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라이벌 FTX 인수 합의... 암호화폐 시장 충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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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2.11.08 10:52 PDT
바이낸스, 라이벌 FTX 인수 합의... 암호화폐 시장 충격파
(출처 : everipedia.org, 김현지)

알라메다 리서치 유동성 위기에 전략적 거래 합의
FTT 가격 75% 급락...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 타격
샘 뱅크먼 프리드 자산 94% 증발... 솔라나 영향 우려도

암호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가 2위 거래소 FTX를 인수한다. FTX 관계사인 알라메다리서치(Alameda Research)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함에 따라 전격적인 인수 합의가 이뤄졌다. 

8일(현지시각) FTX 설립자이자 CEO인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는 트위터를 통해 “바이낸스와 전략적 거래에 합의했다”며 “FTX의 초기 투자자와 마지막 투자자는 같다”고 밝혔다. 

FTX 초기 투자자였던 바이낸스가 최종 투자자가 되며 FTX를 인수하게 됐다고 밝힌 것이다. 인수 가격 등 세부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실사(DD, Due Diligence)에 문제가 없으면 양측의 합의에 따라 거래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예정대로 성사된다면 크립토 역사에 남을 M&A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바이낸스 설립자이자 CEO인 창펑 자오(CZ) 역시 트위터를 통해 “사용자(users)를 보호하기 위해 두 거래소가 구속력이 없는 인수 의향서(non-binding LOI)에 서명했다”며 인수 사실을 밝혔다. 

이번 M&A 거래는 FTX 계열사이자 투자회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재무제표가 공개되면서 촉발됐다. 

알라메다리서치가 FTX 자체 토큰인 FTT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실제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는 지난 6일 바이낸스가 보유하고 있던 FTT 코인(5억3000만달러 규모)을 매각하겠다고 밝히는 등 FTT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표면화했고, 그 영향으로 FTT 가격이 급락하면서 위기가 실체화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양측은 M&A 합의에 도달했다. FTX 사용자뿐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제거하겠다는 게 M&A의 명분이었다. 최근 양측은 다양한 영역에서 서로 경쟁하며 신경전을 벌여온 바 있다. 

FTT 가격 75% 급락...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 타격

이번 거래는 크립토(암호화폐) 역사에 남을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시장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알라메다리서치가 전체 발행량의 80%를 보유하고 있던 FTT 토큰은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이며 75% 급락했고, FTT 토큰 급락 여파가 테라 사태, 셀시우스 사태처럼 디파이 업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들 역시 10% 이상 일제히 하락했다.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에서는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업체 난센(Nansen)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 분량의 이더리움이 FTX에서 인출됐다.

크립토 리서치 업체 메사리의 CEO 라이언 셀키스는 “2013년 비트코인을 산 이후 코인업계에 9년을 몸담았는데, 오늘이 가장 미친(craziest) 날이었다”며 “마운트 곡스 해킹 사태, 암호화폐 헤지펀드 3AC 파산, 루나(LUNA, 테라) 사태 때보다 더 하다. 충격적이다”고 했다.

솔라나(SOL) 가격 추이 (출처 : 코인마켓)

샘 뱅크먼 프리드 자산 94% 증발... 솔라나 영향 우려도

민주당에 두 번째로 많은 기부금을 안기는 등 업계 '큰 손'으로 불렸던 샘 뱅크먼 프리드 CEO의 자산 규모도 급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사건 직전까지 샘 뱅크먼 프리드의 자산 규모는 156억달러 수준이었다. 여기에는 FTX 지분 53%(약 62억달러 규모)와 암호화폐 투자 회사 알라메다리서치(약 74억달러 가치)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자산은 결과적으로 단 하루만에 10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이는 기존 자산 대비 94% 폭락한 수치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억만장자 자산 데이터 중 하루 동안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알라메다리서치, FTX가 지원해 왔던 솔라나(Solana) 블록체인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FTX의 소유권이 바이낸스로 넘어가면 향후 솔라나에 대한 지원이 대폭 줄어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바이낸스는 솔라나와 경쟁 관계에 있는 BNB 체인을 운영하고 있다.

랜 노이너(Ran Neuner) 온체인 캐피털 설립자 겸 CEO는 “솔라나가 위기에 몰릴 것(Solana getting killed)”이라며 “솔라나 대신 BNB 체인을 지원할 창펑 자오 CEO가 솔라나 토큰 10%를 보유하게 되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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