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기술 발전'엔 항상 그늘이 있었고 대가를 치렀다
베스트셀러 제조기, 말콤 글래드웰의 새책 '바머 마피아(Bomber Mafia)'1945년 1월 6일 이었다. 미국 공군 장성 로리스 놀스타드(Lauris Norstad)는 태평양에 있는 섬 괌에 착륙했다. 지금은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만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었던 당시 괌에는 일본 폭격을 담당하는 공군 21 폭격부대 사령부가 있었다. 인근의 다른 섬, 사이판과 티니안에는 당시 기준으로 세계에서 제일 큰 비행장이 건설돼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두 일본 영토였지만 미국은 1944년 여름 전투를 통해 이 섬들을 손에 넣은 뒤 일본을 폭격하기 위해 비행장을 건설했다.놀스타드 장군을 맞은 건 그의 직속 부하이자 폭격사령부 지휘관 헤이우드 한셀(Haywood Hansell) 장군. 42세의 한셀 장군은 미국 남부 출신의 이상주의자다. ‘돈키호테’를 좋아하고 시를 쓰며 부하들에게 노래도 부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먼 길을 온 상관을 모시고 섬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해변에서 바다도 한번 보고 비행장을 둘러보고 앞으로의 전술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놀스타드 장군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자네의 방식이 잘 먹히지 않는 것 같네. 이 일에서 손을 떼게.”헤이우드 장군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을 대체할 지휘관은 다름아닌 독일 폭격의 영웅이자 38세의 젊은 커티스 르메이(Curtice LeMay) 장군이었다. 미 공군 장성 중 당대에 가장 잘 알려진 인물로 엄청난 파일럿인 동시에 아주 무자비한 군인이었다. 한셀과 느메이는 유럽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어 잘 아는 사이였지만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전략상의 인사 이동이 아니었다. 한셀에 대한 견책이었다.한셀 장군에게는 열흘이 주어졌다. 그는 괌에 남아 르메이 장군을 도울 수도 있었지만 그건 죽기보다도 싫었다. 열흘 뒤 르메이 장군은 B-29 폭격기를 직접 조종하고 괌에 도착했고 한셀은 섬을 떠났다.