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만 춘다고?"... 유니트리의 신전략 '로봇 두뇌'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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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6.06.18 09:39 PDT
"춤만 춘다고?"... 유니트리의 신전략 '로봇 두뇌'에 올인
유니트리의 H2 EDU 휴머노이드로봇. 현재 6만80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출처 : 유니트리)

[STK2026] 유니트리의 전략
헨리 장 유니트리 아태지역 총괄, 테크콘 2026서 "현재는 데모·파일럿 단계" 이례적 자기 진단
IPO 자금의 절반을 '두뇌'에 건다... 뇌-몸 공진화, 제조 도약, 엣지 분산
월드액션모델, 뇌-몸 공진화(Brain-Body Co-evolution)에 올인... 로봇 패권 노린다

'우리는 왜 꿈 속에서는 빨리 달리지 못할까?'

누구나 한번쯤 누구에게 쫓기고 있는데 다리는 안움직여서 잡힐 것 같은 '추격몽chase dream)'을 꾼적이 있을 것이다. 무언가에 쫓기는데 다리가 천근만근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서 허우적대는 악몽이다. 꿈 심리학적으로 렘(REM) 수면 중에뇌가 활발히 활동하면서도 몸의 골격근은 일시적으로 마비 상태(REM atonia)가 되는 '러닝 인 플레이스'라는 상태다.

이 것이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현실이라면 어떨까?

헨리 장(Henry Jiang) 유니트리 로보틱스 아태지역 총괄 디렉터는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테크콘(TechCon) 2026' '데모에서 현실 세계의 체화 지능으로(From Demo to Real-World Embodied Intelligence)' 세션에서 지금의 휴머노이드 산업이 '머리와 몸이 따로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붙인 이름은 '디지털 드림(Digital Dream)' 상태다. 유튜브 화면 속에서는 무엇이든 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의 물리 세계로 나오는 순간 손이 굳고 발이 엉킨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회사가, 자사의 화려한 데모를 자랑하는 대신 자기 산업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유니트리는 왕싱싱(王興興·Wang Xingxing) 창업자가 지난 2016년 8월 세운 회사다. 왕싱싱이 대학 재학 중이던 2013년 첫 4족 보행 로봇을 만들었고, 2016년 졸업 직후 유니트리 로보틱스를 설립했다.

본사는 항저우. 현재 직원 700여 명과 공장 인력 1000여 명을 두고 있다. 2021년 첫 소비자용 제품을 출시했고 첫 휴머노이드는 2023년 상반기, G1은 2년 전에 내놨으며 최근 신형 H2를 공개했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헨리 장(Henry Jiang) 유니트리 로보틱스 아태지역 총괄 디렉터가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테크콘(TechCon) 2026' '데모에서 현실 세계의 체화 지능으로(From Demo to Real-World Embodied Intelligence)'라는 주제의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춤추는 회사라는 비판, 알고 있다"

하드웨어는 이미 사람도 못 하는 백덤블링을 해낼 만큼 성숙했다. 하지만 생산 라인에 투입하려면 로봇의 손이 사람 손처럼 유연해져야 한다. 다리의 문제는 풀렸고, 이제 손의 문제다.
헨리 장(Henry Jiang) 유니트리 로보틱스 아태지역 총괄 디렉터

장 총괄의 발표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솔직한 현실(The Honest Reality)' 이라며 자사에 대한 세간의 비판과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그는 "시선을 끄는 데모(춤, 공중제비)와 실제 산업 생산성은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가 공장과 병원에 들어가 있지만 상업적 루프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손이 움직임(dexterity)이 현재 결정적 병목이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 휴머노이드는 실제 산업 현장에 배포돼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파일럿 테스트로 진행되는 개념증명(PoC)이며 데모 단계다. 아직 확장도, 대규모 배포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하드웨어는 인간조차 못 하는 전방·후방 공중제비를 해낼 만큼 성숙했지만, 로봇 핸드 곧 덱스터러스 핸드에는 여전히 병목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니트리는 현재 로봇 업계에서는 '쇼 컴퍼니' 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니트리 G1은 올해 초 중국 CCTV 춘제 갈라에서 인간 배우들과 '우봇(Wu-BOT)' 쿵푸쇼를 펼쳤다. 생방송이라 실수가 허용되지 않아 석 달간 리허설을 반복했고, 슬라이드는 이를 "수십억 회 시뮬레이션 반복으로 학습한 세계 최초의 파쿠르 공중제비와 무기 다루기"라고 설명했다.

베이징 천단(Temple of Heaven)에서는 G1 50대가 야외 군무를 선보였는데, 공용망 환경에서 각 로봇이 위치 오차(localization drift) 없이 동기화하는 고동시성 군집 제어가 기술적 난제였다.

IPO 자금의 절반을 '두뇌'에 건다

유니트리는 앞으로도 '쇼 컴퍼니'로 머무를까? 장 총괄은 '아니다'고 말하기 전에 숫자로 답했다.

헨리 장 총괄은 유니트리가 현재 플랫폼 기반 연구 논문으로 4족 로봇 440편 이상, 휴머노이드 약 300편에 이르고 MIT·스탠퍼드·CMU 등 세계 상위권 대학·연구소 200곳 이상이 유니트리 플랫폼을 쓴다고 밝혔다. 그는 전신 원격조작 데이터셋(Unifor WBT)과 VLA 모델을 자체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했다고 밝혔다.

데이터 플라이휠을 만들겠다는 것. 더 많은 데이터 → 더 좋은 모델 → 더 유능한 로봇 → 더 많은 배치 → 다시 더 많은 데이터의 선순환이다.

장 총괄은 "전 세계 개발자가 데이터 수집 병목을 우회하도록 돕고 향후 10년을 위한 결정적 피지컬 인텔리전스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것이 전략적 목표다"고 설명했다.

뇌-몸 공진화, 제조 도약, 엣지 분산

장 총괄은 유니트리가 IPO 후에 자금 조달금액(42억 위안, 약 1조원)의 절반(48.1%)을 AI 체화 지능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하드웨어(26.4%)나 스마트 제조(14.9%), 산업용 제품(10.6%)보다 '지능'즉 AI 모델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유니트리의 계획이 '로봇을 만드는 것'에서 '두뇌를 만드는 것'으로의 근본적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백덤블링 영상으로 유명해진 하드웨어 회사가 이제 병목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유니트리는 로봇 투입 시나리오로 다섯 단계(Robot Market Priority Pyramid)로 나눴다. 고위험에서 엔터테인먼트로 내려가는 위계다.

T1은 광산, 고압 변전소 점검, 재난 수색 같은 '4D 고위험 작업'이다. T2는 고온·고습·소음·진동·분진 등 사람이 기피하는 불편한 환경,

T3는 창고·공장 점검·분류 같은 산업·물류다. T4는 컨시어지와 쇼핑몰, 이벤트 같은 상업 서비스, T5는 홈 어시스턴트와 엔터테인먼트 등 소비자·안락 영역이다.

위험도가 높을수록 도입 시급성이 크고 비용 민감도는 낮아진다. 장 총괄은 현재 유니트리가 현재 T1·T2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의 일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돕고 보조하려는 것이 유니트리 로봇의 목표다"고 말했다.

헨리 장 유니트리 총괄이 발표한 유니트리의 로봇 제품

휴머노이드, 몸과 두뇌가 같이 움직인다

헨리 장 총괄은 유니트리의 향후 2~5년 비전도 공개했다.

유니트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는 '뇌-몸 공진화(Brain-Body Co-evolution)'다. 다리는 빠른데 손이 뒤처지는(legs move fast, hands lag behind)" 디지털 악몽 상태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동성과 조작 사이의 격차를 해소해 AI 두뇌가 하드웨어 역량과 진짜로 맞물리게 하는 것이 목표다"고 설명혔다.

이를 위해 엣지 컴퓨팅 탈중앙화(Edge-Compute Decentralization)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클라우드가 아니라 엣지에서 지능을 처리한다는 원칙으로, 물리적 환경 곳곳에 고성능 엣지 연산 노드를 대규모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뇌와 몸이 따로 노는 것을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테슬라 자율주행과 비교했다. 자율주행도 피지컬 AI지만 본질적으로 2D이고 직진·좌우회전·도로만 이해하면 되는 반면, 휴머노이드는 계단을 인식하고 올라야 하는 진짜 3D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총괄은 유니트리가 로봇을 넘어 '제조 도약(Manufacturing Leap)'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첨단 제조를 활용해 초저가·고내구성 대량생산을 실현하는 것으로, "공급망 통합이 해자(moat)가 될 것이다"고 못 박았다.

이와 함께 장 총괄은 유니트라가 향후 2~5년 집중 할 기술적 고제로 ▲ 지능형 로봇을 위한 통합 엔드투엔드 대규모 모델, ▲저비용·고내구성 하드웨어와 초대량 제조 ▲분산형 저비용 대규모 연산 등을 제시햇다.

차세대 아키텍처로는 월드 액션 모델(WAM·World Action Model)을 지목했다.

지난 2월 MWC26에서 유니트리가 자사 로봇을 전시, 화제를 모았다 (출처 : 더밀크)

체화AI의 'GPT 모먼트'까지 3~5년

장 총괄은 지난 30여 년의 플랫폼 전환을 시간표(Universal PC Platform Strategy & 2030 Megatrend)로 정리했다. 1990년대 PC, 2005년 스마트폰, 2015년 전기차, 그리고 2025년 지능형 로보틱스다. 세 가지 핵심 동력이 수렴하면 "2~5년 안에 로보틱스의 'GPT 모먼트'가 온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 시간표를 액면 그대로 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출하량 1위 기업이 공개 석상에서 '솔직한 현실(The Honest Reality)'이라며 "지금은 데모·파일럿 단계다"고 인정하면서, 동시에 IPO 자금의 절반을 두뇌에 배팅하는 장면 자체가 신호다. 휴머노이드 경쟁의 전선이 몸에서 뇌로, 무대에서 생산 라인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손재주라는 병목을 누가 먼저 푸느냐, 그리고 그 학습 데이터를 누가 쥐느냐가 다음 라운드의 승부처다. 부품과 정밀 핸드, 무엇보다 공정 데이터를 가진 한국 제조업이 이 2~5년의 창에서 어느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가 한국의 과제다.

유니트리 헨리 장 총괄이 회사의 향후 로드캡과 전략을 밝혔다 (출처 : 더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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