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을 버리니 고객이 보이더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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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3.07.23 12:27 PDT
자만을 버리니 고객이 보이더라...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탐방기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방문객 센터에 있는 캠퍼스 조감도 (출처 : 더밀크 손재권)

[뷰스레터 플러스] 공룡에서 빠른 혁신 기업으로 탈바꿈한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AI는 결국 가격인상? … 코파일럿 월 30달러
MS, 오픈AI 이어 메타 AI도 포용
블리자드 인수 성공할 듯 ... 규제 피하는 법을 아는 MS

"지난 1년은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상 가장 빠르고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많은 새 프로젝트와 제품이 쏟아지기 때문에 우리도 항상 공부해야 합니다. 오늘도 아침에 중요한 뉴스를 발표했더라구요" 

미 워싱턴주 레드몬드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서 만난 A 부문장의 말이었습니다. 본사가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전 세계 직원들도 이에 맞춰 변해야 하며 그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 이번에 직접 가본 MS 본사 분위기는 '세상의 변화를 주도한다'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습니다. 회사 곳곳에 글로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기 위한 '협력 혁신(Co innovation)'의 표어가 넘쳤으며 사내에선 "고객의 요구 하나하나를 챙겨라(커스터머 옵세션, Customer Obsession)"을 주입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2024년까지 계획과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전사로 확산시키며 이를 '고객'이 느끼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충만해 보였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EBC 센터에 있는 '협력 혁신(Co-Innovation)' 상징물 (출처 : 더밀크 손재권)

저는 MS 본사를 4번(2012년, 2016년, 2021년, 2023년)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다른 회사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한때 머리만 크고 움직임이 둔해서 사라질 운명에 있다는 의미로 '공룡'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빅테크 기업 중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회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시애틀'의 대표기업이 아마존에서 다시 MS로 바뀐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방문한 지난 18일(현지시) MS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 시가총액은 2조7000억달러로 애플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사내외 이구동성으로 '리파운더(재창업자)' 로 불리는 사티아 나델라 CEO의 '포용과 공감의 리더십'을 꼽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픈AI를 일찍부터 알아보고 전격적으로 투자하고 사내 모든 솔루션에 내재화한 실행력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MS의 '변화와 혁신' 스토리는 여기서 끝이 아닐 것입니다. 
이날 A 본부장이 말한 '중요한 뉴스'가 바로 MS의 주가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 올렸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EBC 센터에 전시 돼 있는 벤츠와의 협업 사례 (출처 : 더밀크 손재권)
회사의 전 영역에서 '고객 집착'을 실현하고 있는 MS (출처 : 더밀크 손재권)

AI는 결국 가격인상? … 코파일럿 월 30달러

MS는 이날 윈도 코파일럿(Copilot) 가격을 월 30달러로 책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윈도 코파일럿은 대화형 AI 인터페이스죠. 기존 오피스 앱에서 문서 요약, 이메일 작성, 엑셀 분석 등을 제공합니다. AI가 알아서 엑셀에서 계산해 주고 PPT를 명령어만 입력하면 만들어 주는 기능입니다.

그동안 생성AI 서비스가 등장했는데 MS처럼 기존 제품과 통합을 하면서 '가격'을 붙인 것은 MS가 처음입니다. 인공지능이 처음으로 '제품'이 된 것이죠. 

MS 365 사용자가 코파일럿을 사용하려면 365 사용료에 월 30달러(3만8340원)를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기존 MS 365 사용료의 80% 수준. 연 360달러(약 46만원)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 요인이 된 것입니다. 미국은 대부분 화이트 칼라 노동자들이 MS 오피스를 회사 차원에서 구독하고 있는데 고스란히 수익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사실이 MS 주가의 천장을 뚫게 했습니다. 

👉 AI 선제투자로 천장 뚫은 MS

MS의 코파일럿 (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MS, 메타 AI도 포용

"스레드에 합류하기에 정말 멋진 날이다. 라마 제품군을 ‘애저(Azure)’에서 사용할 수 있다. 우리의 비전은 프론티어 AI 모델, 오픈소스 AI 모델 모두가 선호하는 클라우드가 되는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처음으로 메타가 만든 새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계정을 파고 메타와의 협력을 직접 발표했습니다. 메타는 18일 자체 LLM '라마(Llama)'를 그동안 연구 및 상업적 용도로 무료 사용하게 했는데 MS와의 협력을 통해 '수익화'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됐습니다. 

메타는 무료 사용이 가능하도록 라마2를 제공, 생성 AI 생태계를 장악하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 결국 이 분야의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이죠. 라마2 확산을 위해서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해 제공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MS를 파트너로 선택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오픈AI에 이어 메타를 포용한 MS의 승리인 것입니다. 

👉 메타 AI도 MS 에저에서 돌린다

(출처 : 디자인: 김현지)

규제 피하는 법을 아는 MS

40년 역사의 MS는 회사가 쪼개질 위기에 놓여 있던 회사입니다. 윈도, 익스플로러(인터넷 브라우저), 오피스 등을 묶어 팔면서 독점력을 키웠을 때죠. 1998년부터 '반독점' 소송에 직면했고 2000년에는 회사를 둘로 쪼개라는 명령을 받기도 했습니다. 

잘나가던 MS는 정부의 규제로 주가가 정체가 되고 독점의 무서움을 알게 됐습니다. MS는 이를 교훈 삼아 모든 서비스와 인수합병에 '규제 리스크'를 최우선 순위에 놓았고 이후 링크드인 및 깃허브 인수 등을 성공리에 해냅니다. 

이어 지난 2022년 1월 기술 업계 역사상 최대 금액인 687억달러(약 89조원)에 블리자드 인수 시도도 성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캘리포니아주 법원이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와 관련 MS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소송에서 MS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MS의 블리자드 인수 절차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입니다. 

미국의 대형 인수합병 시도는 지난 2~3년간은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습니다. 엔비디아도 ARM 인수에 실패했죠. 미국은 '독점''으로 인한 '경쟁 제한'을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MS는 이를 정면 돌파하고 있습니다. 브래드 스미스 사장이 대정부 아젠다 세팅에 힘을 기울였고 이제 본격적으로 빛을 보고 있습니다. 이게 MS의 진정한 힘입니다. 사티아 나델라만 있는 게 아니고 브래드 스미스도 있습니다. 

👉 블리자드 인수 청신호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

더밀크의 빅테크7 시리즈 마이크로소프트 편

레드몬드 MS 본사에 가보니 10년 전에도, 지금도 변하지 않은 '상징'이 있었습니다. 바로 MS 창업 멤버들의 사진이었는데요. 회사 방문객들도 그 사진을 언제든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MS가 회사의 유산을 지키면서 여전히 가장 혁신적 회사로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초심'과 '본질'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MS 방문객 센터에 있는 초기 윈도95 디스크 (출처 : 더밀크 손재권)


요새 팬데믹 이후에 실리콘밸리 및 시애틀 혁신 기업을 탐방, 취재하고 있습니다. 계속 생생하게 2023년의 현장을 전달하겠습니다. 

시애틀에서 
더밀크 손재권 드림

*더밀크는 독자 여러분들이 내주시는 소중한 구독료로 혁신의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 보도하고 있습니다. 더밀크 구독으로 응원해 주시면 글로벌 현장에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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