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는 왜 정부에 5%를 제안했나... ‘65조원 베팅’ 3대 핵심 포인트 분석
[미 정부 오픈AI 지분 확보 분석]
핵심 포인트①: 65조원짜리 제안, 알래스카 모델을 빌리다
핵심 포인트②: 정부 지분 소유, 이미 인텔 사례 존재
핵심 포인트③: 왜 지금인가... 정부와의 관계 관리하려는 정치적 포석
중국 오픈소스 모델 약진… 표준화 노려
더밀크의 시각: 프런티어 AI의 ‘전략자산화’ 계속된다… 한국의 기회는?
미국 정부에 회사 지분 5%를 넘기겠다는 오픈AI의 제안이 실리콘밸리를 흔들고 있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가 트럼프 행정부에 정부의 지분 확보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후 양측이 협상을 진행해 왔는데, 최근 구체적인 숫자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각) 이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샘 알트만과 오픈AI 경영진이 회사 지분 5%를 미국 국부펀드 성격의 기구에 양도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최첨단 AI 모델이 국가 전략 자산으로 취급되는 가운데, 국가가 프런티어 AI 연구소의 지분을 소유하면 더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핵심 포인트①: 65조원짜리 제안, 알래스카 모델을 빌리다
이번 제안에 담긴 지분 5%의 가치는 약 426억달러(약 65조원)로 추산된다. 오픈AI가 올해 3월 마무리한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 8520억달러(약 1311조원)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FT에 따르면 샘 알트만은 이 지분을 미국의 ‘알래스카 영구기금(Alaska Permanent Fund)’과 유사한 구조에 담자고 제안했다. 알래스카 영구기금은 1976년 알래스카주의 석유 수익을 재원으로 설립돼 매년 배당금을 주민에게 지급해온 대표적 국부펀드다.
오픈AI의 구상은 이 기구에 앤트로픽, 구글, 메타 등 다른 미국 주요 AI 기업들도 동일한 비율의 지분을 출연하는 것이다. 다만 이들 기업들이 알트만의 아이디어에 동의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알트만 CEO는 2025년 초부터 트럼프 행정부에 이 개념을 직접 제안해 왔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1년 넘게 관련 대화를 이어온 것.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오픈AI·앤트로픽·xAI 등이 법인세를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납부하도록 해 정부가 지분을 취득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샘 알트만 CEO가 지난 6월 3일 샌더스 의원을 직접 방문해 공공 지분 개념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오픈AI는 지난 4월 발표한 정책 문서 ‘지능 시대를 위한 산업 정책(Industrial Policy for the Intelligence Age)’에서도 이미 이런 방향을 예고한 바 있다. 공공 부(富) 펀드로부터 나오는 수익은 시민에게 직접 분배될 수 있으며 금융시장 접근 여부나 초기 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더 많은 사람이 AI 주도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주장이었다. 오픈AI 산하 비영리재단도 지난 5월 블로그를 통해 국부펀드 방식을 재차 제안한 바 있다.
논의는 아직 개념적 수준의 초기 단계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실제 이행을 위해서는 의회 입법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핵심 포인트②: 정부 지분 소유, 이미 인텔 사례 존재
오픈AI의 이번 제안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미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 약 10%를 89억달러(약 13조7000억원)에 확보했다. 반도체과학법(CHIPS Act)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지분 확보가 이뤄진 것.
이후 정부는 엔비디아·AMD와도 별도 협상을 통해 중국 대상 AI 칩 매출의 일부를 정부에 납부하는 수익 공유 계약을 체결했다. IBM을 비롯해 양자컴퓨팅·핵심광물 기업에도 정부의 지분 투자가 이어졌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한 발 더 나갔다. 6월 ‘미국 AI 국부펀드법(American AI Sovereign Wealth Fund Act)’을 발의했다. 데이터센터·인프라·로봇 사업을 하는 이른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AI 기업 지분의 50%에 최대 50% 세율의 일회성 과세를 부과해 국부펀드 재원(약 7조달러 규모로 추산)으로 삼자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은 아직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오픈AI의 5% 제안은 결국 정부 지분 소유라는 큰 흐름 안에서 온건한 버전에 해당한다. 인텔식 강제 편입이나 샌더스식 과세안과 달리, 오픈AI 스스로 먼저 손을 내민 자발적 헌납이라는 점도 다르다.
핵심 포인트③: 왜 지금인가... 정부와의 관계 관리하려는 정치적 포석
CNBC는 이번 제안의 배경으로 워싱턴 내 AI 기업에 대한 정치적 압박 고조를 꼽았다. 오픈AI 모델의 사이버보안 취약성에 대한 정부의 경계심, 중국산 오픈소스 모델이 미국 최상위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번 보도가 나온 시점은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클로드 ‘미토스(Mythos) 5’와 ‘페이블(Fable) 5’에 대한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가 2주 넘게 이어지다 6월 30일 해제된 직후였다. 백악관은 오픈AI의 차세대 모델 GPT-5.6의 공개 범위를 정부 승인 기관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이 두 사례는 프런티어 AI 모델의 출시와 배포가 더 이상 기업의 독자적 판단 영역이 아니라, 정부의 사전 검토와 승인이 사실상 개입하는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오픈AI의 지분 제안은 이런 긴장 국면에서 정부와의 관계를 관리하려는 정치적 포석의 성격이 짙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중국 오픈소스 모델 약진… 표준화 노려
흥미로운 건 미국과 AI 패권을 다투는 중국의 행보가 정확히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최상위 모델의 접근권을 직접 통제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중국은 반대로 모델을 공개해 세계 표준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알리바바의 큐원(Qwen)은 허깅페이스 기준 누적 다운로드 10억 건을 돌파하며 전 세계 오픈소스 AI 모델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했다. 올해 2월 한 달에만 메타·딥시크·오픈AI·미스트랄·엔비디아 등 경쟁 8개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1억536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딥시크 역시 2025년 1월 R1 모델 공개 이후 세계 AI 업계에 충격을 준 이래 후속 모델을 이어가고 있고, 바이두처럼 원래 폐쇄형 전략을 취하던 기업들도 2025년 여름부터 어니(ERNIE) 시리즈를 오픈소스로 전환하며 개방형 AI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의 노림수는 명확하다. 하드웨어 수출 통제로 최첨단 칩 확보가 막힌 상황에서 모델을 무료로 개방해 전 세계 개발자·스타트업·정부가 중국 모델을 표준으로 채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말레이시아는 자국 소버린 AI 생태계를 중국산 오픈소스 모델 기반으로 구축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도 미국 스타트업의 상당수가 중국 기반 모델을 활용해 파생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봉쇄된 하드웨어 격차를, 개방형 소프트웨어 생태계 장악으로 우회해 상쇄하려는 구도인 셈이다.
더밀크의 시각: 프런티어 AI의 ‘전략자산화’ 계속된다… 한국의 기회는?
미국 정부의 ‘AI 액션플랜’ 초안을 주도했던 딘 볼(Dean Ball) 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AI 정책 고문은 이번 오픈AI의 제안과 관련해 “미국의 모든 가구에 지분 5%를 나눠 직접 쥐여주는 방안이 더 낫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분을 확보하면 지배구조가 복잡해지고, 국민들은 직접적인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볼 고문은 오는 7월 6일부터 오픈AI에 합류해 프런티어 AI 정책을 총괄하는 신설 조직 ‘전략적 미래(Strategic Futures)’ 팀을 이끌 예정이다. 오픈AI 내부에서도 이 구상을 둘러싼 논쟁이 간단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가 오픈AI 지분 5%를 보유하게 되면 정부 안의 반독점 집행 기관, AI 모델 출시를 심사하는 안전 당국, 연방기관의 AI 조달 부서, 경쟁사의 칩 수출 여부를 결정하는 통상 당국과의 이해관계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 지분 제공이 프런티어 AI 랩 운영의 ‘암묵적 면허 조건’이 된다면 현재 최상위권 소수 기업의 지위가 정부를 등에 업고 고착화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기술이 내포하는 강력한 힘을 고려할 때 정책 방향의 기조 자체가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 지분 확보, 엔비디아·AMD의 중국 매출 공유, 이번 오픈AI 지분 5% 제공 제안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움직임은 반도체와 프런티어 AI 모델을 개별 기업 자산이 아니라 국가 안보·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전략자산으로 취급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단일 정책이 아니라 이미 일관된 방향성이 정립됐다고 봐야 한다.
이는 한국의 반도체·AI 산업에도 직간접적인 함의를 던진다. 세계 각국 정부가 전략 산업에 대한 지분·수익 참여를 계속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AI 산업의 주도권이 기업 단위 경쟁을 넘어 국가 단위로 확산될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정부의 접근권 통제, 중국의 오픈소스 모델(큐원, 딥시크 등)의 약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어떤 모델 생태계를 기반으로 AI를 구축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에 계속 직면하게 될 공산이 크다.
핵심은 특정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토큰(token, AI가 생성하거나 처리하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 효율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안, 데이터 주권, 규제 리스크를 고려하면서 상황에 맞춰 AI 모델을 골라주는 스마트 라우터 같은 도구를 활용, 실질적이 가치를 창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4755조원 규모 반도체 투자 발표로 도약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제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피지컬 AI 분야에서 한국만이 보유한 자체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강화한다면 우리만의 진정한 소버린 AI를 구축할 수 있다. 모델·칩 설계 등 더 상위 계층에 대한 자본과 기술 투자를 통해 생태계 전반을 키우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