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USA 드론’ 총동원령…한국은 왜 선택받지 못하나
지난 5월, 한국의 한 파트너에게서 연락이 왔다. 미국 드론 기업 파워러스(Powerus)가 한국에서 모터 공급업체를 찾고 있으니, 믿을 만한 회사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틀 뒤에는 미국의 다른 파트너도 파워러스 이야기를 꺼냈다.한국과 미국의 파트너가 거의 동시에 같은 회사의 모터 조달 문제를 이야기했다. 파워러스가 그만큼 다급하게 모터 공급업체를 찾고 있다는 뜻이었다.파워러스는 미 육군에서 드론 작전을 수행한 브렛 벨리코비치(Brett Velicovich)가 창업한 회사다. 미 국방부가 최대 6만 대의 드론을 구매하는 ‘드론 지배 프로그램(DDP)’의 건틀릿 2에 도전하고 있었다.드론을 설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미 국방부에 납품하려면 중국산 모터와 배터리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에서 국방부 기준에 맞는 드론용 모터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드물다는 점이었다.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모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드론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파워러스가 다급하게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공급업체를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그러던 지난 6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났다. 미국 드론 부품업체 언유주얼 머신즈(Unusual Machines)가 파워러스에 3,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 언유주얼 머신즈는 미국에서 드론 모터를 생산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미국산 모터가 필요한 드론 회사에 미국 모터 제조사가 대규모 자금을 넣었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 향후 생산과 공급망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전략적 결합으로 읽힌다. 공식적인 모터 공급계약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의미는 명확했다. 미국산 모터가 필요한 파워러스와 모터를 생산하는 언유주얼 머신즈가 지분 관계로 묶인 것이다. 한국까지 왔던 파워러스의 모터 조달 기회는 결국 미국 기업의 투자로 마무리됐다. 미국은 중국산 부품을 배제하는 동시에 투자와 인수를 통해 자국 드론 공급망을 빠르게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 사례는 미국 드론 공급망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미국 기업들은 필요한 부품을 구매계약으로만 확보하지 않는다. 부품업체를 인수하고, 부품업체는 고객이 될 드론 회사에 투자하며 잃어버린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