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은 리세션을 피하려는게 아니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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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주 2022.09.07 08:43 PDT
파월은 리세션을 피하려는게 아니라 필요로 한다
(출처 : Gettyimages, 그래픽: 장혜지)

[더밀크오리지널 : 파워 오브 파월 #14]
1970년대 그레이트 인플레이션은 미국 경제의 구조가 바뀌는 사건이었습니다
파월은 2022년 판데믹 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한때 시장은 파월을 물렁하게 봤습니다
잭슨홀 연설 이후엔 감히 그러지 못합니다
제롬 파월 스토리 열네번째 이야기는, 파월이 리세션을 각오한 순간입니다

인플레이션보다 더 무서운 게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은 가격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심리다.

내일 가격이 오늘 가격보다 비싸질 거라고 기대하는 심리가 팽배해지면 아무리 금리를 올려도 인플레이션은 잡히지 않는다.

내일 집값이 오를걸 아는데 오늘 집을 파는 바보는 없다.

내일 샤넬이 오르는걸 안다면 오늘 샤넬을 사려고 난리를 치게 된다.

사실 기대 인플레이션을 깨려면 어느 정도까지는 경기를 망가뜨릴 필요가 있다. 수요를 억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한번 팽창한 수요를 억누르긴 쉽지 않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겁을 먹게 해야만 한다. 주식과 부동산이 제공하는 부의 효과도 사그러뜨려야만 한다. 부유해졌다는 착각 대신 가난해진다는 두려움을 주지 않으면 기대 인플레이션은 절대 꺾이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금리인상이 답이다.

기대 인플레이션까지 잡으려면 리세션이 필요하다.

병을 고치려고 독을 쓰는 것과 같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짓밟아야 인플레이션의 싹을 자를 수 있다.

볼커의 길을 간다는 건 이런 것이다.

파월은 그런 볼커의 길을 가려고 한다.

파월은 리세션을 피하려는 게 아니다.

파월에게 리세션은 필요하다.

물론 관리 가능한 선에서 말이다.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조사하는 기관은 미시간 대학교다.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12개월 동안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 변동률을 측정한다. 예비치와 전망치로 매달 2차례에 걸쳐 발표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문제의 파월 기자회견이 있었던 2021년 4월 이후부터 줄곧 4%에서 5%대를 기록해왔다. 문제의 파월 기자회견이란 CPI가 4%대로 튀어오르고 기자들이 FOMC 직후 인플레이션에 관해 질문을 해대기 시작한 최초의 기자회견을 말한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사실 그 이전 10년 동안은 2% 대에서 거의 움직이지도 않았다.

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을 낳는다.

인플레이션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낳고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특히 자산가격과 임금상승에서 이런 인플레이션의 연쇄가 발생한다.

폴 볼커는 파괴적인 금리 인상으로 이 연쇄 고리를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연준이 절대 다시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을 시장에 안겨주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희망하게 만드는 순간 인플레이션은 다시 살아난다. 이것이 파월이 말한 “인플레이션 기대의 지배력을 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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