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 시작됐다... CES2024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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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4.01.19 05:32 PDT
AI 대전환 시작됐다... CES2024의 의미
LVCC 웨스트홀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체 운영체제. MB.OS를 선보였다 (출처 : 더밀크)

[CES2024 총평] 4대 트랜스포메이션(전환) 확인할 수 있었던 CES2024
⓵ AI 전환 .. 글로벌 기업 AI 사업 박차
② 모빌리티 SDV 전환 ..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자동차의 디지털화 가속화
③ 그린 전환. .. 지속가능한 미래가 기술의 목적
④ 로봇 전환 ... 생산성 향상의 키워드로 로봇 급부상

우리가 왜 CES에서 아름다움을 말하고자 하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로레알 CEO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이날 개막한 CES2024 기조연설 무대에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로레알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나왔다. 화장품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기술 전시회인 CES 무대에 선 것이다.

그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뷰티 기업이 CES 기조연설을 한 것에 대해 “우리는 기술이 가능한 것의 경계를 허물고, 전세계 소비자들의 삶을 개선하고, 모든 개인의 무한하고 다양한 아름다움에 대한 요구와 열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선언과 함께 로레알은 인공지능(AI) 기반 뷰티앱 ‘뷰티 지니어스’를 공개하고 다이슨에 대적할 헤어드라이어 ‘에어라이트 프로’도 공개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CES의 기조연설 무대에서 반도체 칩이나 TV,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가 아닌 ‘AI 기반 립스틱’과 ‘헤어 드라이어’를 공개해 관심을 받은 것이다.

로레알 이에로니무스 대표의 이날 발표는 생성AI가 비즈니스의 근간을 뒤흔든 이후 완전히 바뀐 산업 지형을 상징한다.이제 뷰티 뿐 아니라 중공업, 중장비 등 산업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기업은 테크 기업이며 앞으로는 모든 기업은 ‘인공지능(AI)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CES는 AI 기술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중심으로 한 ‘산업 대전환(Great Transformation)’이 진행 중임을 그대로 드러낸 이벤트였다.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은 '변형' 또는 '변화', ‘전환’을 의미한다. 각 기업과 조직이 디지털 기술을 통합하여 운영, 프로세스 및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프로세스를 말한다.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고, 기술적 장벽을 낮추며, 새로운 기술 및 문화를 채택, 전체적인 성능과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CES2024에서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에릭슨, 인텔, 퀄컴, 월마트, HD현대 등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AI 트랜스포메이션, 모빌리티 트랜스포메이션, 그린(지속가능성) 트랜스포메이션을 외쳤다.

2024년 이후 기업 운영의 방향성과 미래 전략이 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레알의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CEO가 AI 서비스 '뷰티 지니어스'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 : 로레알)

1. 2024년 AI 대전환 (AI Transformation) 시작의 해

첫째는 AI 대전환이다. 참석한 기업들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 AI에 초점을 맞췄다. 반도체, 가전, 모빌리티, 뷰티,중공업 등 거의 모든 기업이 ' AI트랜스포메이션'을 화두로 내세우고 관련 제품을 쏟아냈다.

AI를 통해 저화질 콘텐츠를 최고 화질(8K)로 바꿔주고 스포츠 종목을 자동으로 감지, 공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보정해준다. 흐릿한 사물과 배경도 스스로 판단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자동차에도AI 챗봇이 내장 돼 운전자가 목적지 등을 지정하지 않아도 챗봇이 운전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운전을 지원해 준다.

쇼핑에도 생성AI 챗봇이 적용 돼 소비자들이 특정 용도별로 상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한다. 월마트는 '축구 관람'에 필요한 제품을 검색해 줄 것을 요청하면 감자칩을 비롯, 치킨, 음료, 90인치 TV 등의 카테고리를 자동으로 제시했다. AI를 통해 칫솔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칫솔도 나왔으며AI를 통해  코골이를 낮춰주는 베개는 ‘혁신상’을 받았다.

AI 기술이 고도화하고 전체 영역에 적용되면서 앞으로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예고된 것도 CES2024의 큰 특징이었다.

온디바이스 AI는 스마트폰, TV, 자동차 등 기기 자체에 AI가 장착된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AI는 ‘챗GPT’ 등의 사이트에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온디바이스AI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고도 기기에서 명령하고 실행할 수 있다.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CES2024 기조연설을 통해 "앞으로 클라우드를 이용하지 않고, AI PC를 통해 내 컴퓨터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며 앞으로 AI PC가 시중에 나올 것임을 예고했다.

퀄컴 크리스티아누 아몬 CEO도 기조연설에서 "AI가 기기를 사용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컴퓨팅 플랫폼도 바꾸고 있다"며 '온디바이스 AI'시대를 예고했다.

삼성전자가 CES2024 직후 출시한 ‘갤럭시S24’가 대표적 온디바이스AI 사례다. 자체 개발한 갤럭시 AI를 탑재,통화 중 실시간 통역, 카메라, 사진 편집 기능 등을 높였다.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 내에서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를 기반으로 실시간 통역이 이뤄지며, 한국어와 영어 등 13개 언어가 지원된다.

AI는 모빌리티, 헬스케어, 라이프스타일, 로보틱스 등의 이머징 키워드를 포괄하는 '메가트렌드'임이 CES2024를 통해 증명됐다. (출처 : 더밀크)

AI가 CES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AI가 CES의 중심으로 등장한 것은2024년이 처음은 아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바둑 대국이후 CES2017과 CES2018년에 2년에 걸쳐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 그리고 AI 기반 자율주행차가 쇼를 지배한적이 있었다.

당시엔 TV, 가전, 자동차, 스마트홈 등 모든 기기가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와 연결하는 것이 큰 유행이었다. 자동차 회사들은 너도 나도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6~7년이 지난 지금 CES 어느 곳에서도 “헤이 구글”이나 “알렉사”를 발견할 수 없었다. 자율주행차 기술을 내세우는 자동차 기업도 급감했다. 이는 기술의 등장과 쇼케이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편리하게 하고 가치를 높여주는 제품(서비스)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일 것이다.

CES2024에서 선보인  AI 제품도 실제 출시 이후 소비자의 효용 가치를 높여주는 제품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CES2024에서 열린 ‘미디어 라운드테이블 패널 토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손 대표는 이날 CES의 공식 스피커로 데뷔, CES에서 AI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발언했다. (출처 : 더밀크)

2. 모빌리티 SDV 트랜스포메이션

두번째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의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자동차 산업이 1913년 핸리 포드가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100년만의 대전환을 이루고 있다”고 하는 평가는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는 점차 ‘전자기기(디바이스)’가 되고 있으며 플랫폼화를 통해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도 ‘맞춤형 생산’ 체제로 바뀌고 있다.

특히 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를 가득 매운 700여개 자동차 기업들은 한 목소리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CES2020 이후 트렌드가 된 ‘전기차 전환’은 이제 기본이 됐고 SDV가 트렌드가 됐다.

실제 현대자동차는 SDV를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보고 더 큰 범위로 확장되는 SDx라는 개념까지 제시했다. SDx는 자동차를 넘어 주변의 모든 환경까지 AI와 소프트웨어로 결합한다는 개념이다. 현대차는 오는 2025년까지 SDV 운영체제(OS) 개발을 완료하고, 2026년부터 모든 신차에 시스템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42dot)도 삼성전자와SDV 플랫폼 개발을 위해 손을 잡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전장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을 활용해 SDV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임을 밝혔다.

 자동차 시장에도 ‘맞춤형’ 트렌드가 나타날 조짐이 보인 것도 CES2024의 특징이었다. 특히 기아차는CES2024에서 모빌리티 시장의 이 같은 개인화 실현을 위해 신개념 차량(목적 기반 차량, PBV)을 발표, 눈길을 끌었다.

PBV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다양한 용도로 차량을 제공할 수 있다. 기아는 하나의 차량을 원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듈화 설계 방식을 적용했다. 운전석 등 차량이 달리는 데 필요한 '드라이버 모듈'만 두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듈'은 계속 바꿀 수 있다. 차량 뒤 변동부만 갈아 끼우면 사무실이나 고급 리무진, 캠핑카 등으로용도 변경이 가능하다.

기아차의 PBV는 큰 관심을 모았다 (출처 : 더밀크)

3. 기술의 합목적성 :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세번째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이다.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제품(서비스) 개발을 경쟁적으로 약속했다.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이유를 밝힌 것이다.

CES2024의 슬로건인 ‘올 투게더 올 온(All Together, All On)이 결국 ‘지속가능한 미래’가 기술의 존재 이유임을 밝힌 것이다.

이 같은 기조는 CES를 주최한 전미기술협회(CTA)의 ‘최고 혁신상’ 선정에도 반영 돼 있었다. 실제 한국 스타트업 미드바르의 ‘에어팜’은 이번 CES2024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데 이어 전시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에어팜은 영양제를 배합한 수증기로 식물을 재배해 기존 수경 재배 기반 스마트팜 대비 물 사용량이 95% 적은 것이 특징이다. 성장 속도는 150% 빠르고 단위 면적당 설치 비용은 절반에 불과한 솔루션을 선보여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HD현대의 CES2024 부스 (출처 : 더밀크)

CES2024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전환에 선두에 선 것은 놀랍게도 한국의 1위 중공업 기업 HD현대 였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건설산업은 인류의 모든 기반을 마련해왔지만 기술과 혁신에서 가장 느린 행보를 보였다. 이를 혁신하지 않으면 미래를 바꿀 수 없다. ‘사이트(Xite) 혁신’을 통해 인류가 미래를 건설하는 근원적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며 HD 현대가 주창한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Xite Transformation) 비전을 설명했다.

‘Xite’(사이트)는 물리적 건설 현장을 뜻하는 ‘Site’(사이트)를 확장한 개념으로 건설현장에 미래 기술을 도입해 인류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겠다고 강조, 1800명에 달하는 참관객의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건설 및 중공업) 사업의 본질이 하드웨어 기반 장비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솔루션 제공 업체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 역사적인 변화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CES2024에서 의외의 등장은 바로 ‘수소 에너지’ 였다. 독일의 보쉬는 전시의 중심을 ‘지속가능성’에 맞춰 잡으면서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위해 기술과 솔루션의 전기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앞으로 ‘수소’가 기후 중립적인 방식으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현대차도 이번 CES에서 수소 소비량을 2035년까지 약 300만t까지 늘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미디어 컨퍼런스 주제가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Ease every way’ 일 정도로 수소에너지로의 전환에 힘을 줬다.

4. 로봇 트랜스포메이션

CES2024에서 보여준 ‘대전환의 마지막 트렌드로는 ‘로봇 트랜스포메이션’을 꼽을 수 있다.

영화 ‘트랜스포머(Transformer)’가 로봇으로 변신하는 자동차의 활약을 그린  영화인데 실제로 로봇 기업  보스톤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차 등이 로봇 ‘스팟’과 물류로봇 ‘스트레치’를 전시하면서 로봇이 점차 CES의 중심이 되고 있는 양상을 볼 수 있었다.

로봇이 부상하는 이유는 각 기업이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높은 인건비와 물가상승, 잦은 파업으로 인해 기업들은 단순 업무를 ‘로봇'을 통해 대체하려는 것이다. 또 세계 각국이 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반려 봇' 이나 ‘엑소스켈레톤' 등을 통해 고령화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번 CES에는 전시하지 않았지만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손으로 빨래를 개는 영상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자동차 기업은 엑추에이터 등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의 요소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기업이 ‘로봇’ 제조사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전환이라 평가된다.

전통적으로 CES의 주인공이라 볼 수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로봇’을 중점적으로 전시했다. LG전자가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공개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AI 컴패니언 ‘볼리’를 공개했다. 양사 AI 로봇은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고 각각 LG씽큐, 삼성 스마트싱스와 연동된 기기를 자동으로 인식, 연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매일 사용하는 핵심 기능을 중심으로 생성형 AI를 적용하기 시작해 새로운 디바이스 경험으로 혁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I 로봇이 가전을 아우를 수 있으며 자동차 기업도 ‘로봇’ 제조에 뛰어든다는 점에서 로봇은 2024년 이후 개최될 모든 CES에서 주력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쇼’였던 CES가 2020년 이후 ‘모빌리티쇼’가 된데 이어 2020년대 중후반 부터는 ‘로봇쇼’가 될 것임을 예상해본다.

삼성전자 모델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삼성전자 부스에서 AI 컴패니언(AI Companion) ‘볼리(Ballie)’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 :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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