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의 시작과 끝... 네트워크, 네트워크,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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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4.04.21 09:08 PDT
창업의 시작과 끝... 네트워크, 네트워크, 네트워크
(출처 : Shutterstock )

[재미과기협 주최 2024 '스텝 업' 애틀랜타 컨퍼런스]
디지털 헬스케어, 바이오, VC투자자, 학계 등 100여 명 참가
아이디어는 좋은데... 스타트업 대표들 "어떻게 수익화? 늘 고민"
한국 vs 미국 창업 어디서 할까?... "네트워크 있는 곳에서 시작하라"
바이오, 디지털헬스 스타트업 경연도... "K스타트업 네트워크 구성 목적"

이거 잘못되면 감옥갈 수도 있는데 자신 있어요?
윤영섭 에모리대 교수, 카리스바이오 대표

2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회장 손용호) 주최 '스텝 업' 콘퍼런스에서 윤영섭 에모리대 교수는 청중들을 향해 다소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윤 대표는 지난 2020년부터 심혈관질환 치료를 위한 혁신적인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카리스바이오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윤 대표는 "한국에서 펀딩을 받는 과정에서 벤처캐피털 관계자들로부터 실제로 들었던 이야기"라며 "한국에서의 창업은 일이 잘못되면 최고경영자(CEO)가 다 책임을 져야 한다. 펀딩 단계에서 이런 위험까지도 감수할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창업이라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텝 업'(Science and Technology Entrepreneurship Partners’ Upscale Program)은 미국의 과학기술 분야 예비 한인 창업자와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다. 미국 내 한인들의 벤처 창업을 독려하고,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부터 시작됐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스텝업은 처음으로 20~21일 이틀간 애틀랜타에서 열렸다. 100여 명이 참석한 콘퍼런스에는 바이오, 헬스케어, 디지털 헬스,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 첨단기술 분야의 예비 창업가와 교수, 벤처캐피털 투자자, 변호사 등이 강연과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교환했다. 헬스케어 분야의 창업 성공사례와 스타트업 펀드레이징 노하우, 피칭, 법률 및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윤영섭 카리스바이오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정확한 수익 모델이 무엇인가요?, 돈은 어떻게 버나요?

양일간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이다.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실제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현실적인 질문이 많았다.

발표자로 나선 스타트업 대표들은 난감해하면서도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소프트 웨어러블 기술을 보유한 이성훈 위스메디컬 대표는 "우선 외부 펀딩을 통해 끌어가고 있다"며 "팀 내 네트워크가 좋은 C레벨 임원들을 통해 초기 투자를 이끌어냈다.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한 펀딩이 주를 이룬다"라고 말했다.

세이브4칠드런 프로젝트를 통해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어린이 보행자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최익선 에모리대 교수는 "수익을 어떻게 낼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며 "학교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속도는 더디지만 프로젝트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향후 소프트웨어 업체와의 파트너십이나 조인트 벤처 형태를 통해 회사를 설립하고, 정부 펀딩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펀딩을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 데이터를 확보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스마트 인더스트리얼 파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양경호 빌라세스티(Vilacesti) 공동 창업자 겸 CTO 역시 "소셜벤처 기술 분야의 경우는 늘 펀드레이징이 힘들다"며 "정부 보조가 필수인데, 정부 펀딩이 마련되어 있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 진척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지역의 교육 수준이 높은 인력의 기술 훈련을 통해 리모트로 해외 일자리를 연결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수익화를 모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익선 에모리대 교수가 가상현실을 활용한 어린이 보행자 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한국 vs 미국 어디가 좋을까? "네트워크가 있는 곳부터 시작"

선배 창업가들은 미국과 한국 창업에 대한 경험담을 공유했다. 윤영섭 대표는 "과거 미국에서 창업을 했던 적이 있다. 공동으로 창업한 분들의 맨파워도 좋았지만 너무 어렸던 것이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펀딩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충분한 네트워크가 없을 경우 펀딩이 무척 어렵다. 과거 창업을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라며 "자신의 네트워크가 어디에 있는지를 잘 파악한 뒤 창업하는 것이 좋다"라고 부연했다.

인건비도 중요한 이슈였다. 윤 대표는 "미국에서 회사를 운영하려면 예상보다 큰 규모의 펀딩이 필요했다"며 "한국과 미국을 비교했을 때 채용할 인력의 몸 값이 세 배는 차이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창업을 해보니 갑을 관계는 계속 달라진다"면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고 투자자와 창업가 등 모든 구성원들이 행복할 수 있는 디렉션을 찾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라고 조언했다.

벤처캐피털 업계도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로드아일랜드에 있는 비영리 기관 뉴믹(New England Medical Innovation Center, NEMIC)의 리디아 신 매니징 파트너는 한국 기업들의 액셀러레이터 지원 경험을 공유했다.

신 파트너는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도 "네트워킹, 네트워킹, 네트워킹"이라며 세 번이나 거듭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에서의 네트워킹 자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스킬'을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신 파트너는 "언제나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아이컨택'도 중요하다. 또 누가 이 공간에 있고, 그들이 무엇을 바라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답해야 한다. 얼버무리는 수준이면 신뢰를 잃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누가 내 멘토가 될지를 찾고, 다른 투자자 그룹이나 인맥을 소개해줄 수 있는지도 물어야 한다"며 "1분 안에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내가 하려는 일과 가진 기술에 얼마나 자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스텝 업 참가자들.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바이오, 디지털헬스 스타트업 경연도... "K스타트업 네트워크 구성 목적"

컨퍼런스에서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회사들의 1분 스피치도 이어졌다. 암 세포막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당 사슬 집합체 글라이코칼릭스(glycocalyx)를 제거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코넬대 기반의 캔디테라퓨틱스(Candy Therapeutics), 다기능 고분자 나노입자 약물 전달 시스템을 개발한 뉴로호프테라퓨틱스(NeuroHope Therapeutics), 라이스대학 학부생들이 중심이 된 음식 칼로리 및 영양 정보 제공 스타트업 다이그노스(Diagnos), 카메라 기반 RPM 솔루션을 제공하는 딥메디(Deepmedi) 등 스타트업을 준비하거나, 초기 스타트업 단계의 창업가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백승욱 루닛 창업자 겸 의장은 후배 창업가들을 향해 '용기'를 강조했다. 그는 CEO를 내려놓은 사연 등을 공유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에 있어 용기를 냈더니 회사가 더 잘되더라"며 "신념을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 용기를 갖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재니스 로건 모건 루이스(Morgan Lewis) 파트너, 박성원 리드 스미스(Reed Smith) 변호사 등 헬스케어 분야 지적재산권과 미 식약처(FDA) 관련 법률 전문가들도 강연을 통해 다양한 법률 정보를 제공했다.

로건 파트너는 '지적재산권과 특허 신청과 관련' "한국에서 특허를 받은 것이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는 적용이 되지 않는 것들도 많다"며 "번역에서 오역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먼저 특허를 신청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 아닐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스텝 업 콘퍼런스 준비를 총괄한 양경호 박사는 "스텝 업은 재미과기협 안에서도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지역과 예비 창업가들이 있는 지역을 찾아서 K-스타트업의 에코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씨앗을 뿌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며 "애틀랜타에서도 K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분들이 모여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이 네트워크가 다른 지역의 비슷한 역할을 하는 그룹과 연결, 시너지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스텝업 2024에서 참석자들이 네트워킹을 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스텝업 2024에서 참석자들이 네트워킹을 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스텝업 2024에서 참석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출처 : 재미과기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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