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성공하고 싶은가? 관대하라... 레드 헬리콥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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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in Kim 2024.05.02 00:46 PDT
위기의 시대, 성공하고 싶은가? 관대하라... 레드 헬리콥터 전략
제임스 리 (출처 : https://www.ashoka.org)

[더밀크 빅인터뷰] 제임스 리 레드 헬리콥터 저자
두 번 파산한 ’애슐리스튜어트’ 흑자전환 비결은 ‘관대함’
사람의 감정을 간과하면 안돼... 비즈니스는 심리전이기 때문
손익 계산서 아닌 대차 대조표 리더십 초점 맞춰야
한국 사회에도일침…“크립토 흥행∙저출산, 다 이유 있어”

변호사이자 사모펀드(PE) 투자자, 연쇄창업가인 제임스 리(James Rhee) 레드 헬리콥터 저자는 수많은 턴어라운드(사업적 전화위복) 이력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건 두 번이나 파산한 이력이 있는 흑인∙여성∙플러스사이즈 의류 기업 ‘애슐리 스튜어트(Ashley Stewart)’를 3년 만에 흑자전환 시킨 사례다. 그는 시스템 재창조라고도 표현한다.

사업가, 변호사이자 투자자인 그는 턴어라운드 비결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관대함(Kindness)’과 수학을 결합한 방식을 제시, 미국 사회에서 주목받았다.

이때 이 관대함은 단순히 친절(Nice)한 게 아니다. 관대함에 관한 지표는 회사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비용이자 수익이라는 게 그의 믿음이다.

그는 나아가 이런 근로자의 만족도, 창업자와 투자자와의 관계 등 비정성적 지표도 측정이 가능하며, 이를 기업평가시 활용하는 재무제표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밀크는 미국 뉴욕시에 소재한 JP모건 본사, 씨티은행 본사, 개별 사무실에서 그를 세차례 만나 비정성적 지표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물었다.

한국계 미국인인 제임스 리가 두 번이나 파산했던 흑인 여성 플러스 사이즈 패션 브랜드 애슐리 스튜어트를 흑자로 전환한 사례는 미국 사회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출처 : James Rhee X, 김세진 발췌)

비즈니스는 심리전. 관대함은 소비자 행동-수익으로 연결

애슐리 스튜어트는 20년 동안 적자 상태에서 그가 합류한 이후 3년 만에 20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두 번이나 파산한 후에 나온 성과다. 한국계 남성 미국인인 그가 미국 전통 금융권도 마다한 흑인 플러스사이즈 여성을 대상으로 한 패션 기업 애슐리스튜어트의 위기를, 어떻게 반전시켰을까?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한국의 ‘정’을 개념을 차용해 이를 수학과 결합했다. 그에 따르면 비즈니스, 경제는 소비자 행동을 파악하고 유도하는 심리전이다. 이 돈은 숫자로만 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신뢰’라는 무형의 것에서 비롯된다.

리 창업자는 “많은 사람이 처음에 애슐리 스튜어트를 패션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지만 나는 아니었다”면서 “이건 모두 사람의 심리와 행동에 관한 것이다. 타겟, 운영방식 등 모든 것을 새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에슐리 스튜어트를 패션 브랜드에서 ‘삶이 쉽지 않은 여성에게 편한 마음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으로 아이덴티티를 바꿨다.

제임스 리 레드 헬리콥터 저자 (출처 : 더밀크 김세진)

진짜 수학에 집중해라: 손익 계산서 아닌 대차 대조표 리더십

기업의 상태를 평가할 때 기업을 운영하는 CEO나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 모두 재무제표 등 수치를 본다. 리 창업자는 여기에 비정성적 지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CEO가 매출에만 집착한다. 그런데 회계는 부분적인 것만 보여준다. 진짜 수학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진짜 수학'이란 그동안 기업평가에 활용되지 않던 기업의 적응력(Adjust ability), 기업의 창의력, 혁신력, 창업자와 투자자 관계, 근로자의 충성도(리텐션), 근로자의 참여도(인게이지먼트), 만족도 등이다. 기존 회계에 이 같은 요소를 추가, 종합적인 금융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재무제표에 이런 지표를 넣으면 기업들이 매일, 매주, 매년 이를 측정해야 한다. 그럼 기업의 경영방식도 변한다. 이는 소비자 행동의 변화, 즉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그는 “재무 및 회계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면서 “손익계산서 리더십이 아니라 대차 대조표 리더십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익계산서(income statement)에서는 매출(revenue), 순이익(profit) 등을 중시한다. 돈이 싸던 환경(양적완화 시절)에서는 이런 지표로 기업을 평가하고 운영하는 게 쉬운 방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이제는 대차 대조표(balance sheet)를 보고 그 뒤에 측정되지 않은 내용을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대표가 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설득했는지 등이다.

그는 “회계(어카운팅)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단지 기존 회계는 직원 이탈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 등을 포함하지 않는다”이라면서 “임원들은 숫자만 보지만, 나는 이런 비정성적 지표를 측정하려 하고 이를 회계 시스템에 넣으려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예를 들어 퇴사율이 50%와 0%인 회사를 비교해 봐라. 후자가 더 잘 되는 회사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이건 평가 지표에 없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리 레드헬리콥터 저자가 JP모건 임직원 대상 강연에서 관대함을 바탕으로 한 기업가정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김세진)

관대는 자선 아닌 투자. 한국 사회에도 일침

관대함은 자선이 아니다. 회사 혹은 개인의 성장이라는 장기적 계획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투자다.

그는 관대함을 회계에서 ‘영업권(goodwill)’ 개념에 비유했다. 영업권은 다른 회사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무형적인 자산이다. 대표적인 영업권으로 브랜드 가치, 소비자 데이터, 연구개발(R&D), 네트워크 효과 등이 거론된다.

그는 “근로자가 회사를 무서워하면 회사의 창의성, 혁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손실이다. 나는 '정'과 수학을 합쳤고 돈이 됐다”면서 “어떻게 수량화 하느냐의 문제다. 소비자 행동과 연관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대함은 자신감의 발로다. 나는 먼저 관대함을 베풀고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준다”면서 “사람들의 창의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궁극적으로 스마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국내총생산(GDP) 14위, 인터넷 속도 1위 등 한국을 수식하는 수치는 화려하다. 그러나 그는 ‘장시간 근로문화 등 병폐로 이룬 성과’라고 말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 결과가 뭔가? 지금 젊은 사람들은 나라를 떠나고 아이를 더 이상 낳지 않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숫자만 성장했다고 다가 아니다. 지금 전체 사회는 잃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피하는 게 진짜다”라면서 “중요한 게 뭔가? 모든 것엔 ‘왜’가 있다.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저출산에 단순히 현금을 주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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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그는 미국에 비해 한국의 강점으로 창의적이고 유연성이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무섭다는 마인드셋은 약하게 만든다”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더 빠르게 하려고 하거나 쫓지 마라. 미래는 괜찮을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은 선순환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크립토)에 대해서도 “크립토가 잘 되는 이유를 보라. 사람들이 크립토를 현 금융의 대체시스템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들이 현 금융을 믿지 않는다는 심리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이게 지금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돈, 사회, 경제 등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1일(현지시각) 코리아소사이어티가 개최한 ‘AI 시대 한국 스타트업이 맞이할 변화, 위기, 그리고 기회” 포럼에서 관대함을 바탕으로 한 기업가정신을 전파, 200여명 청중들의 호응을 얻었다. (출처 : 더밀크 김세진)

제임스 리는?

하버드 출신 변호사, 사모펀드 및 벤처캐피털(VC) 투자자, 연쇄창업가.

제임스 리의 이력은 언뜻 보면 미국 사회에서 ‘주류’에 가깝다. 그러나 그는 하버드대학교 졸업 후 졸업생들의 흔한 경로를 뒤로 하고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했다. 하버드대 로스쿨(법학대학)을 마친 뒤에는 변호사가 아닌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퀀트 강의를 들었다. 이후 애슐리스튜어트 등 다수 기업CEO와 사모펀드 투자자로 활동했다.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다양한 언어”를 꼽는다. 이때 이 언어는 바둑, 사람, 역사, 음악 등에 대한 깊은 흥미다. 이는 사업의 실패 요인을 ‘큰 그림’으로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현재 패밀리오피스 파이어핀그룹(FirePine Group)을 운영하며 듀크대학교 로스쿨 및 MIT슬로안에서 수석 강사로 빨간색 헬리콥터 운영 체제를 가르치고 있다. 호워드대학교(Howard University)에서 기업가정신여성성별및글로벌리더십센터 수석고문이자 JP모건체이스 '인종평등을 위한 CEO 행동위원회'의 운영위원이다.

미국 유명 토크쇼인 테드토크(TED Talk)에서 강연한 바 있으며 EY 올해의 기업가 프로그램, 풀브라이트상 등을 수상했다. 유년기 시절 받은 빨간 헬리콥터 장난감에서 착안, 관대함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및 개인 성공을 위한 방법론을 개발했다.

그의 저서 ‘레드 헬리콥터’는 USA 투데이 베스트셀러 도서 목록에서 논픽션 1위를 기록했다. 그는 22일(현지시각) JP모건 행사에 이어, 1일에는 코리아소사이어티가 개최한 ‘AI 시대 한국 스타트업이 맞이할 변화, 위기, 그리고 기회” 포럼에서 관대함을 바탕으로 한 기업가정신을 전파, 청중들의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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