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백

히말라야 캐피털

리루

벤저민 그레이엄, 워런 버핏의 뒤를 잇는 가치투자자
안전 마진 고려... 매수 후 보유(long only) 전략
자신의 기질을 아는 것이 가치 투자의 본질

히말라야 캐피털(Himalaya Capital) 회장이자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리 루(Li Lu)는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린다. 현재 약 18억달러를 운용하며 펀드 설립 후 지금까지 수익률은 연평균(CAGR) 20~30%로 추정된다.

리루는 중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투자 전문가가 되기까지 다사다난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릴 만큼 가치투자자로서 존경을 받고 있으며 가치 투자의 대가 벤저민 그레이엄, 워런 버핏, 찰리 멍거의 투자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찰리 멍거에게 ‘천재’라는 칭찬을 들을 만큼, 찰리 멍거가 신뢰하며 유일하게 자신의 돈을 맡긴 포트폴리오 매니저로도 유명하다.

투자자 스토리

중국 문화 대혁명, 탕산 대지진, 천안문 사태 거쳐... 컬럼비아대 졸업

리 루(Li Lu)는 지주의 딸인 어머니와 소련에서 유학한 엔지니어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중국 문화대혁명 시작 한 달 전에 태어났고, 그의 부모님은 문화대혁명의 타깃이 돼 노동훈련소로 끌려갔다. 그 결과 3살 때 고아원에 보내졌으며, 10살 때는 고향 탕산에서 일어난 대지진으로 가족의 죽음이라는 시련을 겪었다.

그는 난징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며 중국의 민주주의 인권운동가 웨이징성(Wei Jinsheng)의 큰 영향을 받았다.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신념을 실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베이징으로 떠났고, 천안문 항쟁에서 학생 지도부로 활발히 활동했다. 실패로 끝난 천안문 항쟁 직후 항쟁 지도부에 대한 수배령이 떨어졌는데, 리루는 우선수배대상(most wanted)이였다.

그는 홍콩의 배우와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홍콩,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다. 리루는 중국의 민주화 운동을 이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미국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무일푼으로 뉴욕으로 건너가 컬럼비아 대학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배경이다. 그는 조인트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학 학부, 법학대학원(JD), MBA를 6년 만에 수료해 3개의 학위를 동시에 받으며 졸업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처음으로 3개 학위를 동시에 받은 최초의 학생이기도 하다.

공짜 뷔페? 아니 버핏! (Free Buffet? No…it’s Buffett)

리 루는 이후 우연히 투자에 발을 딛게 됐다. 미국에 처음 왔을 당시 그는 학자금 대출 등으로 매우 가난한 형편이었다. 어느 날 친구에게 돈을 벌 방법을 물었는데 친구가 준 안내문에 ‘버핏과 함께하는 강의 (A lecture with Buffett)’이라고 적혀 있었다. 리루는 이를 Buffet(뷔페)로 잘못 읽고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해 특강에 참가했다. 그러나 그곳에 뷔페는 없었고, 대신 위대한 가치 투자자 버핏이 있었다.

리루는 1930년대 상하이의 주식 트레이더들을 떠올리며 주식 투자자는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워런 버핏은 달랐다. 전혀 나쁜 사람으로 생각되지 않고, 오히려 똑똑하고 흥미로운 인물로 느껴졌다.

워런 버핏의 원칙은 간단명료했다. 특강 도중 리루는 이게 투자라면 자신도 투자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워런 버핏에게 매료되어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후 그가 쓴 모든 자료를 찾아 공부했다. 학자금 대출금의 일부로 투자를 시작했고, 학업을 이어가며 졸업할 때 즈음 첫 백만달러를 만들었다. 이 자신감으로 히말라야 캐피털을 창업했다. 투자 입문 4년 만에 무일푼에서 자산운용사를 창업한 것이다.

찰리 멍거를 만나기 전까지 리루는 헤지펀드와 벤처투자 스타일로 펀드를 운용했다. 창업 6년후, 지인의 소개로 찰리 멍거를 만났고, 처음 만난 자리에서 쉬지 않고 6시간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갔다. 찰리 멍거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돈을 맡겼고, 리루의 가장 큰 투자자가 된다.

또한, 리루는 찰리 멍거와의 만남으로 투자 스타일을 ‘롱-온리(long only; 공매도 등 숏포지션 없이 롱포지션만으로 펀드 운영, 주로 주식 매수 후 보유 방식으로 수익 창출)’로 바꿨고 이 스타일을 현재까지 고수하고있다.

최근 공개된 히말라야 캐피털의 포트폴리오

ⓘ 자료는 해당 회사가 미국증권거래 위원회(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에 제출한 13F 보고서를 기준으로 작성 되었으며, 현재 포트폴리오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투자 철학: 워런 버핏의 뒤를 잇는 가치투자

워런 버핏은 60년 이상 가치투자를 실천, 큰 성공을 거두며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투자를 알렸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의 오직 5%만 가치투자를 실천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가치투자가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투자 방식 중 하나인 걸 알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리루의 투자 철학도 다른 가치투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투자 방식/철학 중 ‘가치투자’가 유일하게 위험대비 좋은 수익을 장기적으로 제공한다고 말한다. 리루가 내세우는 가치투자의 기본은 다음 네 가지다.

1. 주식은 사업 소유권이다.

주식은 사업(기업)의 일부 소유권으로 그저 단순한 거래명세서가 아니다. 사회에서 받아들여진 주식회사 제도에 따라 지분에는 부여된 권리가 존재한다. 이런 주식회사 제도가 마련돼 있어야 가치투자가 존재할 수 있다.

2. 안전 마진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투자의 핵심은 미래에 대해 예측이다. 하지만, 미래는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일부 확률 지표만 얻을 수 있다.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닌 확률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안전 마진(Margin of Safety)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전 마진이랑 벤저민 그레이엄이 저서 ‘현명한 투자자’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순운전자본(Net Working Capital, 유동자산에서 유동부채를 뺀 여유자금)과 주가의 차이를 뜻한다. 투자자가 지불하는 것은 가격이고, 얻는 것은 가치이므로 이를 잘 파악해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치는 불확실하므로 가능한 가장 낮은 가격에서 주식을 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3. 미스터 마켓은 종이다?

리 루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미스터 마켓(Mr. Market) 개념에 동의한다. 벤자민은 주식시장을 조울증 환자에 비유한 바 있다. 주식시장, 즉 미스터 마켓은 매일 가격을 부르는데 기분이 좋을 날에는 높은 가격을 부르고, 기분이 나쁜 날에는 가격이 곤두박질친다.

그는 이런 변덕쟁이 시장을 따라가면 안되고 오히려 종으로 부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투자가 시작되면, 투자자들은 모든 것을 의심하며 시장을 따라가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이런 태도는 가치 투자를 방해하게 된다.

4. 자신의 투자 역량 범위 안에 머물라.

투자자들은 오랜 시간 공부해 자신의 능력 범위를 정하고, 그 능력 범위 안에 머무르는 투자를 고수해야 한다. 나의 우위는 어디에 있을까? 내가 정말로 이해하고 있는가? 시장은 상승하고 내 주식들은 떨어질 때 내가 정말 맞는지 어떻게 알까? 와 같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투자 역량 범위 안에 머물라고 조언한다.

가치투자자를 위한 조언

사람들은 무언가에 투자하고 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그것에 대해 더 알고 싶고, 깊은 조사를 시작한다. 한 회사를 조사하고, 경쟁자들을 조사하다 보면 그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올라간다. 그는 투자에 대해 평생 끊임없는 노력으로 정진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먼저, 자신이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전 마진 확보는 투자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투자자는 자신의 안전 마진에 관련된 것만큼은 이해해야 한다. 

둘째, 주인의 관점으로 사업을 바라보면 관점이 완전히 달라지게 됨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인간의 본성에 따라 무언가 자신의 것이 되면 즉 자신을 소유자로 여긴다면 해당 사업에 대해 공부하도록 스스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셋째, 지식은 천천히 축적되고 오직 자기 자신에게 솔직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인간은 완전히 객관적이며 합리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더 믿는 경향이 있다. 모든 일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따라서 지적 정직성(Intellectual honesty)이 매우 중요하다. 올바른 접근 방식으로 올바른 일을 할 때 지식이 복리로 축적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렇게 축적된 과거의 모든 경험은 서로를 강화, 점진적으로 자신의 역량에 대한 확고한 이해를 끌어낸다. 

넷째, 자신의 열정과 기회를 활용해 연구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이 생기면 가서 살피고, 어떤 것에 관심이 생기면 그것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의 능력의 범위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모든 가치투자자의 포트폴리오는 다를 것이고 이는 문제가 안 된다. 무언가 자신의 역량을 넘어선다면 그것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 돈을 버는 것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에 달려 있지 않고, 아는 것이 옳고 그른지에 달려 있다. 알고 있는 것이 옳다면 적어도 돈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가치투자자를 위한 리루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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