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는 퀘스트를 완수할 수 있을까?
슬펐습니다. 2022년 2월 56회 미국 슈퍼볼에서 공개된 메타의 광고 때문이었습니다. 슈퍼볼 광고는 비싸기로 유명합니다. 초당 2억8000만 원 짜리입니다. 메타는 2021년 10월 회사 이름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꿨습니다. 소셜미디어기업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정체성을 바꾼겁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메타 개명자는 당시 이렇게 말했죠. “우리 정체성에 관해 많이 생각해왔다. 나는 우리가 메타버스 회사로 여겨지기를 희망한다” 슈퍼볼에서 공개된 메타의 기업 광고는 메타가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여야 했습니다. 메타가 생각하는 메타버스를 선보이는 자리였죠. 실패했습니다. 메타 브랜드 광고의 제목은 〈올드 프렌즈, 뉴 펀〉이었습니다. 작은 식당에서 연주하던 장난감 동물 밴드는 인기가 시들자 버려집니다. 여기저기로 팔려다니던 메일 보컬 강아지 인형은 결국 쓰레기 폐기장까지 흘러흘러가죠. 마지막 순간 강아지 인형을 구한 건 메타의 직원이었습니다. 메타 본사 현관 앞에서 메타버스 체험관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표지반을 들고 있게 됩니다. 누군가 장난 삼아 메타의 가상현실 헤드셋인 퀘스트2를 강아지 인형한테 씌워줍니다. 그렇게 접속한 메타버스에서 강아지 인형은 옛 동물 밴드 친구들과 만나죠. 리얼리티를 잊고 버추얼 리얼리티에서 한바탕 노래를 부릅니다. 그래서 슬펐습니다. 메타의 메타버스는 그저 찌그러진 현실을 잊게 해주는 도피처처럼 보였거든요. 그때까지만 해도 메타버스는 반세기 전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보고인 줄 알았습니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미래일거라 기대했죠. 〈올드 프렌즈, 뉴 펀〉에서 그려진 메타버스는 정반대로 부정적이고 우울한 미래였습니다. 메타한테 부족한 건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었습니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스스로도 정의내리지 못한채 메타라는 이름부터 내건 겁니다. 의외로 기술 생태계의 진화는 철학적 사고를 요구합니다. 기술의 목적은 결국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일이니까요. 인터넷이 그랬습니다. 이건 월터 아이작슨이 쓴 《이노베이터》에 잘 나와있죠. 어떤 면에선 메타는 아직 메타버스의 원작 소설에 머물러 있었던 셈입니다. 메타버스라는 이름이 맨 처음 등장한 사이버펑크 소설인 《스노 크래시 : 메타버스의 시대》에서도 메타버스는 음울한 공간이거든요.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히로는 찌그러진 현실과 화려한 가상현실을 오가며 삽니다. 이때부터 메타버스는 늘 현실의 대구였죠. 그렇지만 1992년 소설로 2022년의 기술을 정의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