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부모 40% 코로나 백신 꺼린다... 가짜뉴스가 병 더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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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3.04.02 16:34 PDT
한국인 부모 40% 코로나 백신 꺼린다... 가짜뉴스가 병 더 키워
2022년 6월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산타클라라 페어그라운드에서 한 간호사가 영아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주사하고 있다. (출처 : Gettyimages)

[에스닉미디어서비스 'Covid Myth Buster' 캠페인]
한국 부모 40% "자녀 백신 접종 꺼린다" 응답
미국 샌프란시스코, 5세 미만 백신 접종률 25% 불과
SF 코로나19 현재 진행형... 올해 3월까지 사망자 26명

북가주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거주하는 서모(41)씨는 지난해 지인들과 식사자리를 가졌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서 씨가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아내와 첫째 딸(10살), 그리고 둘째 딸(5살)까지 모두 코로나에 감염됐다. 서 씨와 아내는 백신을 접종했지만, 두 딸은 미접종 상태였다.

다행히 특별한 문제없이 코로나를 이겨낸 서 씨는 앞으로도 두 딸에게 백신을 맞히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무엇보다 백신이 아직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반 백신 개발 과정과 비교해서 코로나 백신의 개발 기간이 빨랐고, 테스트 대상이 적었기 때문에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는 “어차피 모든 가족이 코로나19를 한 번 이겨냈기 때문에 면역이 생겼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녀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맞힐 바에는 이보다는 검증된 독감 예방주사를 맞히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미국에 거주하는 일부 한인들은 여전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지아 주에 거주하는 박모 씨는 2주 전 다시 코로나에 감염됐다. 지난해 초 코로나에 걸린 후 1년 만이다. 며칠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 가기 위해 자가키트로 검진 후 양성판정을 받았다. 남편과 9살, 5살 난 두 딸은 다행히 음성이었다. 그는 “백신을 3차까지 맞았는데, 이젠 감기 수준으로 지나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씨 역시 아직 자녀들에게 백신을 맞히지 않았다. 혹시나 모를 부작용 때문이다. 박 씨는 “많이 괜찮아졌다고들 하는데 아직 부작용이 걱정된다”며 “접종을 했다는 지인 자녀들도 있는데, 우리 아이에게 접종하는 것은 여전히 꺼려진다”라고 말했다.

백신접종 꺼리는 부모들… 미국과 한국 부모는?  

실제로 자녀의 백신 접종을 꺼리는 미국과 한국 부모들의 비율은 전 세계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학분야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이 올 1월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당 국가 부모들의 30.5%가 자녀의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은 2022년 6월 29일부터 7월 10일까지 미국, 한국, 영국, 사우스 아프리카, 러시아 등 23개국의 2만 3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조사에서 미국 부모들의 33.1%가 자녀 백신 접종에 주저한다고 답했다. 글로벌 평균을 웃도는 수치다. 백신을 한 번도 접종하지 않은 부모들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다. 90.3%가 자녀 백신 접종을 꺼린다고 답했다.

한국 부모들은 자녀들의 백신 접종에 더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39.4%가 자녀 백신을 꺼린다고 답했고, 한 번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부모들의 84.9%가 자녀 백신 접종에 주저한다고 답했다.  

자녀 백신 접종에 대한 국가별 부모 성향 (출처 : Nature Medicine )

샌프란시스코 5세 미만 백신 접종률 25% 불과

샌프란시스코 당국에 따르면 3월 29일 현재 아시안 백신 접종률은 90%에 달한다. 1번 이상 백신을 맞은 아시안 인구는 전체 29만 7279명 중 27만 6946명으로 90%에 근접했다. 또 3번 이상 백신 접종을 완료한 아시안 인구는 전체 인구의 88%를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인종별 백신 접종 비율. (출처 : 샌프란시스코 시 및 카운티)

그러나 5세 미만 백신 접종률은 크게 떨어진다. 29일 기준 샌프란시스코 거주 0~4세 중 1번 이상 백신을 맞은 비율은 41%였다. 반면 5~11세는 85%, 그리고 12~17세는 90%로 조사됐다. 영유아에 대한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부스터 샷 통계를 적용하면 더 극명하게 대조된다. 부스터 샷을 맞은 0~4세 영유아 비율은 25%를 기록,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5~11세도 79%를 기록, 6% 나 줄어들었다.

아시안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영유아 백신 접종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샌프란시스코 연령대별 백신 접종 비율. (출처 : 샌프란시스코 시 및 카운티)

실제 지난해 미국에서 5세 미만 영유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승인 이후 카이저 가족재단이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부모 5명 중 2명은 '절대로 맞히지 않겠다'고 답했다. 설문은 지난해 7월 7일~17일 성인 184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5세 미만 자녀를 둔 응답자의 43%는 ‘절대로 백신을 맞히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27%는 ‘더 기다려 보겠다’고 답했으며 13%는 ‘접종 의무화 때만 맞힐 것’이라고 응답했다.

역시 부모들의 가장 큰 우려는 잠재적 부작용과 백신 연구기간 부족 등이었다. 5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의 19%가 “백신 연구기간이 짧았다”는 이유로 자녀들의 백신 접종을 꺼렸다. 14%는 ‘부작용 우려’, 13%는 ‘안전 우려’등을 이유로 꼽았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서모씨는 “뉴스를 통해 어린이들이 백신을 접종한 이후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했다는 등의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며 “이런 뉴스나 소식들이 자녀 백신접종을 꺼리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팬데믹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잘못된 정보 등이 여전히 예방 접종을 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

UCSF 전염병 전문가인 피터 친 홍 박사는 산호세 지역뉴스 ABC7과의 인터뷰에서 “(백신 부작용과 같은) 잘못된 정보가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데 어려움이 되고 있다”며 “이런 정보로 인해 환자들이 의사를 만나지 않거나 의사의 조언을 무시하는 등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테면 마스크 착용이나 다른 코로나19 예방 조치가 면역 체계를 손상시키고, 이 때문에 독감이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가 급증하고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다. 친홍 박사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는다고 해서 면역 체계가 약해졌다는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백신은 코로나19로 인한 죽음을 막아줬다. 이런 측면에서 백신은 과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잘못된 정보가 백신 접종률을 낮춰 소아마비나 홍역을 유행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허위 정보로 인해 우리가 가진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SF 코로나19 현재 진행형... 올해만 사망자 26명 

최근 샌프란시스코의 코로나19 확산은 주춤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코로나19 데이터 대시보드에 따르면 2월 27일 현재 7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96명을 기록했다.

2020년 3월부터 12월 30일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만 4316명, 누적 사망자는 254명이었다. 2021년 누적 사망자는 693명으로 늘었고, 2022년에 누적 사망자는 1141명으로 급증했다.

2022년 12월 30일 이후 올해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는 26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주춤한 것 같지만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 당국은 지난달 대부분의 실내 공공시설에 대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종료했다. 2월 28일에는 시 공중보건국(PHE)도 이를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의료 시설과 장기 요양 시설, 교도소 또는 소년원 등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면서 자녀 백신 접종에 대한 긴장감이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모들은 백신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개발됐다는 점과 백신 안전에 대한 잘못된 정보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UCSF 소아과 의사이자 역학자 조지 루서포드는 SF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학교 백신 의무가 홍역과 소아마비 등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됐다"면서 "코로나19에 대해서도 비슷한 개념이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베이 지역 마린카운티 맷 윌리스 공중보건 책임자는 "백신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막는데 도움이 되고, 감염된 어린이의 중증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마린카운티는 작년 8월 기준으로 5~11세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80%에 달했다. 12~17세는 94%로 더욱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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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에스닉 미디어 서비스(EMS)'의 'Covid Myth Buster' 프로젝트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EMS는 미국 내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의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캘리포니아 보건국(California Department of Public Health)과 'VaccinateAll58'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밀크는 미국의 기술과 자본시장 동향을 한국에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의 권익 신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밀크는 미국 내 한인들이 올바른 건강정보를 제공받고, 질병을 예방하면서 건강한 이민 생활을 영유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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