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앤트로픽, 시간당 185억원 증발… AI 접근권이 돈
[오피니언] 게리 탄 와이콤비네이터 CEO 분석
페이블 5, 평균 생산성 우위 15%... 업무 비중 17.8%
아마존, 탈옥 우려 제기... 앤트로픽 “동의할 수 없어”
‘AI 위험 서사’ 앤트로픽 스스로 자초했다는 분석도
더밀크의 시각: 진정한 AI 주권, 모델 아닌 프런티어 생태계에
“페이블 5(앤트로픽의 최첨단 AI 모델) 차단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 시간당 1200만 달러(약 185억 원).”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CEO 게리 탄은 12일(현지 시각) X(구 트위터)에 이런 계산을 올렸다.
근거는 이렇다. 2026년 6월 현재 프런티어(최첨단) AI로 코딩을 하는 일일 활성 개발자 숫자 500만 명, 이들의 시간당 인건비 90달러, 페이블 5에 배정된 업무 비중 17.8%, 그리고 기존 모델 대비 페이블의 평균 생산성 우위 15%.
이 숫자들을 곱하면 개발자 1인이 시간당 2.4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500만 명의 개발자가 페이블 5를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실리콘밸리의 생산성이 1시간에 185억 원씩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첨단 AI 모델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 의존도가 얼마나 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아마존, 탈옥 우려 제기... 앤트로픽 “동의할 수 없어”
현재까지 공개된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페이블 5 출시 사흘 뒤인 지난 12일, 앤트로픽은 미 상무부로부터 서한 한 통을 받았다. 외국 군사정보기관의 악용 우려가 있다며 미국 내외 모든 외국 국적자에게 페이블 5와 상위 모델 미토스 5의 접근을 즉시 차단하라는 수출통제 지시였다.
수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앤트로픽은 미국인과 외국인을 실시간으로 가려낼 방법이 없다며 결국 전 세계 모든 사용자의 접근을 전면 차단했다.
상무부가 내세운 구체적 이유는 모델의 ‘탈옥(jailbreak, 안전장치 우회)’ 가능성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 보안 연구자가 이를 발견했고, 정부에 이 정보가 전해졌다.
앤트로픽은 “극히 제한적인 탈옥 가능성이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수억 명이 사용하는 상용 AI 모델을 리콜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이 기준이라면 모든 최첨단 모델의 출시가 사실상 중단될 것”이라며 즉시 반박했다.
‘AI 위험 서사’ 앤트로픽이 자초했다는 분석도
기술 미디어 스트래테커리(Stratechery)의 벤 톰슨은 이 충돌의 구조적 뿌리를 꿰뚫었다. 앤트로픽이 스스로 “최첨단 AI는 위험하다”는 서사를 구축했고, 정부가 이를 그대로 집행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강력한 AI에 대한 통제권을 스스로에 부여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지난 4월 클로드 미토스 프리뷰를 개발한 후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사이버 보안 이니셔티브인 ‘프로젝트 글래스윙(Project Glasswing)’을 설립, 여기에 속한 소수 파트너사에만 제공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안전을 명분으로 ‘우리만 최첨단 AI를 개발해야 한다’고 소리 높여왔던 앤트로픽의 논리가 정부와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AI 모델의 성능이 강력해질수록 정부가 통제력을 행사, 공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도 강화된다.
더밀크의 시각: 진정한 AI 주권, 모델 아닌 프런티어 생태계에
이 사건은 미국 기업과 정부 갈등으로 읽히기 쉽지만, 실상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던져진 경고다.
서울의 대기업, 스타트업, 학교, 병원, 정부 기관의 연구자들이 구축한 AI 기반 업무 흐름이 하루아침에 멈출 수 있다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소버린 AI’는 국가 정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미 사회, 경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제가 됐다.
한국 정부는 소버린 AI 구축을 국정 과제로 추진 중이며 삼성·SK·LG·네이버·엔씨소프트·업스테이지 등 국내 기업들 역시 자체 AI 모델 개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순한 ‘모델 보유’ 수준을 넘어서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AI 주권은 모델 하나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데이터, 컴퓨팅, 모델, 그 위에서 작동하는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자율성과 복원력을 갖추는 것, 외부 차단에 흔들리지 않는 자생적 AI 생태계야말로 진정한 AI 주권의 핵심이다.
“우리의 우선순위는 단순한 ‘프런티어 모델’이 아닌 ‘프런티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치가 모든 기업, 모든 산업, 모든 국가에 폭넓게 흐를 수 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제시한 이 방향으로 한국도 나아가야 한다. AI의 전원 스위치가 누구의 손에 있는지, 생태계 구축을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건 무엇인지 직시하는 것이 진정한 AI 주권의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