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인] 브랜딩 관점에서 바라본 ‘카우스’ 성공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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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 2021.09.27 08:18 PDT
[이상인] 브랜딩 관점에서 바라본 ‘카우스’ 성공의 비밀
카우스x디올 콜라보레이션 (출처 : 카우스(Kaws), 디올(Dior))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른 팝 아티스트 ‘카우스(Kaws)’
상징 표시 ‘XX’ 각인...디올, 나이키 등과 적극 협업
요즘 시대 젊은이들 모습 투영...공감 끌어내

예술은 전통적으로 귀족, 신흥 부르주아 등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먹고 살기조차 쉽지 않았던 서민들은 예술을 접할 여유가 없었다. 현대에 들어선 후에야 팝아트 같은 새로운 양식이 등장했고, 팝아트는 예술이 조금 더 대중의 품으로 넘어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앤디 워홀(Andy Warhol)의 경우 그의 작업 공간을 '팩토리(Factory)'라 불렀다.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서 페인팅(작품)을 만드는 대신 실크스크린이나 사진 프린팅처럼 상대적으로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는 방식을 통해 작품을 생산해 냈다. 그림의 주제도 대중이 흔히 접하는 상품 패키징(포장)이나 유명인들이 주였기 때문에 누가 보아도 직관적으로 와닿았다. 또 다른 팝아트의 거장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경우 스트리트 아트로 불리는 방식을 도입해 일반 대중들이 많이 사용하는 지하철이나 버스 정거장, 공원, 병원 등의 벽에 작품을 그려 대중의 마음을 훔쳤다. 이런 아티스트들의 등장으로 예술은 사람들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와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최근 앤디 워홀이나 바스키아 보다 예술의 민주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팝 아티스트가 등장했는데, 그의 이름이 바로 카우스(Kaws)다. 특히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이끌어 낸, 홀리데이(Kaws: Holiday) 전시 시리즈, 나이키, 크리스천 디올과 펼쳤던 콜라보레이션 등은 젊은 층의 절대적 지지를 이끌어 내며 그를 현대 팝아트씬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카우스의 어떠한 점들이 그를 21세기 가장 핫한 아티스트로 만든 것일까? 그 이유를 브랜딩적인 시각에서 한 번 들여다보자.

Kaws의 작품과 그의 상징인 XX (출처 : Kaws)

첫 번째, 카우스는 아티스트가 아닌 브랜드다.

아티스트는 특정 형태의 예술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카우스는 아티스트가 맞다. 하지만 카우스는 브라이언 도넬리(Brian Donnelly: 카우스의 본명)라는 아티스트가 탄생시킨 브랜드라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로고나, 특정 형태를 갖춘 상징 체계의 적절한 활용은 브랜딩의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카우스는 이를 그 어떤 아티스트보다 잘 활용한다. 그는 작품을 하나하나를 따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연계해 생각한다. 카우스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그의 시그니처 상징인 'X X'를 일관되게 사용한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그만의 상징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결합함으로써 카우스화 한다.

카우스는 전통적 아티스트들처럼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뱅크시(Banksy)처럼 과격한 사회적 메시지나 냉소를 지니고 있지도 않다. 앤디 워홀처럼 세기의 아이콘들만 그리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의 작품에서는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타워즈나 심슨을 좋아하고, 스니커즈 운동화를 좋아하고, 때로는 멋진 명품 옷을 사고 싶어 하거나 휴가를 떠나고 싶어 하는 요즘 사람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 투영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특징 덕에 카우스는 젊은 층에 엄청난 침투력과 확장성을 지닌 브랜드로서 인지도를 쌓는다.

카우스의 심슨 작품 (출처 : Kaws)

두 번째, 카우스는 문화적 아이콘이다.

카우스의 작품 중 가장 큰 인기를 지닌 장르는 피규어(Figure)라 불리는 토이다. 토이 시장은 요즘 젊은 사람들의 문화에서 운동화와 함께 스트리트 혹은 힙합 컬처를 대변한다. 토이는 입체라는 특성 때문에 조각과 많은 유사점을 지닌다. 하지만 하나의 조각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엄청난 공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플라스틱 토이는 틀만 만들어 놓으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무엇을 기리거나 종교적 우상을 숭배하기 위해 조각이 활용되었다면, 요즘의 토이는 젊은이들의 관심사를 대변하는 창구다. 문화적 접점과 대량 생산의 이점을 적극 활용한 카우스의 토이는 젊은 층의 문화로 급속히 파고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카우스의 토이를 구매하는 행위가 내가 좋아하는 문화에 합류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마저 생겼다. 특히 인플루언서나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방대한 양의 카우스 작품을 수집하면서 플렉스(Flex: 비싼 물건을 사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요즘 문화) 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가격대도 싸면 몇 백 불 정도에도 구매가 가능한 만큼, 일반 대중에게도 진입 장벽이 높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가격이 오르는 예술품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카우스 x 나이키 콜라보레이션 (출처 : Kaws)

세 번째,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윈-윈

브랜드의 숙명은 발전하거나 확장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성공할 경우 브랜드 간의 상승 작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은 브랜드의 인지도와 지속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툴이다. 특히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기업일수록 소비자 트렌드 혹은 연령대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 세대에서 장사가 잘 됐다고 해서 다음 세대에서도 잘 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면 때문에 젊은 층에 엄청난 호소력을 지닌 카우스 같은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은 매력적이다. 카우스 입장에서도 이 시대를 나타내는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은 세계관을 확장하는 기회다. 콜라보레이션은 성공했을 경우 시너지가 엄청나지만, 잘못 판단하고 추진할 경우 브랜드 가치의 하락을 가져온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기업과 어떤 맥락에서 콜라보레이션 하는지가 중요하고, 카우스도 이 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 그와 문화적 맥락이 맞는 기업들과 작업을 한다. 카우스와 나이키 스니커즈 콜라보레이션이나, 유니클로의 티셔츠 콜라보레이션, 크리스천 디올과의 콜라보레이션 등은 해당 기업에 매출 증대뿐 아니라 이미지 개선 그리고 브랜드 가치 상승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선사했다.

카우스는 단순하게 예술 작품을 만들고 파는 아티스트가 아니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화적 아이콘이자 브랜드이고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다른 브랜드의 선망 대상이다. 브랜드의 생명은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지지하느냐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카우스는 이런 속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적용하고 있는 브랜드다. 카우스는 20세기 예술을 대중화했던 팝 아티스트를 넘어 21세기의 새로운 아이콘이 된 듯하다.

이상인 MS 디렉터 (출처 : 이상인)

이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상인님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플랫폼 그룹의 디자인 시스템 스튜디오 총괄로 일하고 있습니다.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 디자인(Deloitte Digital)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했으며, 디지털 에이전시 R/GA에서 리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근무했습니다. 베스트셀러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2019년)'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뉴 호라이즌(2020년)'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유튜브(쌩스터TV, 디자이너의 생각법), 클럽하우스 등에서 독자들과 활발히 만나고 있습니다. 더밀크에서는 디자인으로 세상보기 칼럼을 연재하며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독자들께 알기 쉽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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