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AI 교육, 어떻게 할까?... 그런데 교사가 더 문제
[어린이날 특집: AI 교육 분석]
어린이들, 사실보다 감각 더 중시
생성AI가 탈진실 시대 가속화 ... 어린이는 무방비
가짜 및 오류 구분∙진실 판단하는 능력 키워야
“학교가 리더가 돼야 한다. 어차피 아이들은 사용할 것이기 때문”
요즘 ‘어린이’는 종이책을 넘기는 것보다 화면을 스와이프하는 게 익숙한 세대다. 알파세대로 대변되는 어린이는 코딩과 인공지능(AI)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알파 세대는 인스타그램과 아이패드가 출시된 해인 2010년부터 202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기술과 가장 친숙하지만, 기술의 부작용에 대해 가장 취약할 수 있는 세대기도 하다. 알고리즘으로 시대는 점점 사실보다 감각이 중요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이 감각을 자극하는 허위, 가짜, 오류 정보는 더 정교하고 쉽게 생산되고 있다.
이들에게 소셜미디어(SNS)가 없는 세계는 상상할 수 없다. 앞으로도 평생을 기술과 함께할 세대기도 하다.
기술이 만든 세상이 전부인 어린이에게 어떻게 AI를 가르쳐야 할까?
‘탈진실 시대’ 사실보다 감각 통한다
지금은 소위 탈진실(Post-truth, 포스트트루스)의 시대다. 탈진실은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게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뜻한다.
사실과 진실보다 감과 느낌이 통하는 시대다. 인공지능(AI)으로 만든 딥페이크 이미지, 가짜 정보 제작 및 확산이 쉬워지면서 이 탈진실 시대는 가속화하고 있다. 탈진실은 '옥스포드 영어사전'에서 2016년에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철학자 앨러스터 메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는 이 포스트 트루스가 등장한 배경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확증편향, 전통 미디어의 쇠퇴, 소셜미디어의 출현, 과학부인주의의 등장,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등이다.
확증편향이란 새로운 사실을 접했을 때 자신이 갖고 있는 원래의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가짜, 허위 정보를 믿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소셜미디어는 이 확증편향의 배달부다. 알고리즘으로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뉴스만을 주로 읽게 함으로써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게 한다. 정보 소비의 ‘사일로화’다.
탈진실은 '너도 옳고 나도 옳고 우리 모두 옳다'는 극단적 다원주의를 강화시킨다. 이에 대한 각성의 일환으로 미국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는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이 탈진실과 반대되는 '진짜의', '진품의', ‘오리지널’이라는 뜻의 '어센틱(authentic)'을 선정했다.
알파세대가 기술이 만든 이 탈진실 환경에서 취약해지는 현상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AI는 빠르게 똑똑해지고 있는 데 반해, 인간은 더 똑똑해지기 위한 생각과 훈련을 되려 게을리하고 있다. 이른바 생각의 자동화다.
이장선 미국 럿거스대학교 조교수는 더밀크와의 인터뷰에서 “챗GPT가 대중에게 공개된 이후 학교에서 숙제가 의미가 없어졌다”라면서 “학교에 있으니 문제를 체감하는데 학생들이 AI를 써서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할 정도다. 반면 오픈AI의 최신 대규모 언어모델(LLM)인 챗GPT-4는 미국 모의 변호사시험에서 상위 10%,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SAT 읽기와 수학 시험에서는 각각 상위 7%, 11%의 성적을 기록했다.
생성AI가 탈진실 시대 가속화
생성AI는 탈진실이 정답처럼 느껴지게 한다. 생성AI 솔루션으로 이미지, 글, 영상,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를 제작하기 쉬워진만큼 가짜, 허위, 불법 콘텐츠도 쉬워졌다. 정교해지는 결과물에 정보의 홍수 속 진위를 구별하거나 사리를 분별하긴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영국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생성형 AI 이미지 생성기를 이용해 친구들의 음란한 가짜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 안전한 인터넷센터(UKSIC)는 긴급한 조치를 촉구하면서 학교에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할 것을 경고했다.
UKSIC는 비즈니스인사이더에 "확인되지 않고 규제되지 않은 생성형 AI로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데이비드 하디 UKSIC 이사는 "생성AI 같은 새로운 기술이 더 쉬워지면 어린이와 학생 등 젊은이들의 유해한 행동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영국뿐만 아니라 생성 AI의 급속한 성장이 탄생시킨 가짜정 보는 생 AI의 대표상품이 됐다. 미국은 올해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에서 체포됐다는 가짜 사진이 확산되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탈진실 시대, 정보홍수 속 중요한 건…가짜 구분하는 능력
인터넷부터 소셜미디어(SNS) 등장까지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달할 때마다 언제나 가짜, 허위, 오류 정보 등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그러나 생성AI로 이 정보 제작과 확산이 훨씬 쉬워지고 결과물은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지면서 이 우려는 이제 인간의 실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탈진실 시대 가속화하는 이때, 어린이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세계경제포럼(WEF)이 빌간한 2024년 글로벌 위험 보고서는 향후 2년 동안 세계가 직면할 가장 심각한 위험으로 ‘잘못된 정보와 허위 정보’를 꼽았다. 보고서는 “교육계에서 아이들에게 ‘가짜뉴스’와 기타 조작된 정보를 분별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높은 성취도를 기록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 넘쳐나는 가짜 정보, 틀린 정보와 사실을 구분하는 능력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학교에 디지털 미디어 활용 능력 수업을 도입하고 있다. 에린 맥닐(Erin McNeill) 옹호 단체인 미디어리터러시나우(Media Literacy Now) 설립자 및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교육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AI와 디지털 기술이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됐다. 포럼 내 '교육과 AI의 만남' 세션에서 에밀리야 스토이모노바 두(Emilija Stojmenova Duh, Minister of Digitalisation) 슬로베니아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우선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학습할 때 학교 차원에서 규율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비영리단체 코드닷오알지(Code.org)의 하디 파토비(Hadi Partovi) 설립자이자 CEO는 “젊은이들은 단지 교육 시스템에서만 학습하지 않는다”면서 “학교에 다니지만 유튜브에서 배운다”고 진단했다.
학교에서 온라인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의 경계를 가르쳐야 학생들이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개별적으로 정보를 접할 때 이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 이때 중요한 건 금지가 아니라 어떻게 장점을 극대화할지다.
파토비 CEO는 “학교에서 챗GPT를 사용할 수 없다고 말하면 학생들이 가장 먼저 가서 할 일이 챗GPT일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우리 학교 시스템이 이를 인식하고 후발자가 되기보다는 기술을 수용하는 데 있어 리더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학교 시스템이 있든 없든 기술을 사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