. 오랫동안 이 산업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 변화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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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대표(왼쪽)이 STK2026에서 진행된 혁신원정대 라이브 방송에서 트렌드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AI 시대, 하드웨어도 '베타'가 된다

실마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

하드웨어는 개발 과정이 비교적 선형적이다. 설계를 마치고 금형을 제작한 뒤 생산과 출하가 끝나면 제품 개발도 사실상 마무리된다. 이후 문제가 발견되면 리콜을 실시하거나 다음 제품에서 개선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반면 소프트웨어는 다르게 움직인다. 출시 이후에도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류를 수정하고 기능을 추가하면서 계속 업데이트된다. '베타(Beta)'라는 개념이 자리 잡은 것도 이런 개발 방식에서 비롯됐다.

구글 초기 서비스에 붙었던 베타 표시는 제품이 불완전하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실제 사용자의 경험과 데이터 속에서 완성품을 찾겠다는 의지의 반영이었다. 그래서 구글 검색도, 지메일(Gmail)도 공개된 이후 오랫동안 베타 상태를 유지했다.

수많은 사용자가 실제 환경에서 서비스를 쓰면서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요구를 제시했고, 구글은 이를 빠르게 반영했다. 결국 베타는 사용자와 함께 제품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이었다. 이후 소프트웨어 산업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베타는 '뉴노멀'로 자리를 잡았다.

베타 문화의 핵심은 미완성을 용인하는 데 있지 않다. 실패와 오류를 빠르게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다. 작은 단위로 실험하고, 결과를 측정하고, 잘못된 가설을 버리고, 더 나은 버전을 반복적으로 배포하는 문화다.

여기에는 실패를 숨기지 않는 투명성, 부서 간 경계를 넘는 협업, 사용자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결국 베타는 제품의 상태가 아니라, 기업의 학습 속도와 사용자와의 긴밀한 상호관계를 의미한다.

STK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로봇이 실제 동작을 시연하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출처 : 엑스포럼 )

하드웨어에도 베타가 가능해진 이유 AI

하드웨어에서도 이러한 베타가 가능해지기 시작한 이유가 있다. 하드웨어 자체가 AI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센서, 데이터와 결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은 더 이상 하나로 완성된 존재가 아니다. 연결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하고, 업데이트되는 시스템이다. 자동차와 로봇뿐 아니라 스마트 안경, 드론, 가전, 의료기기, 산업 장비도 같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 쏟아지는 전기차와 휴머노이드 로봇도 베타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유니트리(Unitree), 아지봇(AGIBOT), 갤봇(Galbot), 팍시니(PAXINI), 엔진AI(EngineAI), 림엑스 다이나믹스(LimX Dynamics) 등 중국 로봇 기업의 대거 등장은 그들이 하드웨어를 만들고 진화시키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의미다.

STK 2026 현장에서 목격한 것은 베타 문화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로 건너오는 장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은 기계이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플랫폼에 가깝다. 보행, 균형, 동작 생성, 물체 조작 능력이 출고 시점에 고정되지 않는다. 새 알고리즘과 학습 모델이 얹히면 똑같은 기계가 전혀 다른 능력을 갖는다.

아지봇 역시 단일 제품보다 다양한 용도의 포트폴리오와 실제 작업 데이터, 학습 생태계 구축에 집중한다. 전시장에서 로봇이 자연스럽게 걷고 현란하게 춤추는 데모도 놀랍지만, 정작 더 중요한 건 그 로봇들이 공장과 서비스 공간에 배치되며 쌓는 데이터다. 많이 보급될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그 데이터가 다음 모델을 키운다.

많은 중국 로봇 기업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휴머노이드를 하드웨어, 제어 알고리즘, VLA 모델, 에이전트 운영체제가 결합된 시스템으로 접근한다. 경쟁의 단위가 개별 기계에서 운영체제와 데이터, 개발자 생태계로 이동하고 있다.

STK2026에서 참관객들이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출처 : 엑스포럼 )

중국이 무서운 이유는 기술보다 반복 속도다

이 흐름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완성도가 아니라 반복 속도다. 첫 제품이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현장에 던진다. 거기서 고장과 오류를 찾고, 부품을 바꾸고, 알고리즘을 고쳐 몇 개월 간격으로 계속 새 버전을 개발하고 출시한다.

이는 중국의 산짜이(山寨) 진화의 문화와 패턴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베끼고, 만들고, 팔고, 데이터로 배우고, 다음 버전에서 고친다. 예전엔 짝퉁 휴대폰이 그랬고, 지금은 로봇이 그 패턴을 반복한다. 다른 건 속도와 규모뿐이다.

중국의 많은 제품들은 초기에 완성도나 내구성, 안전성 면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완벽한 제품을 오랫동안 개발한 뒤 출시하기보다,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실제 고객과 산업 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한다. 그리고 짧은 주기로 다음 버전을 출시하며 성능과 가격을 개선한다.

6년 전 손오공 스마트완구를 만들었던 심천의 유비테크는 이제 '워커'라는 휴머노이드를 만들고 있다. 샤오미의 전기차는 개발 3년 만에 양산되어 소비자 손에 전달됐다. 초기 이슈가 많았지만 계속 업데이트되면서 지금도 품질과 성능이 진화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불완전한 제품을 빠르게 개선하는 속도에서 나온다. 수많은 공급망 기업과 제조 현장, 방대한 내수시장, 빠른 의사결정이 결합되면서 하드웨어에서도 소프트웨어와 유사한 반복 개발이 가능해지고 있다.

오늘의 제품이 부족하더라도 6개월 뒤 새 버전이 등장하고, 1년 뒤에는 가격과 성능이 전혀 다른 수준으로 진화한다. 중국 기업들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우리와 다른 국가들이 AI 시대 하드웨어 분야에서 강력한 혁신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샤오미의 첫 전기차 SU7 (출처 : 더밀크)

'영구적인 베타'가 하드웨어의 미래다

'불완전함'을 무기로 삼은 중국 기업들의 약진 앞에서, 우리의 현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의 강점은 완성도다. 하지만 완벽해질 때까지 출시를 미루는 문화는 AI와 로봇 시대에 오히려 약점이 된다. 안전과 신뢰를 지키면서도 작은 실험을 빠르게 반복하고, 시장의 피드백을 다음 제품에 즉시 반영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완벽함이 내놓지 않을 이유가 되는 순간, 그것은 무기가 아니라 경쟁에서 뒤처지게 만드는 관성이 된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하드웨어 기업은 출시 이후 가장 빠르게 학습하고 진화하는 기업일 것이다. 첫 번째 제품의 완성도보다 업데이트 구조, 데이터 수집 능력, 모듈화된 설계, 사용자 커뮤니티와 공급망의 대응 속도가 중요해진다.

'영구적인 베타(Perpetual Beta)'는 완성을 하나의 시점이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으로 재정의하는 철학에 가깝다. 이제 하드웨어 기업도 어떻게 제품이 계속 진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가를 지속적으로 물어야 한다.

STK 2026의 전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은 이미 다른 게임을 하고 있었다. 완성품을 내놓는 게임이 아니라, 더 빠르게 진화하는 게임이다. 공장 문을 나서는 순간 완성되는 제품의 시대는 끝났다. 앞으로의 하드웨어는 사용되는 동안 계속 다시 만들어진다.

최형욱 대표

최형욱 대표는?

최형욱 대표는 패스트 B 공동창업자 겸 CEO로 미래기술 비즈니스 전략가다. 미국 남가주대학교(USC) 대학원에서 전자공학과 컴퓨터네트워크를 전공했으며, 삼성전자에서 무선 네트워크와 모바일 디바이스 연구개발을 수행했다. IoT, 모바일, UX, 무선 네트워크, 신규 서비스 분야에서 20여 건의 해외 특허와 30여 건의 국내 특허를 출원했으며, 사물인터넷 플랫폼 기업 매직에코와 아시아 혁신가 네트워크 PAN(Pan Asia Network)을 공동 창업했다.

현재는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AI와 미래기술 기반의 신사업 전략 및 혁신을 자문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혁신전파사'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넥스트 AI, 공간컴퓨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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