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구독경제 성공하는 법? 퍼블리를 보라
[더밀크-퍼블리 공동기획] 박소령 퍼블리 대표
철저한 고객 중심…콘텐츠는 상품. 주제 아닌 타깃별로 기획
“빠르게 고객 찾는 실험에 강점”…2년마다 찾았다
시간은 금. 1:1말고 전체공개로 중복 소통 비효율 줄여라
피벗에는 기존 고객 잃을 용기 필요. 사용자 늘릴 수 없다면 더 쓰게 해야
“구독은 다른 BM 실험할 힘 준다”
커리어 테크 스타트업 ‘퍼블리’는 한국 구독경제 비즈니스의 개척자다. 구독을 하면 자전거를 준다는 방식의 낡은 구독 비즈니스만 존재했던 지난 2015년, 디지털 미디어 '퍼블리'를 창업, 현재 커리어 개발 커뮤니티의 최고로 꼽힐 때까지 피봇을 거듭하며 한국의 대표 구독 미디어로 성장했다.
퍼블리가 피봇에 피봇을 거듭하며 경험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디지털 콘텐츠에도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기존 뉴스, 텍스트 콘텐츠 등은 제공자가 성격이나 주제를 정하고 제공하는 식이었지만, 퍼블리는 고객에게 이 정의를 위임한다. ‘퍼블리의 콘텐츠는 뭐다’가 아닌, 타깃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게 퍼블리의 콘텐츠라는 것.
이 같은 철학은 퍼블리의 '실험 정신'이 바탕이 됐다. 고객이 뭘 원하는지, 집요하게 실험한다. 콘텐츠 제작 사업이라기보다 ‘고객을 찾는 여정’에 가깝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는 이 실험 정신을 퍼블리의 사업 성공 비결로 꼽았다. 박 대표는 “데이터로 가설을 세우고, 빠르게 콘텐츠를 만들어서 그게 맞는지 실험했다”면서 “아니다 싶으면 다른 걸 만들었고, 고객 반응이 오면 그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실험 정신은 지금도 통한다. 퍼블리의 사업모델은 크게 콘텐츠 유료 구독 서비스인 ‘퍼블리 멤버십’과 개발자 커뮤니티 ‘커리어리’로 나뉜다. 퍼블리멤버십 누적 유료 가입자는 지난 2023년 3월 14만명을 돌파했다.
커리어리의 누적 가입자 수는 지난 4월 기준 38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개발자 비중은 5만명이다. 국내 개발 직군 규모가 약 2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4분의 1가량이 커리어리를 이용하는 셈. 더밀크는 최근 박소령 대표를 온라인에서 만나 치열한 콘텐츠 비즈니스 구축기를 들었다.
고객을 찾기 위한 집요한 실험
Q. 퍼블리는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 컨셉을 바탕으로 사회초년생에서 중간관리자로 타깃을 계속 확장 중이다. 비결이 무엇인가?
퍼블리의 비교우위는 고객을 찾는 실험에 강하다는 점인 것 같다.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이 핵심이다. 콘텐츠를 빠르고 가볍게 만들어서 고객 반응을 체크하는 과정으로 요약될 수 있겠다. 가설로 ‘이게 넥스트인 것 같다’ 생각되면 이 니즈(수요)에 맞을 것 같은 콘텐츠를 일단 빨리 만들어서 발행하고 광고를 돌려본다. 이때 고객 반응이 터지는 게 있으면 그걸 제3의 타깃으로 보고 밀고 나간다.
일례로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콘텐츠 길이가 잡지처럼 길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2020년부터는 타깃 고객을 뾰족하게 잡고 아티클 포맷을 변경하는 등 실험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21년 1분기쯤에 0~3년 차 주니어 직장인, 사회초년생이라는 타깃을 찾았다.
2022년 1분기에는 ‘초보 팀장’이라는 메인 타깃을 찾았다. 이들에게 ‘실제 업무에 도움을 주는 내용을 짧은 시간에 해결해 준다’는 컨셉으로 기획했다. 주제는 업무상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내용을 중심으로, 콘텐츠 길이는 짧게 가져가고, 빠르게 타겟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요약을 앞뒤에 정성스럽게 넣는 등 여러 장치를 고안했다.
Q. 구독모델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
콘텐츠는 철저히 상품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콘텐츠를 기획할 때 주제가 아니라 타깃별로 콘텐츠를 기획한다. 콘텐츠를 기획하는 콘텐츠매니저는 각각 본인이 담당하는 타깃 고객이 있다. 기획 역량만 내부에 있고,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이미지와 그래프 등을 디자인하는 사람은 외주 인력을 고용했다.
이때 신규 사용자를 유입하기 위한 콘텐츠와 기존 사용자를 위한 콘텐츠를 따로 기획한다. 신규 고객이 되도록 만드는 콘텐츠와 기존 고객이 재결제 하도록 만드는 콘텐츠는 100%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진단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창업 초기부터 데이터 시각화 작업, 각종 데이터 관련 기업용 제품을 결제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고객 반응을 체크하면서 해야 마케팅 비용을 태워도 됐다.
Q. 신규와 기존 사용자를 위한 콘텐츠는 다르게 접근한다고 했는데 왜인가?
신규 사용자 유치보다 기존 구독자 리텐션(재결제)이 훨씬 힘들기 때문이다. 첫 결제는 강력한 한 포인트를 건드리면 되는데 이탈이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작년부터 시도해서 효과가 있었던 게 기존 고객들을 모으는 오픈카톡방이었다. 카톡방에서 콘텐츠를 계속 보내드렸다. ‘퍼블리 앱이나 웹사이트에 매일 같이 못 들어와도, 오픈카톡방을 통해 편하게 유용한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게 하는 게’ 핵심이었다.
이메일, 카톡방 등 고객과 접점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 채널마다 반응이 오는 콘텐츠는 다르다. 구독 서비스 창업 7~8년 차인데 지금 보면 제일 본질적인 건 콘텐츠, 즉 상품 경쟁력인 것 같다.
Q.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이 핵심이라고 하셨다.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어 광고를 돌려보는 시스템이 흥미롭다. 퍼블리는 인스타툰 같은 독특한 마케팅으로도 화제가 됐는데 어떻게 고안했나?
마케팅도 소비자가 중심이 된다. 퍼블리 소셜미디어는 크게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트위터 3가지가 있는데 이를 팀 내부에 있는 콘텐츠 기획자가 타깃별로 직접 담당한다. 본인이 직접 만든 콘텐츠든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든 옛날에 만든 거든 계속 콘텐츠를 올려본다. 그리고 회의에서 도달, 좋아요 횟수를 공유하고 논의하고 수정한다. SNS 채널마다 성격이 달라서 반응이 좋은 콘텐츠들도 달랐다.
이메일 가입자가 30-40만명 정도 된다. 이때 회원가입만 하고 결제로 넘어가지 않은 사용자에게 일종의 미끼 콘텐츠를 보내는 시도도 한다. 콘텐츠의 좋음과 나쁨은 고객 반응밖에 없다. 고객이 좋아하는 게 1순위다.
피벗 성공 배경엔 치열한 분석과 과감한 결단
Q. ‘커리어리’를 직장인에서 개발자 커뮤니티로 피벗(전환)한 경험이 있다. 피벗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2019년부터 ‘링크트인의 한국형 버전을 만들어보자’ 생각해서 커리어리를 시작했다. 3년 정도 해보고 타깃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직무별로 고객 획득 효율 및 리텐션(재방문)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70~80% 확률로 개발자를 타겟한 커뮤니티가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가정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개발자를 위한 서비스로 마케팅을 해봤고 이때 이거는 되겠다고 생각했다.
2022년 9월부터는 전면적으로 개발자를 위한 커뮤니티로 가고, 그 전부터 사용해 주시던 다른 직군 고객들의 이탈은 감내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이때 다 개발자가 좋아하는 것으로만 갈아엎었다. 피벗 과정에서 2022년 개발자에 집중하기 전에 들어오신 다른 직군 분이나 테크 분야 종사자가 아닌 분들은 당연히 이탈하셨을 것이다. 올해 1월부터는 개발자+인접 직군으로 넓혀서 기술 산업으로 타깃을 확장 중이다.
가장 지양하는 건 커뮤니케이션 비효율
Q. 퍼블리는 어떤 기업문화를 지향하나?
퍼블리로 이직한 사람들이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자료 아카이브(저장)와 이를 전 직원에게 공개하는 문화다. 가장 안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커뮤니케이션 비효율이다. 일대일로 따로 업무 얘기를 하면 나중에 다른 팀원들에게 다시 공유해야 하는데 이렇게 싱크를 맞추는 작업도 큰 비효율이다. 같은 얘기를 여러 번 하는 상황을 지양하려 한다.
그래서 나온 게 이 ‘전체공개’ 문화다. 재정, 인사관리(HR) 부문을 제외하고 슬랙, 캘린더 등은 모두 공개돼 있다. 전 직원은 2015년 이후 모든 자료를 다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모든 활동에 대해 어떤 데이터와 배움을 얻었는지 꼼꼼하게 기록한다. 그리고 이를 모두 공개한다. 실험001부터 자료가 쌓여 있고 모든 팀원이 볼 수 있는데 이게 가장 큰 회사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Q. 비즈니스는 언제나 위기가 온다.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위기를 극복했나?
HR이든 재정 상황이든 혼자 껴안고 있는 게 가장 나쁜 것 같다. 사업 초기에는 혼자 해결하려 하려고 했고, 시간이 좀 지나서는 팀 안의 리더 몇명하고 논의해서 해결하려 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나한테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은, 그러나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의 조언이었다. 나를 제일 잘 아는 소수의 다른 기업 대표님이나 심리상담사 등도 될 수 있다.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민을 얘기하니 내가 미처 못 봤던 부분을 알 수 있었다.
가장 힘들 때는 답을 잘 몰라서 막막할 때인 것 같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가 가장 힘들다. 이때는 팀 내 신뢰하는 사람에게 어젠다를 공유하고 의견을 듣거나, 아주 중요한 건 외부에 있는 조언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의견을 받았다. 안팎으로 의견을 듣고 하루이틀 고민해서 결정했다.
Q. 어떤 리더상을 지향하나?
밥 아이거 디즈니 CEO 평전을 인상 깊게 봤다. 보통 글로벌 대기업 CEO 하면 생각하는 캐릭터가 카리스마 있고 공격적이고 전투적이거나 말을 잘하는 이미지지 않나. 그런데 아이거는 디즈니가 첫 회사다. 40여 년 근무 후 이직을 한 번도 안 했다. 스스로를 표현할 때도 에고가 없고 유하고 전형적이지 않다. 약한 고리도 바깥에 내보이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 말을 잘 듣고 겸손하게 본인을 포지셔닝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 마음을 사서 픽사, 마블 같은 기업을 인수해서 키워나갔다. 창업자는 본인 캐릭터와 가장 맞는 옷을 입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나는 기본적으로 내향적이다. 대신 조용하게 일을 잘 해결한다. 굳이 센 척하지 않고 나답게 일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연기해도 언젠가는 들킨다.
Q. 리더는 외롭다. 밖에서는 고객, 파트너사 등을 응대해야 하고, 안에서는 구성원들을 관리해야 하는 등 스트레스가 많을 것 같다. 자기관리는 어떻게 하나?
운동을 정말 많이 한다. 달리기, 발레 등을 거의 매일 한다. 피아노도 거의 매일 친다. 일 생각을 아예 못 하는, 일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을 한다. 무언가에 완전히 집중해 뇌를 일과 분리하는 활동을 하는 게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독모델을 고집하는 이유
Q.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도 구독모델보다는 광고 중심 모델이 일반적이다. 그런데도 구독모델을 시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웹툰 같은 콘텐츠와 지식 정보성 콘텐츠 시장은 다르다. 돈을 내는 소비자층이 한정적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구독은 다른 걸 해볼 수 있는 힘을 준다.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어쨌든 캐시플로우(현금흐름)은 중요하다. 광고도 그중 하나겠지만 구독은 안정적인 캐시플로우가 가능하고 매출을 전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힘이 있어서 기업 구독이라든지 브랜디드콘텐츠 같이 돈을 벌 수 있는 다른 비즈니스모델을 실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보면 고객 수가 많기보다 인당 객단가가 높지 않나. 지식정보시장도 고객 수가 무한정 늘 수 없다면 고객들의 윌링니즈투페이(지불의사가 있는 금액)을 파악하고 이걸 우리한테 어떻게 쓰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과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Q. 일잘러가 주요 타깃이다.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은퇴라는 개념이 희석되면서 노동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콘텐츠 사업자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근로자와 기업 간 관계에서 근로자에게 더 많은 협상권이 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AI가 노동력을 대체하면 그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조업 상황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장기적으로 인적자원 공급이 줄면서 기업 입장에서 고용을 어떻게 잘할지 고민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본다.
이는 우리 서비스 커리어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은 우리보다 이 현상이 훨씬 빨리 시작됐다. 그래서 일본의 노동, 채용시장을 작년부터 벤치마킹하고 있다. 기업과 근로자 간의 힘의 균형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스타트업 시장, 구인구직 흐름을 보고 있다.
Q. 올해 퍼블리 계획은 어떻게 되나.
현재 퍼블리에는 멤버십과 커리어리 2가지 수익모델이 있다. 개인과 기업으로 나뉘긴 하지만 정기구독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대기업 사내 인트라넷, 교육 사이트에 콘텐츠를 대여해주는 B2B 매출이 작년부터 상승하고 있다.
올해는 기업대상(B2B)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그간 기업 고객들의 문의가 많았는데 B2C에 집중하던 시기라 거절을 많이 했지만, 어쨌든 기업들은 복지비, 교육 훈련비 등 예산이 있고, 엔드유저는 퍼블리가 동일하게 가치를 주지 않을까 하는 판단에서다. 커리어리는 실명 프로필에 기반한 채용 서비스를 반년 정도 테스트해보는 중이다. 테크 리크루터와 계약을 맺어서 커뮤니티 사용자 풀을 활용하고 있고, 광고에 테크 인재를 노출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이 콘텐츠는 퍼블리와 공동 기획한 ‘브랜디드 콘텐츠’입니다. 더밀크 브랜디드 콘텐츠는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를 더밀크 독자들에게 가치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공해 전달하는 콘텐츠로, 이번 호에서는 퍼블리의 비즈니스모델 구축 노하우를 다룹니다.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을 하는 더밀크 브랜디드 콘텐츠에 독자 여러분들과 기업 고객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