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풍토병?” 조이의 코로나 극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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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라 2022.01.20 22:59 PDT
“코로나가 풍토병?” 조이의 코로나 극복기
확진 후 점점 옅어지는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 결과 (출처 : 송이라)

美 격리기간 5일 단축 이유
로봇산업 대전환기 온다

‘POSITIVE’

지난 7일(현지시각) CES2022 취재를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 코로나(PCR) 검사를 했습니다. 몸에 별 이상이 없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결과를 받아본 순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새빨간 글씨로 ‘양성(Positive)’라고 쓰여 있는 메일을 마주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누구보다 철저하게 방역지침을 지켰고 부스터샷까지 백신도 세 번이나 맞았으며 행사 내내 마스크를 두겹씩 끼고 다녔습니다. 코로나가 내 얘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CES 주최측에서 나눠준 자가진단 키트까지 두 줄이 뜨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코로나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간의 길고도 짧은 투병(?)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증상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만큼 경미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의 첫 증상인 인후통과 약간의 기침이 있었으나 금새 사라졌고, 3차 접종을 맞은 지 한달이 채 안되서인지 열도 나지 않았습니다. 미각·후각 상실이나 근육통도 없었습니다. 잘 인식되지 않고 지나가는 가벼운 감기랄까요. 과거 앓았던 A형 독감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약한 증상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CES2022에 참석한 기업 임직원 및 취재진 중 일부가 양성 판정을 받았고 아파서 병원을 찾은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저질환이 없는 다수는 저처럼 경미한 증상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몸의 병보다 저를 더 힘들게 한 건 코로나19 보다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은 저보다 더 저를 걱정하며 절망적인 모습을 보였고요. 확진자가 된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이 찍힌 듯한 사회적 분위기가 제 마음을 짓눌렀습니다. 혹여나 저와 스친 접촉자들이 감염되지는 않았을지, 저로 인해 일상에서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잠재적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불편함이 몸의 아픔보다 더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19 확진은 나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공동체가 누리는 일상의 파괴였기에 더 무거웠나봅니다.

분명 증상은 감긴데 진단은 죽음이 맞닿아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차라리 양성인 걸 모르고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비자발적으로 삶과 죽음, 인생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하며 진단키트의 두 줄이 점점 옅어지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지난 2년간 이렇게 인류의 삶을 위축시키고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PCR 검사결과지에 선명하게 '양성'이 표시돼 있다 (출처 : 송이라)

연내 풍토병 될까?...격리기간 5일 단축 이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유행에서 풍토병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출처 : Shutterstock)

제가 느꼈던 증상의 가벼움과 진단의 무거움 사이 괴리는 오미크론 변이가 가져온 특징입니다. 삽시간에 우세종으로 자리잡을 만큼 전파력이 강하지만,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은 오미크론으로 코로나19를 대하는 사회적 태도도 점점 변화고 있습니다. 독감시즌이 온다고 전 세계가 멈춰서지 않는 것처럼 코로나19도 오미크론을 지나며 마치 독감같은 풍토병(엔데믹)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11일(현지시각) 디애틀랜틱은 “집단감염이 뉴노멀”이라며 “세계는 코로나를 대하는 자세를 리셋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미국에서 격리생활을 한 저도 이 분위기를 실감했습니다. 제가 살던 보스턴에 있는 지인들에게 감염 소식을 전하자 “감기랑 다를 바 없다”며 “타이레놀 챙겨먹고 물 많이 마셔라”라는 조언을 해줬습니다. "이미 코로나를 앓고 나은 사람도 많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도 있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백신 접종자들에게는 경미한 증상만을 유발한다는 다수의 연구결과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격리기간 설정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CDC는 지난해말 코로나19 감염자의 격리기간을 종전 10일에서 5일로 단축했습니다. 격리해제시 음성확인서도 따로 요구하지 않습니다. 공개석상에서 팬데믹 관련 발언을 꾸준히 해온 빌 게이츠는 “오미크론 변이가 지나고 나면 코로나19는 계절성 독감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미 워싱턴대 보건계량연구소(IHME)는 올해 3월까지 전 세계 인구의 60%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후 엔데믹으로 진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인류의 바람대로 코로나19는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걸까요? 자세한 내용은 더밀크닷컴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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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산업엔 큰 기회

르네상스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일하는 딜리버리 로봇 '엘비스 (출처 : 르네상스호텔)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전 세계 기술전시회 CES2022를 끝까지 취재한 후 감염 사실을 알았다는 겁니다. 눈앞에서 펼쳐진 최첨단 기술과 제품, 서비스는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로봇과 인공지능(AI)은 팬데믹 후 우리 일상 속으로 더 깊이 들어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더밀크 취재진이 묵은 라스베이거스 르네상스호텔 내에는 2018년부터 딜리버리 로봇이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단순히 사람들에게 인사나 해주는 전시용 로봇이 아닙니다. 룸서비스를 시키자 음식을 실은 로봇이 룸으로 왔고요. 타올이나 어매니티 배달 등 간단한 업무는 모두 로봇 몫입니다. 머지 않아 청소를 해주는 로봇도 등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봇 하우스키퍼에게는 팁을 얼마나 줘야 할까요?

팬데믹이 가져온 인력난은 여러 분야에서 로봇 직원 도입을 서두르게 만들었습니다. 로봇 직원의 임금은 시간당 8달러로 사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농업과 건설, 전자, 식품가공, 생명과학, 금속 가공, 창고보관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최초로 로봇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로봇 직원 채택이 늘자 아예 로봇 직원을 빌려주는 비즈니스 모델까지 생겼습니다.

전문가들은 노동력 부족을 포함한 공급망 대란이 로봇 공학과 AI 지출의 급증을 가져왔다며 2022년이 로봇 산업의 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팬데믹과 로봇 도입 가속화는 일의 미래를 통째로 바꿔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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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로봇 직원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존재일까요. 내 밥줄을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 요소일까요? 자세한 내용은 기사에서 확인해 주세요.

👉로봇산업 대전환기 온다

로봇산업은 팬데믹으로 대전환기를 맞았다 (출처 : Shutterstock)

주식시장에서 예견된 악재는 더이상 악재가 아닙니다.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미 코로나를 극복한 저에게 이제 더이상 코로나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제부터는 최대한의 주의를 기울이되 막연한 두려움만으로 하고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위드 코로나’ 시대의 자세를 가져보려 합니다.

혹시라도 더밀크 구독자분들 중에도 확진 판정을 받으신 분과 가족, 친지, 친구가 있다면 건강의 회복에만 집중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포지티브(긍정적인) 사람들만 포지티브(양성)를 받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는 것처럼 코로나라는 이름이 주는 압박감으로 심리적인 병까지 가중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풍토병으로 자리잡는다면 코로나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인류와 함께 가야 하는 존재니까 말입니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좋은 점을 하나 꼽는다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보다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기회를 줬다는 점입니다. 구독자 여러분도 오늘의 시작부터 끝까지 꽉 차게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밀크 송이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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