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헌법을 만든 남자… 앤트로픽, 클로드 코드로 오픈AI 넘는다
[글로벌 AI 리더 스토리]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②
‘헌법적 AI’ 앞세운 앤트로픽… ‘클로드 코드’로 오픈AI 넘다
기업가치 3800억달러 달성... 2월 기준 연간 매출액 140억달러
‘바이브 워킹(vibe working)’ 시대 개막
AI의 미래 손에 쥔 남자… 은총의 기계 가능할까
‘헌법적 AI’ 앞세운 앤트로픽… ‘클로드 코드’로 오픈AI 넘다
앤트로픽이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은 그들이 채택한 독특한 지배구조에서 드러난다. 인류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책임감 있게 첨단 AI를 개발하고 유지하는 것을 회사의 공식적인 존립 목적으로 명시하고, 공익 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 PBC) 형태를 취했다.
특히 이사회의 중대한 결정이 거대 투자자나 주주들의 단기적인 재무적 이익에 휘둘리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회사 지배구조 최상단에 ‘장기 이익 신탁(Long-Term Benefit Trust, LTBT)’이라는 독립적인 거버넌스 기구를 설치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기구는 재정적 이해관계가 없는 5명의 독립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인류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회사의 행보를 언제든 거부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다.
기술적 측면에서 앤트로픽이 가장 앞세우는 장치는 ‘헌법적 AI(Constitutional AI)’ 시스템이다. 기존의 인간 피드백(RLHF)만으로는 인간의 편견을 답습하거나 교묘한 거짓말, 속임수를 사용하는 AI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인권 선언문 같은 이른바 명시적인 ‘헌법(규칙)’을 AI의 신경망에 깊숙이 각인시키고, AI 스스로 이 헌법적 가치에 따라 자신의 출력값을 끊임없이 검토, 교정, 판단하게 만드는 통제 기술을 도입했다.
2026년 1월에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새로운 헌법(Claude's new constitution)을 공개하기도 했다.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Claude)가 사람의 감독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포괄적 안전성’, 부적절하거나 유해한 행동을 피하는 ‘포괄적 윤리성’을 갖추면서 앤트로픽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하는 게 핵심 원칙이다.
속도보다 신뢰가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아모데이의 과감한 도박은 2026년 현재 대성공으로 귀결되고 있다. 앤트로픽이 개발한 AI 모델 클로드 시리즈가 안전성을 앞세워 기업 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것이다.
철저한 프라이버시 유지, 낮은 할루시네이션(환각) 비율 등은 엔터프라이즈(기업용) 시장의 생리를 완벽하게 파고들었다. 앤트로픽의 매출 80%는 기업 고객에서 비롯되며 2월 기준 연간 매출액(run-rate revenue, 연간 환산 매출)은 140억달러(약 20조2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2025년 2월 공식 출시된 ‘클로드 코드(Claude Code)’는 소스 코드 공유 플랫폼 깃허브(GitHub) 커밋(Commit, 공개 저장)의 4%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전 세계 개발자들의 필수 도구가 됐다.
앤트로픽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2월 기준 클로드 코드의 매출(run-rate revenue, 연간 환산 매출)은 25억달러(약 3조6000억원)로 2026년 들어 클로드 코드 기업 구독은 4배나 증가했다. 계획대로 2026년에 앤트로픽이 상장하면 최대 기술 IPO(기업공개)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지난 1월 클로드 코드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더 많은 지식 작업 영역으로 확장하는 코워크(Cowork)를 출시하며 클로드 코드를 AI 에이전트(agent, 대리인) 환경 구축의 시작점으로 만들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2026년 2월 5일에는 최상급 모델 ‘오퍼스 4.6(Opus 4.6)’와 함께 복수의 AI 에이전트가 협업해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팀(Agent Teams)’ 기능을 출시, 사용자가 아이디어와 목표를 제시하면 AI가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바이브 워킹(vibe working)’ 시대를 열었다.
AI의 미래 손에 쥔 남자… 은총의 기계 가능할까
아모데이는 단순히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는 CEO가 아니다. 그는 2024년 10월 ‘사랑의 은총을 지닌 기계(Machines of Loving Grace)’라는 에세이를 통해 AI가 질병 정복, 빈곤 해결, 민주주의 수호 등 인류에게 가져다줄 유토피아적 미래를 설파했다. 당시 그가 꿈꾸는 AI는 암과 알츠하이머를 치료하고,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며 경제 성장을 폭발적으로 가속화하는 도구였다.
하지만 그는 올해 1월 ‘기술의 청소년기(The Adolescence of Technology)’라는 글을 통해 AI가 가져올 수 있는 생물학 무기 제조, 독재 정권의 악용 등 치명적인 위험에 대한 경고를 제시했다. 2024년에 비해 안전성에 무게를 더 실은 것이다.
그가 앤트로픽을 설립한 근본적인 이유도 이러한 강력한 힘을 통제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팟캐스트에서 그는 ‘데이터센터 안 천재들의 국가’가 빠르면 1~3년에 현실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AI 모델들이 단순히 인간의 지시를 따르는 것을 넘어 스스로 코딩하고, 연구하고,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강력한 힘에는 책임이 따라야만 한다.
만약 우리가 이 단계(천재들의 국가)에 도달한다면 우리 모두가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워싱턴의 정치인들도 이 방에 있는 우리도 모두 알게 될 거에요.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데이터센터 안의 천재들은 수학 공식을 풀고 암세포를 치료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종류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지, 인류는 어떤 세계에서 살길 원하는지, 기계가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에 무엇이 인간의 삶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결정하지는 못한다.
AI가 고도화할수록 철학, 윤리 등 인간만이 답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다리오 아모데이 역시 이를 강조하고 있다. AI가 쉽게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게 바로 ‘헌법’ 같은 장치들이며 안전을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인류가 지금 두려워해야 할 것은 AI 자체가 아니라 AI를 악용하려는 인간이다.
비전공자의 위험한 도박 같았던 불확실성을 뚫고, 오픈AI라는 거인 속에서 걸어나와 스스로 거인이 된 남자. 앤트로픽과 다리오 아모데이는 AI가 가진 파괴적인 잠재력과 구원적 능력을 조율하는 타륜(Ship's wheel)을 굳게 거머쥐었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할 ‘천재들의 국가’가 인류에게 축복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시련이 될지 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