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2022년 여름의 드라마로 등극하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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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2.08.25 23:04 PDT
우영우, 2022년 여름의 드라마로 등극하다... 어떻게?
2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넷플릭스 스튜디오에서 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영어 더빙판 성우와 제작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이택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글로벌 비영어권 드라마 1위 등극
영어 더빙 작업 완료, 인기 지속 가능성 높아져
더빙 전문가 "한국어는 뮤지컬 같아. 영미권 언어와 달라서 창의력 발휘할 수 있게 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8월 15일부터 21일주에 '샌드맨'을 누르고 가장 많이 시청한 드라마로 등극했다
버라이어티, 8월 23일 기사
훈훈한 한국의 법률 드라마가 넷플릭스 차트 1위에 오른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올 여름의 드라마로 등극했다.
글로벌 TV 리뷰 매체 애이브이클럽, 8월 24일 기사

한국에서 '신드롬' 조짐을 보였던 16부작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미국 등 전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에서 방영중인 미니시리즈가 거의 시차없이 선풍적 인기를 보인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25일(현지시간) 넷플릭스의 공식 톱10 웹사이트(top10.netflix.com)에 따르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8월 15일주 기준, 전체 글로벌 드라마 부문에서 시청시간 1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총 시청시간은 7743만 시로 같은 기간 영어 드라마 '샌드맨'이 기록한 7724만시를 앞섰다. '우영우'는 비영어 드라마 부문에서는 7월 25일 주부터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영우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볼리비아, 페루 등 총 11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인도, 이집트, 케냐 등 51개의 국가에서도 톱10을 장식, 6주 연속 비영어권 TV 부문 글로벌 TOP 10 상위권을 기록했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가 대형 로펌에 입사, 어려운 사회적 관계를 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로펌 동료들과 친구들이 도와주고 협력하는 등 '훈훈한' 장면으로 인기를 끌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한국식 위계질서와 법률 드라마라는 하이 컨텍스트(High-context : 한 국가나 민족의 깊은 사회 문화적 특성이 반영 돼 다른 나라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고맥락을 의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의 법 시스템은 미국과도 다르고 세계 각국과도 크게 다르다. 그럼에도 우영우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게된 계기는 무엇일까?

더밀크는 넷플릭스가 지난 23일(현지시각) 공개한 이 드라마의 영어 더빙 현장을 취재했다. 더빙 현장 취재는 지난 2월 '지금 우리 학교는'에 이어 두번째다. 현장에 가보니 우영우의 영어 더빙 작업은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넷플릭스 스튜디오에서 한창 진행 중이었다. 현재 절반 정도 레코딩을 마친 상태다. 내달 쯤 '영어 더빙'판을 전체 공개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우영우 신드롬을 더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맥락' 드라마 우영우는 왜, 어떻게 미국을 포함,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장면 (출처 : ENA )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다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가 비영어권 국가에서 제작한 작품 중에서 유독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오징어 게임'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넷플릭스가 투자, 지난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 가구수를 기록한 콘텐츠로 등극했으며 올해 에미상 14개 부분에 후보로 오르며 새로운 기록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

'우영우'도 기존 콘텐츠와 다른 제작 환경을 갖추며 시작했다. 한국 제작사(ENA)와 넷플릭스가 작품 초기 단계에서부터 투자를 결정, 수준 높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자양분을 마련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방영, 팬덤이 더욱 크고 빠르게 확산될 계기를 만들었다. 넷플릭스는 일찍부터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통한다고 인식,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넷플릭스는 시작할 때는 10개 언어의 자막을 넣었으며 인기가 확인 된 이후 지난 7월 13일부터는 유럽, 남미 국가 등 총 31개 언어의 자막을 제공, 시차 없는 글로벌 흥행에 불을 지폈다. 자폐 스펙트럼이 주인공인 특성상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국어 자막(SDH/CC)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8월 15일주 비영어권 드라마 1위를 차지했다. 7주 연속 톱10에 머물렀으며 시청시간 기준으로 2위와 격차가 커서 한동안 톱10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출처 : 넷플릭스)
숫자로 보는 넷플릭스 (출처 : 넷플릭스)

한국어가 다른 점은?

영어 자막을 입히거나 더빙 버전을 제작하는 것은 글로벌 확산의 열쇠로 꼽힌다. 하지만 우영우와 같이 '하이 컨텍스트' 드라마는 어떻게 영어로 현지화 했을까? 한국어를 더빙으로 했을 때 다른 언어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무엇이 강점이었을까?

'우영우' 목소리 연기자, 자폐 스펙트럼 가진 배우를 캐스팅 : 수 안 피엔

놀라운 점은 이번 더빙 작업에서 '우영우' 역을 맡은 수 안 피엔(Sue Ann Pien)씨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라는 점이었다. 우영우와 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배우를 찾아내서 목소리 연기자로 캐스팅한 것이다.

피엔씨는 이날 시연에서 우영우 몸짓과 표정까지 따라 하며 연기에 몰입했다. 목소리도 상당히 우영우 역의 박은빈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더빙이라는 느낌이 없었을 정도였다. 피엔 씨는 인터뷰에서 "나도 어릴 때 엄마가 매우 조심스럽게 나를 다뤘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려움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우영우처럼) 매우 매우 정직하다. 그래서 순수한 영우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영우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제가 직접 경험해봤다. 우영우가 고래 등 좋아하는 것에 흥분해서 독백하는 장면은 정말 많이 공감했다"고 웃었다. 또 "어릴 때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자랐다.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면 정말 행복해 진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한국 캐릭터 목소리를 연기하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우영우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수 안 피엔이 2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넷플릭스 스튜디오에서 더밀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이택근)
우영우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수 안 피엔이 2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넷플릭스 스튜디오에서 더밀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이택근)

'역삼역'은 '시빅(Civic)'으로 : 민경서 컨설턴트

'우영우' 더빙 번역팀은 우영우가 장명석 변호사를 처음 만나 자신을 소개하며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으로 말하는 장면에서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단어의 영어 표현으로 '카약, 디드, 로테이터, 눈, 레이스카, 우영우, 시빅'(Kayak, deed, rotator, noon, racecar, Woo Young-Woo, Civic)' 으로 번역했다. 자막 버전에서는 '역삼역'이 없었으나 더빙 버전에서는 역삼역을 '시빅(Civic)'으로 소개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우영우' 작업에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 자문을 맡은 민경서씨는 "번역가가 자기소개 대사를 잘 옮겼다.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스펠링이 나오는 영어 단어를 찾아내 좋은 번역을 했다"고 평가하며 "영어 원어민이 어떻게 문화적으로 대사를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역삼역'을 영어로 옮기는 것에 대해 정말 고민했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시빅'(Civic)'으로 번역했다"고 소개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실제 더빙 장면 (출처 : 더밀크 이택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실제 더빙 장면 (출처 : 더밀크 이택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실제 더빙 장면 (출처 : 더밀크 이택근)

유머 섞인 휴먼 스토리 : 에즈라 와이즈 영어 더빙 디렉터

에즈라 와이즈(Ezra Weisz) 디렉터는 '우영우'가 전 세계 시청자들이 보편적으로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유머를 담아 잘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드미타 매니저는 '우영우' 2화에서 '봄날의 햇살' 최수연의 '웃픈' 해프닝을 이 작품이 가진 매력으로 꼽았다.

최수연이 갑자기 배탈이 나 화장실에 발이 묶인 사이에 그를 대신해서 투입된 우영우가 이준호와 예비부부로 위장해 웨딩홀을 찾았고, 직원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건의 실마리를 쥐게 된 장면이다.

와이즈 디렉터는 "이 장면이 재미있었고 (이야기 전개가) 놀라웠고 사실적으로 봤다. 사람들이 누구나 겪어봤을 만한 상황으로 스토리를 영리하게 풀어나갔다. 우영우의 모든 에피소드가 이렇게 유머가 있고 사랑스럽게 풀어나간다. 아버지와 영우와의 관계에서도 이런 스토리 전개방식이 드러나고 때론 LGBTQ를 다룬 장면에서도 (정치적으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장면 (출처 : 트위터)

한국어 더빙은 창의력을 발휘하게 한다 : 존 드미타 넷플릭스 언어 프로덕션 매니저

존 드 미타(John De Mita) 매니저는 넷플릭스의 '더빙' 구루다. 세계 각국의 언어를 영어로 더빙하는 것을 총감독하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언어가 가진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다. 드미타 매니저는 한국어가 '뮤지컬'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어는 낮은 음과 높은 음이 리듬을 타고 들린다. 마치 뮤지컬 같다. 표정을 담을 때 더 다이나믹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국어 작품을 더빙할 때는 목소리를 연기하는 것이지만 더빙룸이 실제 연기의 장을 보는 것 같은 장면이 많이 나온다. 한국어로 높은 톤이 나오는 것을 영어로 하면 그런 맛이 살지 않는다. 한국어 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어는 다른 언어에 비해 독특(unique)하다. 라틴어 계열의 영어권과 많이 다르다. 이 것은 역설적으로 많은 창의력을 발휘하게 한다.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 전체 콘텐츠의 맥락과 진정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더 자유로운 연출이 가능해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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